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2022] 아시아영화의 창/뉴 커런츠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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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한 시선·묵직한 여운 그려 낸 젊은 아시아 감독들

‘아시아영화의 창’ 상영작 ‘나나’(위에서부터) ‘우리 최고의 순간’ ‘조이랜드’. BIFF 제공 ‘아시아영화의 창’ 상영작 ‘나나’(위에서부터) ‘우리 최고의 순간’ ‘조이랜드’. BIFF 제공

아시아영화의 창

신인·중견 감독들 화제작 소개

‘나나’‘우리 최고의 순간’‘조이랜드’

여성 관점 사회 조명한 작품 다수

팬데믹 다룬 ‘토라의 남편’도 눈길



아시아영화에 관심이 많은 관객이라면 ‘아시아영화의 창’과 ‘뉴 커런츠’ 섹션에 주목해보자.

‘아시아영화의 창’은 아시아의 중견감독과 신인감독의 신작과 화제작을 소개하는 부문이다. 권위와 권력, 노동자, 팬데믹, 여성 등과 관련된 사회 문제를 바라보는 아시아 감독들의 다양한 시각을 엿볼 수 있다. 올해 이 섹션에는 다양한 장르의 영화 서른 편이 초청됐다.

올해는 여성을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보거나 여성의 눈으로 사회를 조명한 작품이 여러 편 눈에 띈다. 인도네시아의 카밀라 안디니 감독이 만든 ‘나나’는 혼란스러운 권력의 격변기를 겪은 한 여성의 연대기를 그린다. 여성 감독의 눈으로 바라본 섬세한 감정선과 연출, 담담한 시선이 어우러져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다. 베를린영화제에서 최우수조연상을 받은 모델 출신 배우 라우라 바수키의 연기도 주목할만하다.

중국 리우유린 감독의 ‘우리 최고의 순간’은 가파른 자본주의화가 이뤄진 중국 대도시에서 살아가는 한 여성의 삶을 비춘다. 라디오 진행자이면서 싱글맘인 이티안을 중심으로 이혼한 전남편과의 관계, 현재의 연인, 알코올 문제가 있는 아버지, 음식 배달로 생계를 이어가는 사촌과의 관계를 찬찬히 비춘다. 올해 BIFF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될 예정이다.

칸영화제에서 주목할만한 시선 심사위원상을 받은 파키스탄 출신 사임 사디크 감독의 ‘조이랜드’도 만날 수 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뭄타즈를 주인공으로 종교적이고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억압되고 착취되는 젠더와 섹슈얼리티의 문제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이란 사에드 루스타이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레일라의 형제들’도 사회에 잔재한 가부장제의 권위와 체면을 비춘다. 부모와 네 명의 형제를 돌보는 마흔 살 레일라가 주인공이다. 감독은 가족 각자의 사연을 다루면서 인간 욕망, 확고한 자본주의 질서 등을 차분한 시선으로 비춘다.

‘아시아영화의 창’ 상영작 ‘리틀 블루’(위에서부터) ‘모범생 아논’ ‘토라의 남편’. BIFF 제공 ‘아시아영화의 창’ 상영작 ‘리틀 블루’(위에서부터) ‘모범생 아논’ ‘토라의 남편’. BIFF 제공

그런가 하면, 디지털 성폭력을 다룬 작품도 있다. 타이완 출신 이이팡 감독의 ‘리틀 블루’는 디지털 성폭력과 성적 착취에 쉽게 노출되는 사회에 살고 있는 10대 소녀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영화는 자신의 성적 쾌락을 알아가고자 하는 10대 여성에게 가로 놓인 성적 욕망과 수치심, 폭력 사이의 좁은 경계를 그린다.

권위와 권력을 날카롭게 파헤친 영화들도 관객을 찾는다. 태국 출신의 소라요스 프라파판 감독은 ‘모범생 아논’에서 권위적인 학교 제도에 맞선 ‘불량 학생’ 운동을 비춘다. BIFF 아시아영화아카데미 출신으로 태국 사회를 풍자한 단편들을 선보여 국제무대에 이름을 알린 소라요스 프라파판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인도네시아 감독인 막불 무바락의 ‘자서전’도 돋보인다. 군 장성이 퇴역 후 고향에 내려와 선거 출마 준비를 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하고 BIFF 아시아영화아카데미에서 영화를 공부한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영화는 폭력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회적 부조리와 개인의 아이러니를 함께 조명해 묵직한 여운을 전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을 조명한 영화도 있다. 인도의 리마 다스 감독의 영화 ‘토라의 남편’(2022)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오랫동안 폐쇄한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을 비추며 팬데믹 이후 달라진 삶을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들여다보는 작품이다. ‘노래하는 불불’(2018)과 ‘빌리지 록스타’(2017)를 만든 감독의 신작이다.


뉴 커런츠

신인 아시아 감독 등용문 역할

10편 중 단 2편 선정 경쟁 부문

싱가포르 한류 팬 다룬 ‘아줌마’

‘침묵의 장소’‘괴인’ 등 기대작

‘뉴 커런츠’ 상영작 ‘아줌마’. BIFF 제공 ‘뉴 커런츠’ 상영작 ‘아줌마’. BIFF 제공

‘뉴 커런츠’는 아시아 영화의 미래를 이끌 신인 감독들의 첫 번째 또는 두 번째 장편 경쟁 부문이다. 26년간 아시아 감독의 등용문 역할을 해왔으며 아시아영화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올해는 모두 10편의 작품을 선보인다. 최우수작 2편에는 뉴 커런츠상을 수여한다.

선정작 중에서는 싱가포르 허슈밍 감독의 ‘아줌마’가 눈길을 끈다. 한류에 푹 빠진 싱가포르의 아줌마가 한국 여행을 계획하며 벌어지는 일을 담는다. 싱가포르의 베테랑 배우인 홍휘팡이 주연으로 나섰고 배우 정동환, 강형석, 여진구 등이 나서 극의 재미를 더한다.

영화 ‘침묵의 장소’는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된다. 말레이시아 출신의 샘 쿠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시각적으로 강렬한 현실의 이미지와 과거의 폭력적인 이미지를 교차하며 관객의 시선을 끌어들인다. 샘 쿠아 감독의 대담하면서 섬세한 연출력이 돋보인다.

이외에도 이정홍 감독의 ‘괴인’과 일본 구보타 나오 감독의 ‘천야일야’, 인도 아미르 바쉬르 감독의 ‘그 겨울’과 자이샨카르 아리아르 감독의 ‘그 여자 쉬밤마’, 이란 출신 나데르 사에이바르 감독의 ‘노 엔드’, 베트남 마르쿠스 부 마인 끄엉 감독의 ‘메멘토 모리: 어스’, 임오정 감독의 ‘지옥만세’, 태국 타파니 루스완 감독의 ‘다시 찾은 블루’ 등이 스크린에 걸린다. 이 가운데 ‘괴인’은 독특한 소재나 주제를 내세우기보단 신중하지만 능청스러운 자세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나 흐르고 있는 일상의 리듬을 전한다. 정한석 프로그래머는 “너무 신기해서 잔상이 오래도록 남는다”고 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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