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교육감실 압수수색… 부산 교육계 ‘충격 넘어 참담’(종합)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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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수 교육감 검찰 수사 이유와 교육계 반응

공직선거법 유사기관 설치 금지 조항 위반
검찰, 혐의 있다 판단에 전격 압수수색
하 교육감 “성실히 수사에 임할 것” 발표
부산시교육청 구성원들 당황한 기색 역력
지역 교육계, 업무 수행 가능할까 우려

22일 오전 부산지검 관계자들이 부산 부산진구 양정동 부산시교육청 교육감 사무실과 정책소통비서관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22일 오전 부산지검 관계자들이 부산 부산진구 양정동 부산시교육청 교육감 사무실과 정책소통비서관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하윤수 부산시교육감에 대한 검찰 수사로 교육감실이 사상 처음으로 압수수색을 당하자 부산시교육청은 충격에 휩싸였다. 지역 교육계는 사전 선거운동 혐의를 포함해 하 교육감을 겨냥한 수사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교육의힘’ 선거용 유사기관 의혹

하 교육감을 비롯해 검찰 조사 대상에 오른 포럼 교육의힘 일부 임원은 공직선거법이 정한 유사기관 설치 금지 조항을 위반한 혐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은 선거사무소와 선거연락소를 제외하고는 명칭 여하를 불문하고 이와 유사한 기관·단체·조직 등 유사기관을 설립하거나 이를 이용해 선거운동을 펼쳐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만일 해당 포럼이 정관과는 달리 하 교육감을 위한 선거운동을 펼쳐 왔다면 위법 소지가 있다.

하 교육감은 22일 오전 일찍부터 불시에 이뤄진 자택과 사무실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하 교육감은 ‘성실하게 수사에 임하고, 교육감직도 최선을 다해 수행하겠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이날 오후 늦게 발표했다. 하 교육감은 검찰 측에서 압수수색 이유로 밝힌 사전 선거운동 혐의는 지난 선거 과정에서 상대 후보 측에서 제기한 무차별적인 고발 사안 중 하나이며, ‘포럼 교육의힘’이 특정 교육감 후보의 선거운동을 돕는 사조직이란 내용으로 지난해 12월 선관위 조사를 받은 뒤 단순 경고 처분으로 종결된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하 교육감은 “취임 100일 앞두고 부산교육 수장을 대상으로 한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고발 행위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부산 학생과 학부모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어 우려스럽다”며 “해당 사안이 명명백백히 밝혀질 때까지 성실하게 수사에 임할 것이며, 그 과정에서 부산교육에 한 치의 업무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직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하 교육감은 이날 자택에서도 동시에 압수수색이 이뤄지면서 출근을 하지 않았다. 업무보고와 명지가온유치원 개원식 등 오전 일정에도 불참했고, 오후에 대구에서 예정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참석 일정도 취소했다.

■사상 첫 교육감실 압수수색 ‘충격’

유례없는 교육감실 압수수색에 부산시교육청 구성원들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부산지검 공공·국제범죄수사부는 이날 오전 8시께 수사관들을 파견해 시교육청 교육감실과 정책소통비서관실, 하 교육감과 비서관 자택 등지에서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날 압수수색은 오전 11시 30분까지 3시간 넘게 진행됐다.

시교육청 한 직원은 “오전에 업무 보고를 위해 교육감실을 찾았다가 보고받을 상황이 아니라고 해서 돌아왔는데, 뉴스를 보고 압수수색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직원들이 직접적으로 얘기는 안 하지만, 모두들 어안이 벙벙한 상태”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직원은 “다들 해야 할 업무가 있어서 일은 하고 있지만, 분위기가 어수선해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압수수색 사실이 알려지면서 촬영 등을 위해 취재진이 몰려 시교육청 내부가 한때 혼잡을 빚기도 했다. 취재진을 제외하면, 워낙 비밀리에 조용히 압수수색이 이뤄진 탓에 압수수색이 끝날 때까지 해당 사실을 모르는 직원들도 있었다.

지역 교육계는 교육수장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게 되자 충격을 넘어 참담하다는 반응이다. 앞서 7월 학력 허위기재에 따른 선거법 위반 혐의로 사건이 검찰에 송치된 데 이어 이번 사전 선거운동 혐의까지 더해지면서, 하 교육감의 의지와 달리 앞으로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 가능할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역 교육계의 한 원로 인사는 “교육청 부서 사무실도 아니고 최후의 보루인 교육감실이 압수수색을 당하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져 참담한 심정이다”면서 “이번 사태로 아이들이나 시민들이 부산교육을 어떻게 바라볼지가 제일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직선제의 부작용으로 보고 현행 교육감 선거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지역의 한 교육계 인사는 “지금과 같은 교육감 선거 방식은 교육적이지도 않고 아이들의 미래에도 도움이 안 된다”며 “직선제는 반드시 폐지하고, 임명제나 러닝메이트제 등 다른 대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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