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다라’의 작가 김성동 25일 별세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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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75세 일기로 별세한 소설가 김성동. 부산일보 DB 25일 75세 일기로 별세한 소설가 김성동. 부산일보 DB

장편 <만다라>와 <국수>로 유명한 김성동 작가가 25일 오전 건국대충주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75세. 2019년 요산김정한문학상을 수상한 고인은 지난 몇 개월간 암 투병을 하다가 세상을 떠났다.

1947년 충남 보령 출생인 작가는 한국전쟁 와중에 아버지를 잃었다. 그의 아버지는 조선 시대 명문가의 후손으로 일제에 저항한 독립운동가였고, 해방 후 좌익 활동을 하다가 한국전쟁기에 충남 대덕군 산내면 골령골에서 좌익 인사들과 함께 학살당했다. 그의 어머니는 남편의 뜻을 좇아 여성해방의 이상을 실천하기 위해 충남 보령지역 남로당 여맹위원장을 지냈다.

그는 장편 <만다라>의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연좌제의 사슬 탓에 고등학교를 중도에 그만두고 입산 출가해 12년간 승려 생활을 했다. 1976년 환속한 그는 2년 뒤 <한국문학> 신인상에 중편 소설 ‘만다라’로 당선했으며, 이 작품은 이듬해 장편으로 개작 출간되면서 문단에서 주목받았다. <만다라>는 출가 6년째 ‘병 속의 새’라는 화두를 풀지 못하던 수도승 법운이 지산이라는 파계승을 만난 뒤 수도 생활의 변화를 맞는 과정을 그렸다. 법운의 수행과 방황을 통해 한국 사회 병폐와 세속적인 불교를 비판한 이 작품은 1970년대 이문열의 <사람의 아들>과 함께 주목받았다. 1981년 임권택 감독이 동명 영화로 제작했으며 배우 안성기가 법운 역을 연기했다. 1992년 프랑스를 시작으로 해외에 번역 출간되기도 했다.

고인은 생전에 “아버지와 어머니로 인해 소설가라는 형극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소설가 ‘쯩’을 얻은 것은 오로지 어머니, 아버지의 슬픈, 그러나 참으로 자랑스러운 삶을 세상에 알리기 위함이었다”고 요산김정한문학상 수상 인터뷰에서 말했었다.

당시 그의 수상작은 소설집 <민들레꽃반지>였다. 그 소설집은 작가 부모와 연좌제에 시달린 가족사를 고백하는 자전적 단편 세 편을 묶은 것으로, 좌우 이념적 대립이 한 나라의 민족성을 어떻게 갈라놓고 나아가 개인의 삶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보여주었다.

그의 또 다른 대표작으로는 <국수(國手)>와 <꿈>이 있다.

<국수>는 1991년 <문화일보> 창간호에 연재를 시작한 이후 27년 만인 2018년 6권으로 완간했다. <국수>는 임오군변과 갑신정변 무렵부터 동학농민운동 전야까지 각 분야 예인과 인걸이 한 시대를 풍미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꿈>은 1999년부터 2000년까지 <불교신문>에 연재한 소설로 젊은 승려 능현과 여대생 희남의 꿈결같이 애틋한 사랑과 구도의 문제를 다룬 작품이다.

고인은 다섯 살 때부터 할아버지 앞에서 무릎 꿇고 앉아 천자문을 배운 실력으로 <김성동 천자문>도 냈다. 그 책은 하늘의 섭리, 땅의 원리. 인간의 도리를 고스란히 담은 한 편의 장시로 읽히기도 한다. 고인은 이태준문학상 현대불교문학상 신동엽창작기금 등을 받았다.

빈소는 충북 충주 건국대충주병원 장례식장 5호실에 마련됐다. 장례는 27일 오전 9시 한국작가회의와 한국문인협회, 국제펜한국본부, 한국소설가협회 등 문인단체들이 공동 주관하는 ‘소설가 김성동 선생 한국 문인장’으로 열린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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