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부일영화상과 허창도

천영철 기자 cyc@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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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부장

매년 10월이면 ‘영화의 도시’ 부산의 열기는 정점에 달한다. 우선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다음 달 5일부터 14일까지 영화의전당 등 부산 전역에서 개최된다. 코로나19 때문에 ‘반쪽 개최’를 했으나 올해는 좌석을 100% 운영하며 3년 만의 정상 개최에 나선다.

영화제 기간인 다음 달 6일 부일영화상 시상식도 해운대 시그니엘 부산 그랜드볼룸에서 열린다. 최우수작품상, 최우수감독상, 주연상, 조연상 등 15개 부문을 시상한다. 최우수작품상을 놓고 영화 ‘당신 얼굴 앞에서’ ‘브로커’ ‘비상선언’ ‘한산: 용의 출현’ ‘헤어질 결심’이 경합 중이다. 최우수감독상 부분에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김한민, 박찬욱, 변성현, 홍상수 감독이 후보로 올랐다. 올해 부일영화상 트로피를 누가 차지할 것인지를 두고 벌써부터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부산일보사가 주최하는 부일영화상은 1958년 한국 최초의 영화상으로 출범했다. 그해 3월 27일 부산 국제극장에서 제1회 시상식을 개최하면서 시작을 알렸다. 부산일보 1958년 3월 28일 자 3면을 보면 당시 부일영화상에 전국적인 이목이 쏠렸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부일영화상은 그동안 부산이 영화의 도시로 자리매김하는 데 큰 역할을 한 데다 한국 영화계 발전을 견인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부일영화상의 역사와 관련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은 언론인이자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등을 역임한 고 허창도(1927~2000·필명 허창) 선생이다. 〈부산일보 70년사〉에 따르면 고인은 부산일보사에서 문화부장·논설위원·편집국장을 역임했다. 특히 부일영화상 제정을 주도했다. 부산일보 지면에 영화 논평을 게재, 영화 평론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기도 했다. 1958년 3월 20일에는 부산 문인들과 함께 한국 최초의 영화평론 모임인 부산영화평론가협회도 출범시켰다. 그는 1968년부터 3회에 걸쳐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부산지부장을 연임하는 등 부산 예술 발전에도 헌신했다.

고인의 영화 사랑은 그의 아들인 허문영 BIFF 집행위원장에게로 이어졌다. BIFF를 진두지휘하는 허 위원장은 “선친은 낙도 주민들을 위해 현장을 찾아가 상영회를 개최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했는데 어린 저를 많이 데리고 다니셨다. 그러다 보니 저도 모르게 선친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고 회상했다. 허창도 선생이 뿌린 씨앗은 이제 한국 영화를 보듬는 울울한 숲으로 성장했다. 부일영화상과 BIFF에 대한 많은 관심과 성공 개최를 기원한다. 천영철 문화부장 cyc@busan.com


천영철 기자 cyc@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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