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게 왔다” 분위기 뒤숭숭… 부울경특별연합 운명 ‘시계 제로’

김영한 기자 kim01@busan.com ,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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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 행정통합 제안 변수 등장
불씨 되살리기 어렵다는 게 중론
계획한 사업도 정상 추진 힘들어
울산 소재 특별연합 합동추진단
경남 이탈로 사실상 ‘마비’ 상태

지난해 7월 29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 컨벤션홀에서 열린 부울경 특별지방자치단체 합동추진단 개소식에서 부울경 시도지사와 시도의회 의장들이 ‘부울경 특별지방자치단체 설치’ 협약식을 갖고 있다. 부산일보DB 지난해 7월 29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 컨벤션홀에서 열린 부울경 특별지방자치단체 합동추진단 개소식에서 부울경 시도지사와 시도의회 의장들이 ‘부울경 특별지방자치단체 설치’ 협약식을 갖고 있다. 부산일보DB

경남도의 난데없는 행정통합 제안에 따른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부산과 울산·경남이 20년 이상 논의해 부산울산경남특별연합(부울경특별연합) 출범이라는 해법까지 찾아낸 메가시티 구축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또 다른 길을 가야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벌써부터 쏟아진다.

특히 올 4월 공식 출범해 내년 1월 사무개시에 들어가기 위한 준비를 해 온 부울경특별연합의 운명이 당장 불투명해졌다. 특별연합 추진이 어려워지면 정부와 부울경 3개 시·도가 위임하기로 결정한 도로·철도 건설, 산업 진흥 사업, 인력 양성 사업 등이 올스톱될 위기다. 당연히 각 정부부처에서 지원하기로 한 예산 역시 확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개점 휴업 들어간 합동추진단

경남도가 부울경특별연합 이탈을 공식화하면서 메가시티 출범의 산파 역할을 맡은 합동추진단은 뒤숭숭한 분위기다. 울산 울주군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 있는 합동추진단 관계자들은 경남발 행정통합 제안 소식에 말을 아끼면서도 답답해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합동추진단 관계자는 “공식 입장은 없다”면서도 “사실상 올 것이 왔다는 느낌도 든다. 이미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는 상황에서 (부울경특별연합 출범을 위한)이번 기회마저 놓친다면 다시는 기회가 오지 않을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부울경특별연합 합동추진단은 내년 1월 1일 본격 사무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이번 경남의 이탈 결정으로 업무의 방향성을 넘어 존립 자체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6·1 지방선거 직후부터 경남과 울산의 재검토 입장에 따라 추진단 역시 특별연합 준비에 차질을 빚고 있었는데 경남이 아예 발을 빼기로 하면서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져 버렸다.

부울경특별연합의회 구성, 통합단체장 선출 작업은 고사하고 특별연합 청사 위치를 결정할 추천위원회 구성 업무 역시 손을 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37명 규모 특별연합 조직과 인력 구성안에 대한 행정안전부 승인도 감감무소식이다. “부울경 안에서조차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는데 어떻게 정부 협조를 기대할 수 있느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합동추진단 안팎에서는 “부울경특별연합도 쉬운 일이 아닌데 그보다 난도가 높은 행정통합이 가능할지 의문”이라는 말이 나온다. 추진단 관계자는 “공식 지침이 내려오기 전까지 기존에 하던 매뉴얼 작업 등을 보완하고 맡은 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부울경 협력 사업 추진도 불투명

부울경특별연합이 완전히 좌초된 상황은 아니다. 경남도가 지난 두 달간 진행한 ‘부울경특별연합 실효성 분석 연구 용역’에서 특별연합이 실효성이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는 결과를 19일 발표했을 뿐 실효성 있는 조치에 들어가지는 않은 상태다.

경남도는 향후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3개 시·도지사 회동을 이달 내 추진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러나 경남도가 공개적으로 행정통합을 제안한 만큼 기존 특별연합 추진 불씨를 다시 살리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부울경광역연합은 3개 시·도가 협약을 통해 광역 연합 형태의 특별지자체를 만드는 방식이어서 어느 한 곳이 불참하겠다면 강제할 수는 없다.

지방자치법에도 특별지자체는 2개 이상 지자체가 규약을 제정해 신청하면 행정안전부 승인을 받아 설치되는 구조다. 이들 지자체가 초광역 발전계획을 수립하면 중앙 정부가 지원 여부를 결정한 후 지원하게 된다. 어느 한 곳이 불참해 무산된다면 정부도 굳이 지원할 이유가 없다. 부울경특별연합은 3개 지자체가 참여하고 있어 나머지 2개 지자체가 따로 추진하는 문제는 별도로 검토될 수는 있다.

부울경특별연합이 좌초된다면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위임받아 추진할 사업 역시 정상 추진이 어렵다. 부울경이 특별연합을 추진하면서 세운 초광역권 발전계획은 선도사업(1단계) 30개와 중장기사업(2단계) 40개를 담고 있는데 필요 예산은 최대 35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추산도 있었다.

이 가운데 1단계 사업 30개는 내년부터 예산을 확보하면 추진에 들어갈 수 있었다. 초광역 발전계획상 2023년부터 추진할 1단계 사업에는 7조 5300억 원가량(국비는 4조 9600억 원)이 필요하고, 별도로 진행될 개별 사업 사업비까지 포함하면 이 규모는 15조를 상회한다. 특별연합 추진이 중단되면 향후 이들 사업 추진이나 예산 확보 역시 장담하지 못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특별연합 위임 사업들은 부산~양산~울산 광역철도, 부산신항~김해JCT 고속도로 등 광역 도로·철도 건설 같은 핵심 현안들이다. 정상 추진이 어려우면 부울경 주민 불편이 더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

부산시 관계자는 “특별연합이 중단된 상태는 아니며, 향후 3개 시·도 단체장 회동에서 또 다른 해법이 나올 수 있다고 보고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김영한 기자 kim01@busan.com ,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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