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400원 돌파 저지”… 개입 강도 높이는 정부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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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개입·매도 물량 실개입 이어
시중은행에 달러 주문 동향 요청
외환위기 공포감 조기 진화 총력
정부 “한국 대외건전성 안정적”
미 긴축 지속… 1400원 넘어설 듯

지난 16일 원·달러 환율이 13년 5개월 만에 1399.0원을 기록하며 높은 수준으로 치솟자 외환당국이 본격적인 1400원 선 방어에 나서고 있다. 이날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업무를 보는 딜러들. 연합뉴스 지난 16일 원·달러 환율이 13년 5개월 만에 1399.0원을 기록하며 높은 수준으로 치솟자 외환당국이 본격적인 1400원 선 방어에 나서고 있다. 이날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업무를 보는 딜러들. 연합뉴스

정부가 원·달러 환율 1400원 선을 방어하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구두개입과 실개입에 이어 시중은행에 달러 주문 동향과 은행별 포지션까지 실시간으로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당국이 환율과 관련해 개입 강도를 높이는 것은 최근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오르기 때문이다. 과거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시장의 공포감을 조기에 진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실제 국가 신용도의 위험 수준을 보여 주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현재 어느 때보다 안정세를 보인다.


외환보유액 규모도 세계 9위 수준으로 한국경제의 대외건전성은 ‘안정적’이라는 것이 정부의 지배적 시각이다.

18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외환당국은 지난주 달러 거래를 하는 외국환 은행에 주요한 달러 매수·매도 현황과 각 은행의 외환 포지션을 매시간 보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외환당국의 이 같은 조치는 ‘불필요하게 달러를 사들이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다. 예상을 상회한 미국의 소비자물가와 이번 주 미국의 금리 결정을 앞두고 시장이 ‘환투기’에 나서는 것을 외환당국이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

외환당국은 원·달러 환율이 1400원에 육박한 지난 15일부터 본격적인 ‘실력 행사’에 나서는 중이다. 이날 오후 1시께 외환당국은 구두 개입과 동시에 10억 달러 가까운 달러 매도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당국의 개입 이후 1397.9원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은 40분 만에 1391원 초반대까지 떨어졌다.

외환당국의 이 같은 행보에 15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도 뒤늦게 주목받고 있다.

그는 이날 국회에 출석해 ‘환율 대응에 당국은 무엇을 하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과도한 불안은 필요 없다”면서도 “이런 현상을 넋 놓고 있을 수 있는 없다”며 의미심장한 답을 내놨다.

이어 16일에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399원으로 개장하며 1400원 선 돌파를 시도했지만, 당국의 실개입으로 추정되는 매도 물량이 쏟아진 이후 결국 1388원에 장을 마쳤다. 시장에서는 이날도 당국이 10억 달러 이상 개입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당국의 이 같은 노력에도 원·달러 환율의 1400원 돌파는 시간 문제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미국의 강도 높은 긴축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 확실히 되기 때문이다.

미국은 최근 두 차례 연속으로 ‘자이언트 스텝(기준 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데 이어 오는 20~21일(현지시간)에도 0.75~1.00%P 이상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환율이 1400원을 넘는다 해도 한국의 대외건전성 지표는 당분간 견고하게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국가 신용도의 위험 수준을 보여 주는 한국의 CDS 프리미엄은 최근 환율 급등에도 오히려 하락한 상황이다. 지난달 말에 비해 소폭 감소했지만 한국의 외환보유액 역시 7월 말 기준 4386억 달러로 세계 9위 수준이다.

추 부총리는 통화 가치의 하락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어서 현재 경제 상황을 과거 위기 때와 동일 선상에 놓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추 부총리는 최근 한 강연회에서 “(최근의 환율 급등은)외환위기나 금융위기 상황과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예의주시는 해야겠지만 과도한 불안은 불필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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