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로널드 레이건호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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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석논설위원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공화당 경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사용해 귀에 익은 구호다. 사실은 트럼프 이전에 미국의 제40대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이 1980년 대선에서 먼저 사용한 슬로건이었다. 레이건은 집권 시기가 당시 한국의 5공·6공과 겹치면서 국내에서 평가가 다소 엇갈리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뛰어난 언변으로 국민들과의 소통을 중시해 ‘위대한 소통가’라는 별명을 얻은 사실만큼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레이건 대통령의 이름을 딴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CVN-76)’가 이번 주 후반 부산항에 입항한다. 로널드 레이건 항모전단은 부산에 입항한 뒤 이달 말께 동해에서 한·미 연합훈련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일본 요코스카시가 모항인 레이건호는 지난달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당시 중국의 군사적인 위협에 맞서 대만 인근 해역에서 활동해 왔다. 미국의 항모가 국내에 입항하는 것은 북한의 6차 핵실험 뒤인 2017년 11월 이후 약 5년 만이라니 급박하게 돌아가는 정세 변화를 짐작할 수 있다.

레이건호는 미국 해군이 현재 운용 중인 원자력 추진 니미츠급 항공모함 10척 중 하나다. 니미츠는 제2차 세계 대전의 태평양 전선을 승리로 이끈 체스터 니미츠 제독을 기리기 위해 붙인 이름으로, 소위 ‘네임쉽(name ship)’ 함명이다. 아이젠하워, 루스벨트, 링컨, 워싱턴, 트루먼, 레이건, 부시 등 대통령 이름을 딴 니미츠급 항공모함이 지금도 전 세계를 돌아다니고 있다. 이들 항공모함의 선체 길이는 300m, 승조원은 6000명이 넘는다고 한다. 핵연료봉의 수명은 20년이 넘어 이론적으로 20년간 쉬지 않고 움직일 수 있다. 각종 항공기 80여 대를 탑재하고 막강한 공격력을 자랑하니 가히 ‘떠다니는 군사기지’로 불릴 만하다.

레이건호의 한국 방문은 점차 확대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일환으로 해석된다. 레이건호의 입항과 한·미 연합훈련은 나아가 중국에 대한 견제 성격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걸 불편하게 생각할 중국을 어떻게 다독거려야 할지가 당면한 고민이다. ‘레이건 독트린’은 과거 레이건이 대통령이던 시절 미국의 공산주의 국가에 대한 강력한 압박정책이었다. 미국이 가치동맹을 강조하면서 자기편을 끌어모을수록 러시아와 중국 관계도 가까워지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신냉전이 시작되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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