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회담 일정 아직도 ‘오리무중’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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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안 둘러싼 양측 기 싸움이 배경
성사돼도 유의미한 결론 난망 분석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7차 유엔총회 일반토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7차 유엔총회 일반토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엔총회를 계기로 성사될 것으로 예상됐던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 일정이 아직 ‘오리무중’이다.

당초에는 21일이 유력한 날짜로 거론됐다. 표면적인 이유는 한국 측의 정상회담 일정 선(先) 발표에 대한 일본의 불만 때문이지만, 강제동원 노동자 배상 문제 등을 현안을 둘러싼 기싸움이 배경에 깔린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회담이 우여곡절 끝에 성사되더라도 유의미한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와 관련, 일본 아사히신문은 이날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기시다 총리가 한국 대통령실이 지난 15일 유엔총회 계기로 한·일정상회담을 하기로 합의해놓고 시간을 조율 중이라고 발표한 것에 대해 “그렇다면 반대로 만나지 않겠다”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정상회담은 통상 개최 사실이 확정되면 양국이 동시에 발표하는 게 외교 관례다. 기시다 총리는 전날 미국으로 출국하기 직전에도 한·일정상회담 관련 질문에 “현재 일정은 아직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지난 15일 한·일정상회담 합의 사실을 전하면서 “양측이 서로 이번에 만나는 것이 좋겠다고 흔쾌히 합의됐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미국 뉴욕 현지 브리핑에서 “일본의 보도에 대해 일일이 확인하거나 반응을 보이지 않겠다”고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그러면서 “외교 일정은 유동성과 변동성이 항상 존재하는 것”이라면서 “그것이 변동된다고 해서 철회라거나 입장 번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런 입장을 감안하면 양측 간에 신경전이 있더라도 결국 한·일정상회담은 열릴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일정 발표 문제로 정상회담 자체가 결렬된다면 양 정상 모두 국내외적으로 엄청난 정치적 부담을 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본 측의 부정적인 태도는 회담 의제에 대한 불만이 반영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기시다 총리의 발언과 관련, “일본 정부는 징용공(일제 강제동원 노동자의 일본식 표현) 문제 등에 대한 해결책을 한국이 제시하는 것이 (한·일정상회담의)전제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회담이 성사된다고 해도 원론적인 수준의 대화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만에 하나 양측이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해 회담이 무산될 경우 정부의 외교력에 대한 혹독한 비판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과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양자 회담 일정은 최종 조율을 거쳐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정상회담에서는 한국산 전기차를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통화 스와프 등이 논의될 전망이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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