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 기업 위상 최악, 지역 정치권 책임 통감하라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1000대 기업 중 부산 27곳, 해마다 감소
수도권 학생 88% 지방대 졸업 후 돌아가

사진은 지난해 4월 28일 부산롯데호텔에서 열린 ‘코로나19 위기 극복 부산시-부산상공회의소 정책협력 간담회’에서 박형준 부산시장이 기업인들의 건의에 대한 답을 하고 있는 모습. 부산일보DB 사진은 지난해 4월 28일 부산롯데호텔에서 열린 ‘코로나19 위기 극복 부산시-부산상공회의소 정책협력 간담회’에서 박형준 부산시장이 기업인들의 건의에 대한 답을 하고 있는 모습. 부산일보DB

전국 매출액 기준 1000대 기업 중 부산 기업이 27개사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지역에 기업이 없으니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몰리는데, 심지어 수도권 청년이 지방대학에 진학하더라도 이들 중 88%는 취업을 위해 다시 수도권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소멸은 결국 기업 소멸과 청년 소멸로 나타나고 있다. 전국 어디에 사나 행복한 대한민국을 백번 외쳐 본들 객관적인 지표로 나타나는 이게 지역의 현실이다. 지역이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지역 민의를 대변하는 지역 정치권은 뭘 하고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시점이다.


지역에 기업이 없고 일자리가 없다는 게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통계 숫자로 확인되는 기업 현실은 참담하다. 부산상공회의소 기업동향분석센터는 2021년 기준 전국 매출액 1000대 기업 중 부산 기업은 27개사라고 밝혔다. 이는 2002년 조사 이후 최저치로 처음으로 30개사 밑으로 떨어졌던 2020년의 29개사보다 2개사가 더 줄어든 것이다. 역대 최고치였던 2008년의 55개사에 비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100대 기업에는 단 한 곳도 들지 못했다. 전국 매출액 1000대 기업 중 751개사가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 집중됐다. 100대 기업으로 범위를 좁히면 수도권에 92개사(서울 78개사)가 편중됐다. 수도권 공화국이라는 게 달리 있는 말이 아니다.

지역에 기업이 없으니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전국의 20대 인구 7만 명이 수도권으로 이동한 것으로 집계됐다.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몰리는 이유는 결국 대학 진학과 취업 때문이다. 수도권 대학의 정원이 제한된 상태에서 수도권 고등학교 졸업자가 늘어나면 어쩔 수 없이 비수도권 대학에 진학하는 경우가 있는데 최근에는 비수도권 대학에 가기보다 대학 진학을 아예 포기하는 경우도 늘었다. 지방대학에 진학하더라도 88%는 취업을 위해 다시 수도권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쯤 되면 지역은 사람 살 곳이 못 된다는 말이 나올 법하다. 지역의 기업 소멸과 청년 소멸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추세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다. 1000대 기업에 포함되는 부산 기업의 숫자는 매년 줄어들고 있고 수도권으로 가는 청년들의 숫자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이 같은 사태에도 지역 소멸을 해결해야 할 지역 정치권은 어떤 정책적 대안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역 소멸을 막겠다며 힘들게 만들어 놓은 부울경 메가시티 하나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게 지금 정치권의 현주소다.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에도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게 지역 정치인들이다. 기업이 쪼그라들고 청년들이 떠나는 지역의 추락에 대해 지역 정치인들이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