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 시절 교육 기관 격차 취학 후 교육 격차에 영향”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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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방과후 시간 활용 분석
소득 적을수록 방과후학교 의존
“취학 이전 아동 정책 지원 필요”

해당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는 유치원 이미지 자료사진. 부산일보DB 해당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는 유치원 이미지 자료사진. 부산일보DB

부산에서 유아 시절 교육격차가 초등학생 입학 이후 방과후 시간 활용의 교육적 격차로 이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소위 가정배경이 좋은 영어유치원 출신 학생들의 독서·자기주도학습 시간과 스마트폰 학습 활용도가 일반유치원·어린이집 출신보다 높은 것으로 확인돼 유아 시절부터 교육격차를 줄이기 위한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29일 부산시교육청 교육정책연구소가 개최한 ‘2022 부산교육종단연구(BELS) 학술대회’에서 부경대 원효헌(교육컨설팅학과) 교수 연구팀은 유아기 교육기관의 차이가 취학 후 방과후 시간 활용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연구진은 ‘출발선이 같은 교육을 위한 과제 탐색’을 연구 주제로 2016년 당시 부산지역 초등학교 4학년인 학생 패널 2839명(영어유치원 출신 161명, 일반유치원 출신 2234명, 어린이집 출신 444명)의 6학년 때까지 3년치 방과후 시간 활용 관련 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영어유치원 출신 학생들 중 독서를 전혀 안 하는 비율은 5학년 때 3.6%, 6학년 때 8.6%인 반면, 어린이집 출신 학생은 5학년 때 10.7%, 6학년 때 17.5%로 2~3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방과후 자기주도학습을 전혀 안 하는 비율 역시 5학년 때 영어유치원 출신(13.4%)보다 어린이집 출신(19.8%)이 많았고, 6학년 때는 13.7% 대 21.1%로 차이가 더 벌어졌다.

또 스마트 기기를 학습에 이용하는 시간도 초등학교 4~6학년 3년 내내 영어유치원 출신 학생이 가장 많았고, 이어 유치원 출신, 어린이집 출신 순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방과후학교 참여율의 경우 영어유치원 출신보다 어린이집 출신이 높았는데, 가정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계층일수록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초등학교 6학년의 경우 영어유치원(44.8%)과 일반유치원(49.9%) 출신의 방과후학교 참여율은 40%대인 반면, 어린이집 출신은 59.3%로 훨씬 많았다.

연구진은 가족구조(양친가정 여부), 부모학력, 가구소득 등을 기준으로 연구 대상 학생들의 가정배경이 영어유치원-일반유치원-어린이집 출신 순으로 좋다는 점을 근거로, 가정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유아교육기관 선택과 관련 있다는 사실을 이번 연구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즉, 가정배경에 따른 유아기 교육기회의 격차가 초등학생 입학 이후 방과후 시간의 교육적 활용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이번 연구에서 확인된 셈이다.

연구진은 계층에 따른 교육기회 격차가 학령기 이전부터 발생할 가능성이 확인된 만큼 유아 시절 교육기회의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유치원 무상교육, 취학 전 유아 의무교육 등 유아교육에 대한 국가책임을 강화하는 정책을 조속히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번 연구 결과를 발표한 부경대 이자형 박사는 “우리 사회의 교육경쟁이 양적 팽창을 넘어 질적 분화 단계에 들어섰고, 그 단계가 유아교육까지 하향화했다”며 “계층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특히 취학 이전 시기에 대한 적극적인 정책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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