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약탈 문화재 반환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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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부장

지난주부터 이번 주 초반까지 전 세계 주요 뉴스는 영국 여왕 서거와 장례에 관한 소식이었다. 장례식에 세계 주요국 정상과 왕족 등 2천 명이 참석했고, 전 세계로 생중계됐다. 여왕의 헌신과 노고에 대한 추모 메시지도 이어졌다.

그러나 추모 메시지와 함께 여왕의 서거에 대한 환영 메시지 또한 흘러나왔다. 대부분 영국의 식민 지배로 인해 엄청난 고통을 겪었던 나라에서 나왔다. 세계사를 전공한 이들 사이에선 영국을 ‘세계사의 악당’으로 부를 정도로, 식민지 시대 영국의 만행은 엄연한 사실이다. 악랄했던 노예무역을 비롯해 식민지 국민들을 잔인하게 탄압하고 유린했다.

이 같은 역사 때문에 여왕의 서거를 계기로 영연방 국가들의 탈퇴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더불어 영국이 수탈한 문화재와 유물을 반환하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영국박물관은 세계 최대 박물관이라는 자부심과 함께 ‘세계 최대 장물보관소’라는 오명도 안고 있다. 이집트 상형문자의 비밀을 푼 열쇠로 유명한 이집트 로제타석을 보려면 정작 이집트가 아니라 영국박물관으로 가야 한다. 이곳의 대표적인 약탈문화재인 베냉브론즈 수천 점은 영국이 원주민을 학살하고 마을을 불태운 후 뺏어온 것들이다.

물론 영국뿐만 아니라 프랑스 루브르 등 세계적인 박물관들이 크게 사정이 다르지 않다.

문화재를 빼앗긴 나라들은 수십 년째 반환을 요구하고 있지만, 대부분 거절당한다. 선진국의 뛰어난 기술로 유물을 잘 보존하며 작은 나라에 있는 것보다 유명한 박물관에 있으면 더 많은 사람에게 유물을 알릴 수 있다고 말한다. 문화재를 빼앗긴 나라들이 여전히 개발도상국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는 약점을 이용한 변명이다.

식민지와 전쟁의 역사가 얽힌 나라의 지도자가 방문할 때면 단골로 사과 메시지가 등장한다. 하지만 진정한 반성과 화해는 뺏은 걸 돌려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300여 년 동안 아이슬란드를 지배했던 덴마크는 법을 개정하면서까지 아이슬란드 문화재를 반환했고, 이런 덕분에 양국 관계는 식민지 경험에도 아주 우호적이다.

연구에 따르면, 한국 문화재를 많이 강탈한 국가는 일본(44%), 미국(25%), 중국(6%), 영국(4%), 프랑스(3%) 순이라고 한다. 한국과 이들 나라의 관계 증진에 약탈 문화재 반환은 중요한 디딤돌이 될 수 있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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