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 최대 조문외교의 장… 일반인 대기 행렬 8km까지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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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엘리자베스 2세 장례식

각국 정상 등 2000여 명 참석
축구 스타 베컴도 13시간 줄 서
BBC ‘대기줄 날씨 예보’ 방송
장례 행렬 참관 100만 명 추산

19일(현지시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장례식이 거행되는 런던 웨스트민스터사원에 주요 내빈이 자리를 잡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9일(현지시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장례식이 거행되는 런던 웨스트민스터사원에 주요 내빈이 자리를 잡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8일 서거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에 대한 추모 열기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정도로 강렬했다. 전례 없는 시민의 추모 행렬이 이어졌고, 세계 각국의 정상이 참석한 국장을 두고는 ‘지구상 최대 조문외교의 장’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한국시간으로 19일 오후 7시부터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엄수된 국장은 역대 최대 규모였다. 주요국 정상, 왕족 500명을 포함해 2000명이 참석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와 전직 총리, 훈장 수여자들도 여왕의 마지막길을 함께했다.

경찰은 장례 행렬을 보기 위한 인파도 1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안전 대책을 마련했다. 스튜어트 콘데 메트로폴리탄 경찰 부국장은 “단일 행사로서 이번 장례식은 2012년 런던올림픽보다도, 플래티넘 주빌리(여왕의 즉위 70주년 기념행사)보다도 더 크다”고 말했다.

국장은 이날 오후 8시쯤 끝났으며, 오후 7시 55분에는 짧은 나팔소리와 함께 2분간 영국 전역에서 묵념을 했다. 묵념 시간에는 항공기 이착륙이 모두 중단됐다.

찰스 3세 국왕과 커밀라 왕비는 18일(현지시간) 공식 리셉션을 통해 주요국 외빈을 맞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8일 여왕의 관이 안치됐던 웨스트민스터홀을 찾아 여왕의 관을 바라보며 손을 가슴에 댄 채 추모했다. 조문록에는 “엘리자베스 여왕은 직무를 위한 변함없는 헌신으로 전 세계의 존경을 받았습니다”라고 썼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영국인 모두에게 위로의 말을 전한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내 어머니를 떠올리게 했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부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도 웨스트민스터 홀을 찾아 조의를 표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장례식이 거행되는 동안 ‘조문 외교’도 곳곳에서 이뤄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 영국, 프랑스 등 각국 정상을 잇따라 만나 가벼운 대화를 나눴으며, 나루히토 일왕도 네덜란드 빌렘 알렉산더 국왕 부부 등과 환담했다.

찰스 3세는 이날 성명을 내고 “지난 10일 동안 영국과 전 세계에서 받은 조의와 애도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며 “우리는 사랑하는 어머니, 고인이 된 여왕에 애도를 표하기 위해 발걸음을 해주신 모든 분들께 헤아릴 수 없이 감동했다”고 말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 대한 뜨거운 추모 열기는 그간 기록적인 장면들을 연출했다. 지난 14일부터 19일까지 런던 웨스트민스터홀에서 이뤄진 일반인 조문에는 추운 가을 날씨에도 대기 행렬이 최대 8km까지 늘어났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현지 매체는 일반인 조문 대기줄 현황을 수시로 업데이트하기도 했다. 영국 BBC 날씨에는 ‘대기줄 예보’까지 등장했다.

영국 당국은 “새벽 낮은 기온에도 30시간이 넘는 매우 긴 대기 행렬을 예상한다”고 경고했으며, 실제 장시간 대기하던 중 2명이 탈진하는 일도 빚어졌다. 영국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도 일반인과 함께 13시간 줄을 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대기 행렬 자체가 연구 대상이 됐다. 영국 에식스대 롭 존스 정치학 교수는 대기자의 인구 구성과 동기 등을 파악하기 위해 조문객 4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줄을 선 이유에 대해서는 ‘여왕에게 감사를 표하기 위해’가 가장 많았고 ‘역사적 순간을 위해’가 뒤를 이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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