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맛' 더해진 고소한 맛 '대구뽈구이 맛'

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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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남구 문현동 국제금융센터 인근 ‘외가집’
튀긴 고기에 각종 재료 넣고 볶은 양념 별미
대가리 삶은 육수로 끓인 탕, 지리 맛도 일품

10년 만에 다시 식당을 열었다. 개업하자마자 코로나19 전염병 사태가 터져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느라 영업 제한이 생겨 장사하기가 여간 힘들지 않았다. 그런데도 문을 닫지 않고 굳건히 버텼다. 이유는 딱 한 가지였다. 맛이었다.


부산 남구 문현동 지하철 2호선 국제금융센터역 2번 출구 앞에 자리를 잡은 ‘외가집’ 조복은 대표는 원래 1997~2013년 사이에 여러 가지 식당을 했다. 메뉴는 다양했다. 정식, 솥뚜껑삼겹살, 갈빗집, 간장게장, 해물탕 등이었다. 육체적으로 너무 힘든데다 허리가 아프고 목 디스크 증세까지 나타나는 바람에 장사를 그만둬야 했다.

식당을 닫은 뒤 다른 일을 했지만 흥미를 얻지 못했다. 그는 다시 식당을 열기로 결심했다. 메인메뉴는 대구뽈구이로 정했다. 조 대표는 “우연히 한 식당에서 대구뽈구이를 먹었다. 정말 맛있었다. 나도 잘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부전시장에서 대구를 사 연습삼아 집에서 구웠다. 양념은 여러 가지를 고민한 끝에 직접 개발했다. 양념 맛은 좋았지만 고기 맛은 식당에서 먹던 것과 달랐다. 조 대표는 그 원인은 ‘불’이라고 생각했다. 가정용 가스레인지의 화력이 약해 고기를 제대로 굽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한 것이었다.

조 대표는 2020년 2월 외가집 문을 열었다. 코로나19가 발목을 잡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을 때였다. 식당에서 센불로 대구뽈을 조리했더니 기대했던 맛이 나왔다. 그녀의 예상대로 승패의 관건은 불이었다.


평일 점심시간인 낮 12시 무렵 외가집을 찾아갔다. 국제금융센터 직원으로 보이는 손님들이 식당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들이 선택한 메뉴는 거의 똑같았다. 대구뽈구이에 대구탕(매운탕)이나 대구지리(맑은탕)였다. 많은 고객이 대동소이한 메뉴를 선택한다는 것은 그 메뉴가 가장 맛있다는 방증이다.

외가집에서 사용하는 대구는 유통업체로부터 공급받은 러시아산이나 캐나다산 냉동대구다. 고기는 밤새 물에 담구어 두었다가 아침에 씻어 조리에 사용한다.

대구뽈구이는 엄밀히 말하면 ‘대구뽈튀김양념’이다. 고기에 소금 밑간을 해서 튀기듯이 바삭하게 굽고 양념을 올리기 때문이다. 양념은 육수를 기본으로 삼는다. 디포리, 보리새우, 땡초, 무, 대파, 양파, 다시마, 고추씨를 넣어 1시간 30분~2시간 우려낸 국물이다. 육수에 고춧가루, 들깨가루, 땅콩가루 등을 넣고 물엿을 첨가해 버무려 냉장고에 넣어 3~4일 숙성시킨 게 대구뽈구이의 양념이다. 손님이 음식을 주문하면 식용유에 마늘, 양파 넣고 향을 내고 다시 양념을 올려 볶은 뒤 고기에 얹는다. 양념의 맵기는 순한 맛~매운 맛까지 선택할 수 있다.


대구뽈구이는 상당히 고소하다. 적당히 부드러우면서 쫄깃한 게 씹는 맛이 좋다. 튀긴 거나 마찬가지라서 단순히 구운 것보다는 훨씬 맛있다. 고기는 중간불 이상의 강도로 튀긴다. 너무 약하게 튀기면 고기가 기름만 흡수할 뿐 맛을 제대로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구뽈찜에 사용하는 고기는 대가리 부분과 살코기 부분을 따로 육수에 삶아 냉장고에 보관한다. 손님이 음식을 주문하면 고기에 양념을 끼얹어 내놓는다. 양념은 대구뽈구이와 같은 육수를 쓰지만 들어가는 내용물이나 만드는 순서가 조금 다르다. 육수에 고춧가루, 설탕, 들깨, 땅콩가루와 마늘, 해물, 양파, 대파를 넣어 섞는다. 맨 마지막에는 양념에 삶은 콩나물을 버무려 고기 위에 올린다.


외가집의 또 다른 인기 메뉴는 대구뽈탕(매운탕)과 대구뽈지리(맑은탕)다. 두 음식에는 대구 대가리와 살코기를 따로 삶은 육수에 대파, 마늘을 갈아 넣어 우려낸 국물을 사용한다. 손님에게 대접할 때 마지막으로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콩나물은 마지막에 넣는다. 지리는 약간 얼큰하지만 국물은 고소하다. 탕은 조금 더 얼큰하다. 여러 부위를 섞은 고기는 담백하고 연해 먹기 편하다. 대구뽈구이를 먹으면서 탕과 지리를 곁들이는 맛도 꽤 좋다. 손님들이 세 가지를 세트로 먹는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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