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만 쌓은 남항 방재호안, 침수 막기는커녕 저수지 돼 피해 키웠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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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구간 1km 중 절반만 완공
방재시설 없는 쪽으로 물 넘어와
냉동창고·음식점 등 침수 피해
추가 공사 빨라도 4년은 걸려

20일 부산 서구 남부민동 '부산 남항 방재호안'과 주변 친수공간 모습. 지난 6일 닥친 태풍 '힌남노'로 인해 이 일대가 한동안 침수됐다(작은 사진). 정대현 기자 jhyun@·독자 제공 20일 부산 서구 남부민동 '부산 남항 방재호안'과 주변 친수공간 모습. 지난 6일 닥친 태풍 '힌남노'로 인해 이 일대가 한동안 침수됐다(작은 사진). 정대현 기자 jhyun@·독자 제공

부산 서구 남부민동 남항 일대 월파와 침수를 방지하기 위해 '부산 남항 방재호안'이 건설됐지만 태풍 상륙으로 방재호안 등 방재 시설이 없는 쪽으로 바닷물이 넘어 들어와 고이면서 침수 피해를 키우는 등 제대로 된 방재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 변화 등으로 초강력 태풍의 발생이 잦아지고, 이에 따른 피해가 커지고 있는 만큼 방재 시설 보완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 서구청은 서구 남부민동 등대로 일원 부산 남항 방재호안 구간의 태풍 피해를 접수 중이라고 20일 밝혔다. 해당 구간에 있는 냉동창고, 음식점 등 8곳 정도와 방재호안 안쪽 완충 공간인 친수공간이 태풍 ‘힌남노’ 여파로 일부 시설이 망가져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이다.

초강력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월파를 방지하는 남항 방재호안 안쪽 친수공간의 침수 피해가 유난히 컸다. 방재호안이 없는 힐스테이트이진베이시티 앞 해상에서 월파로 바닷물이 육지로 흘러들어왔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친수공간은 바닷물로 가득 찼고, 친수공간과 인접한 냉동창고와 음식점에도 바닷물이 흘러 들어갔다. 당시 월파로 육지로 흘러 들어온 바닷물은 배수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특히 방재호안이 물을 가두는 역할을 하면서 침수 피해는 더욱 커졌다.

인근 냉동창고 관계자는 “방재호안이 생겨 피해가 적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방재호안이 없는 쪽에서부터 바닷물이 흘러 들어오면서 수산물과 가공시설 등이 잠겼다”며 “피해액이 10억 원을 훨씬 넘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쪽짜리 방재호안 건설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항 방재호안 건설은 2016년 해양수산부의 ‘제3차 항만기본계획 수정 계획’에 포함된 사업으로 2017년 부산항건설사무소가 실시설계를 하며 사업이 추진됐다. 사업 구간은 남항 서방파제~송도해수피아 500m 구간으로,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인 힐스테이트이진베이시티 앞 구간은 ‘항만시설 설치 예정 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추후 방재시설이 필요하면 추가로 방재호안을 건설하는 쪽으로 계획이 잡혔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사업 규모가 커지면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야 해 구간을 나눠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침수 피해가 심했던 구간부터 먼저 방재호안을 설치하는 쪽으로 방향으로 잡았고, 이후 상황에 따라 나머지 구간에 방재호안을 설치하기로 계획을 수립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방재호안이 추가 건설되지 않는다면 태풍 내습 때마다 이 같은 침수 피해에 또다시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부산시는 힐스테이트이진베이시티 앞 500m 구간에 방재호안이 설치돼야 월파를 원천 차단하고 침수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추가 방재호안 완공까지는 빨라야 4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태풍이 올 때마다 인근 상가와 아파트의 월파와 침수 피해가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부산시 해양농수산국 관계자는 “준공이 완료된 방재호안은 물 수위에 따라 바다 쪽으로 자연 배수가 가능하도록 설계돼 있다. 하지만 방재호안이 없는 쪽으로 파도가 밀려 들어오다 보니 배수 한계를 초과해 물이 가득 찬 것으로 보인다”며 “침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여러 방안을 고민 중이다”고 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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