“‘신당역 사건’은 사법부와 우리 사회가 피해자를 죽인 것”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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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학생들 추모공간 운영
“스토킹피의자 구속 4.8% 불과”
여성단체들 잇단 성명 발표
“여성 노동자 향한 구조적 폭력”
법무부 “피해자 보호 적극 검토”

부산대 페미니즘 동아리 연합 등 부산대 학생들은 18일 부산대 넉넉한 터에 '신당역 사건' 추모공간을 마련하고 정부에 여성혐오 범죄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부산대 페미니즘 동아리 연합 제공 부산대 페미니즘 동아리 연합 등 부산대 학생들은 18일 부산대 넉넉한 터에 '신당역 사건' 추모공간을 마련하고 정부에 여성혐오 범죄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부산대 페미니즘 동아리 연합 제공

서울교통공사에서 근무하던 한 여성 직원이 스토킹 가해자인 남성 직원에게 살해당한 ‘신당역 사건’을 두고 지역에서도 여성 대상 범죄를 근절하기 위한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부산대 학생들은 교내 추모 공간을 설치하고 정부에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부산대 페미니즘 동아리 연합, 부산대 여성대학원생 모임 ‘한줌단’ 등은 오는 20일까지 부산대 넉넉한터에 신당역 사건 추모공간을 마련해 운영한다고 18일 밝혔다. 이들은 부산대를 찾는 누구나 추모공간을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부산대 내 게시판에 대자보도 붙일 계획이다.

이들 단체는 이날 오후 5시께 추모공간 앞에서 추모 집회도 열었다. 집회에는 20여 명의 회원이 참여해 묵념, 자유발언, 대자보 낭독 등을 진행했다. 이들은 “대학 내 신당역 여성 살해 사건 추모 공간 설치는 단지 한 여성에 관한 일이 아닌 대한민국 여성들 모두의 안전한 일상을 만들기 위한 적극적 실천”이라면서 “대학 내에도 여성의 안전한 삶을 마음 깊이 염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과 어려움에 처했을 때 함께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추모 공간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신당역 사건은 심각한 스토킹 피해가 발생했지만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사법부가 가해자의 구속영장을 기각해 발생한 사건이라면서 피해 여성은 제도적 보호를 꾸준히 요청하는 등 국가의 사법체계를 신뢰했지만 결국 살해당했다고 사법부를 비판했다.

또 이들은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지난해 10월부터 현재까지 검거된 스토킹 피의자 중 구속된 비율은 4.8%라면서 보호해야 할 피해자가 죽고 없을 때가 되어서야 얼굴을 드러내는 한국의 법과 정치는 공허하다 못해 분노스럽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2022년에도 이 구호가 필요하다는 사실이 참담하다. 그러나 다시 한번 외친다. 여성도 인간이다. 여성도 시민이다. 여성도 남성처럼 이 땅에서 태어났다. 우리에게는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우리는 절대로 남자의 손에 살해당하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부산대 페미니즘 동아리 연합 등 부산대 학생들은 18일 부산대 넉넉한 터에 '신당역 사건' 추모공간을 마련하고 정부에 여성혐오 범죄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부산대 페미니즘 동아리 연합 제공 부산대 페미니즘 동아리 연합 등 부산대 학생들은 18일 부산대 넉넉한 터에 '신당역 사건' 추모공간을 마련하고 정부에 여성혐오 범죄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부산대 페미니즘 동아리 연합 제공

여성 상담 기관인 한국여성의전화도 지난 16일 신당역 사건에 대한 성명을 발표하고 "국가가 피해자를 죽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피·가해자가 몸담았던 직장, 사건을 접수한 수사기관과 사법부, 여성폭력 근절에 책임이 있는 국가는 무엇을 했는가”라면서 “우리 사회의 성차별과 여성혐오를 용납하지 않음을 국가가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성단체 불꽃페미액션도 지난 17일 서울 신당역 10번 출구에서 집회를 열고 “일터에서 불법촬영과 스토킹 범죄에 노출되던 여성 노동자가 업무 중 살해당한 사건이 여성혐오 범죄가 아니고 구조적 문제가 아니라면 무엇이 구조적 문제인가”라며 “정부가 이 여성 노동자의 죽음에 대해 구조적 폭력을 시인하고, 사과하고,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15일 사건 현장을 찾은 뒤 스토킹 범죄의 '반의사불벌죄' 규정 폐지 등의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 측은 이에 더해 사건 초기 잠정조치 방법에 가해자의 위치 추적을 신설해 2차 스토킹 범죄와 보복범죄를 예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피해자 보호 강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부산대 사회학과 김영 교수는 이번 사건에 대해 “남성의 젠더기반폭력에 대해 사법부도 사회 전반도 너무 관대하다는 것을 보여줬다”면서 “구조적 성차별의 현실을 직면하려 하지 않고 어떤 상황에서든 남성을 보호하려는 사회 전반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대책 논의가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법촬영과 스토킹에 맞서 싸운 피해자의 용기를 기억하기 위해서라도 더 적극적으로 이번 참사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사회를 바꿔나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부산대 페미니즘 동아리 연합 등 부산대 학생들은 18일 부산대 넉넉한 터에 '신당역 사건' 추모공간을 마련하고 정부에 여성혐오 범죄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부산대 페미니즘 동아리 연합 제공 부산대 페미니즘 동아리 연합 등 부산대 학생들은 18일 부산대 넉넉한 터에 '신당역 사건' 추모공간을 마련하고 정부에 여성혐오 범죄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부산대 페미니즘 동아리 연합 제공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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