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BTS, 부산에 아직 오지 않았다

백현충 기자 choo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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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충 해양산업국장·한국해양산업협회 사무총장

내달 15일 부산에서 BTS(방탄소년단) 공연이 열린다. 2030세계박람회 부산 유치를 기원하는 콘서트다. 초청 인원이 당초 10만 명에서 5만 명으로 절반이나 줄었지만 부산 공연 역사를 갈아치울 신기원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온라인을 통한 실시간 스트리밍 공연 관람자를 포함하면 그 규모는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BTS가 외칠 “세계박람회 부산 유치”라는 목소리가 얼마나 크고 멀리 퍼져 나갈지 기대가 크다.

오죽하면 부산세계박람회 공동 유치위원장인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긴말이 필요 없다. 천군만마를 얻었다. 이 정도면 게임 끝났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을까. 전 세계에서 충성도가 가장 높다는 BTS 팬클럽인 ‘아미’의 지난해 온라인 콘서트 참석자가 부산세계박람회 개최 여부를 결정할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 수 170개국보다 더 많은 197개국에 달했다는 사실만으로도 BTS의 영향력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게다가 온라인 공연장을 메타버스로 시연할 수 있다고 하니 그 속에서 각국 대통령이나 총리, 대사, 혹은 그 가족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BTS 공연은 엑스포 유치 ‘천군만마’

SDG를 ‘지구적 유행어’ 만든 영향력

공연 위해 쏟아진 시민들 아이디어

‘육지 중심’ 행정 벗어나는 계기 돼야


세계박람회 부산 유치의 성공 여부를 가늠할 BTS 부산 공연이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온·오프라인 전체가 무료 공연이라고 하니 혹시 BTS를 부산에서 직접 대면할 기회가 나에게도 오지 않을까, 하는 꿈을 꾸는 부산 시민들이 얼마나 많을까. 상상만으로도 흥분된다. 그러니 주최 측이 내건 공연 슬로건부터 눈에 쏙 들어온다. ‘부산에 아직 오지 않았다’(Yet to come in BUSAN).

아직 오지 않은 것이 무엇일까. BTS일까, 세계박람회 부산 유치를 지지할 응원군일까, 아니면 세계박람회 그 자체일까. 여지를 남겨서 그 이상의 것을 상상하도록 한 홍보 전략이 놀랍다. ‘BTS와 세계박람회 이상의 것’을 기대하고 싶다.

관람객 3000만 명, 생산유발 효과 43조 원, 고용 창출 50만 명에 이른다는 경제학자들의 추정을 넘어서, 부산세계박람회는 ‘떠나고 싶은 도시’를 ‘다시 태어나도 살고 싶은 부산’으로 만들어 갈 최고의 자양분이 될 수 있다. 그것은 또 부산의 현재와 미래를 잇는 희망의 플랫폼이고, 부산세계박람회 주제처럼 ‘세계의 대전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항해’의 첫발이 될 수도 있을 테다.

BTS는 전문가들조차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SDG’(지속가능한 발전 목표) 개념을 전 세계를 관통하는 유행어로 만들었다. 지난해 9월 BTS는 유엔총회 SDG 모먼트에 참석했고, 이를 온라인으로 지켜본 전 세계 팬들이 “SDG가 뭐냐”는 질문과 답변을 소셜미디어에 쏟아 냈다. BTS가 옷깃에 단 SDG 배지는 아직도 구매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이를 두고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내가 아무리 떠들어도 BTS 효과를 내지 못한다”고 스스로를 낮췄다.

BTS 공연은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리는 것으로 최종 결론이 났다. 동해를 배경으로 한 부산 기장군 일광읍 옛 한국유리 부지는 교통과 안전 문제로 제외됐다. ‘BTS→세계박람회→부산→바다’로 이어지는 연상 효과에서 바다만 빠진 것이 아쉽지만 견딜 만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쏟아진 시민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는 부산시가 적극적으로 수렴하기를 기대한다. 특히 부산역 근처 국제여객터미널에서 대형 크루즈 선박과 쾌속선을 활용해 KTX를 타고 온 관람객들을 곧바로 기장 콘서트장으로 이동시키려 한 해상 수송 기획은 신선했다. 머리를 맞대고 생각을 모으니 평소에는 엄두를 못 낼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이다.

오래전에 경북 포항∼울산∼부산∼전남 광양을 잇는 해상 교통 아이디어가 ‘육지 중심’의 행정 시스템과 규제 때문에 무산된 일이 있는데, 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 교통망을 해결할 대안은 육지가 아니라 바다일 수 있다는 생각을 부산시가 가졌으면 좋겠다. 수륙 양용 투어버스가 내년부터 운영되고, 해상택시와 해상버스도 곧 도입된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스럽지만, 관광용이 아니라 ‘대안 교통’으로 바다를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행정 시스템 변화를 박형준 부산시장에게 촉구한다. ‘15분 도시 부산’ 비전도 해양에서 구체화될지 모른다.

부산은 해양도시다. 바다에서 미래를 구해야 하는 숙명을 지녔다. BTS 공연의 열기가 채 식지 않을 내달 25∼27일 사흘간 부산에선 ‘제16회 세계해양포럼’이 열린다. 해운, 조선, 항만, 수산, 해양과학 등 해양산업의 모든 미래를 조망하고,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서로 나눌 수 있는 지식 축제다. BTS를 세상에 내놓은 방시혁 같은 인물이 세계해양포럼을 통해서 대전환의 꿈을 꾸게 될지, 누가 알겠나.


백현충 기자 choo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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