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공적자금으로 도왔더니… 자기 뱃속만 채우는 은행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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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 경제부 금융팀장

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 부실 위기에 처한 국내 은행을 구한 건 정부의 공적자금이었다. 자금 규모만 168조 원. 이 같은 공적자금은 1998년 외환위기 사태와 2008년도 글로벌 경제 위기 때 두 차례 투입됐다.

은행의 공공성. 정부가 공적자금까지 투입하면서 부실 위기에 처한 은행을 구해야했던 이유 중 하나이다. 은행은 국내 경제 전반에 걸쳐 실타래처럼 얽혀 있다. 그렇다 보니 은행이 부실해지면 나라의 경제마저 위협받는다. 그래서 정부는 은행이 흔들리지 않도록 공적자금과 세금을 투입해 돕는다.

위기에 처하면 세금으로 도움을 받는 은행은 공공적 역할을 제대로 할까? 은행은 그동안 도움 받은 기억은 외면한 채 자기 뱃속을 채우는 데에만 혈안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국내 은행이 고객의 돈으로 ‘이자 장사’를 하며 취약계층을 외면한다는 비판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은행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도 ‘돈이 되는’ 대출 금리는 큰 폭으로 인상하는 대신 ‘돈이 안 되는’ 예금금리는 ‘찔끔찔끔’ 올린다. 그래서 국내 은행의 예대금리차는 늘 비난의 대상이 된다.

실제,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최근 2년간 국내 은행의 예대금리차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국내 은행의 예대금리차는 2020년 3분기 2.03%포인트(P)(대출 금리 2.87%·예금 금리 0.84%)에서 그 폭은 꾸준히 확대돼 올해 2분기 2.40%P(대출 금리 3.57%·예금 금리 1.17%)로 집계됐다.

또 김 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최근 2년간 국내 은행들은 수익을 많이 거둘 수 있도록 금리 상승기에는 예금 금리보다 대출 금리를 더 많이 올린 반면 금리 하락기에는 대출 금리보다 예금 금리를 더 많이 내렸다.

이 같은 이자 장사를 통해 국내 은행들이 번 수익은 수 조 원에 이르며 특히 코로나 때에는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이렇게 번 돈으로 국내 은행은 우선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코로나19로 전 국민이 힘든 상황에서도 일부 금융그룹들은 배당과 성과급 규모를 줄이지 않거나 오히려 성과급 규모를 확대했다.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은행의 모습에 국민 입장에서는 뿔이 난다. 세금 들여 도와줬더니 은행들은 자기 배만 먼저 불린다는 것이다. 은행은 막대한 수익으로 성과급 잔치를 먼저 할 게 아니라 대출 이자를 대폭 낮춰 어려울 때 도와준 국민을 챙겨야하는 것이 인지상정 아닐까?

어쨌든 그동안 ‘이자 장사’ 비판에도 꿈쩍 않던 은행들이 최근 예대금리차가 공개되면서 서로 대출이자를 먼저 낮추고 있다. 이를 두고 여기저기서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나온다. ‘은행들이 도움이 필요한 국민을 외면하다가 금융당국의 칼이 무서우니 알아서 기고 있다’고.

‘금융당국이 칼날을 세우기 전에 은행들은 대출 금리를 스스로 인하할 수 없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결국 은행은 금융당국을 무서워하는 거지 실제 그들을 도와준 국민은 뒷전 취급한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은행은 명심해야 한다. 은행의 위기에는 늘 국민의 도움이 있었다는 점을. 은행이 수익을 창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공적 역할에 대해서도 깊은 고민을 해야 한다.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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