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코로나19 다음 재난 대비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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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의수 신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코로나19 대유행의 끝이 보인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지난달 14일 이런 낙관적 전망을 하였다. 9월 초 10만여 명에 육박했던 우리나라 코로나19 확진자 수도 한 달 만에 2만여 명 수준으로 급감하고 있다. 항체 형성률도 전 국민의 97.4%에 달해 팬데믹은 이제 막바지에 이른 느낌이다.

사회적 불평등 연구의 석학으로 꼽히는 로버트 라이시 교수는 코로나19가 미국 근로자들을 전문경영인 등 원격근로자(35%), 간호사·보육사 등 필수종사자(30%), 생계 압박의 불충분 급여자(25%), 이주노동자 등 잊힌 자(10%)들로 나누었다고 분석했다. 원격근로자들에게는 코로나19가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였지만 필수종사자들에게는 과중한 부담을 안겼고, 불충분 급여자와 잊힌 자들에게는 팍팍한 시련의 시기가 되었다. 모두에게 힘든 시기인 것 같았지만 팬데믹은 따뜻한 햇볕을 사회 기득권층에게만 비추었고, 여타 계층을 냉혹한 그늘로 내몰아 사회경제적 격차를 확산시켰다.

초유의 코로나 팬데믹 사태

사회경제적 격차 확산시켜

재난 필수업무 급여 줄고

취업자는 급격한 고령화

새 바이러스 등장 우려

사회 필수업무 여건 개선을

초유의 세계적 재난인 코로나19를 맞이하면서 국제노동기구(ILO)는 팬데믹 시기 최일선에서 사람들의 기본적 욕구를 해결하는 노동자를 필수노동자로 정의했다. OECD 역시 재난 일선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보건의료, 식품소매업, 운수업 등의 종사자들을 필수노동자(essential worker)로 지정하고 지원하도록 권고하였다. 우리나라도 국민의 생명, 신체의 보호와 직결되는 보건·의료, 돌봄서비스, 비대면 사회의 안정적 유지를 위한 택배·배송, 환경미화, 산업 전반에 영향을 주는 운송 분야 등을 필수 업무로 지정하고 종사자에 대한 보호·지원에 관한 법률을 지난해 5월 제정했다. 부산시 역시 2021년 1월 13일 광역시·도 중 일찌감치 관련 조례를 제정한 바 있다.

지난 4년간 지역 고용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부산노동권익센터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결과가 나타났다. 첫째,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전체 취업자가 2.4%P 증가한 반면 재난 필수업무종사자는 15.2%P나 증가했다. 팬데믹 재난 시기 필수업무의 사회적 수요가 급증하였음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동년기 전체 취업자 급여는 247만 9000원에서 9만 4000원 증가한 반면 재난 필수업무종사자는 오히려 4만 8000원 감소하였다. 이는 필수업무종사자의 노동시간 감소가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재난 시기 더 중요한 일자리로 많은 사람이 유입되었지만 경제적 처우는 더 나빠졌고 노동시간은 줄어들었으며 노동 강도는 훨씬 강해졌다.

셋째, 취업자의 급격한 고령화 추세이다. 전체 취업자 평균 연령은 2019년 51.2세에서 2021년 1.8세 증가하였지만 필수업무종사자는 동기간 53.6세에서 3.9세 증가하여 더 빠른 속도로 고령화되고 있다. 2021년 배달원 평균 연령은 47.2세, 자동차 운전원 56.1세, 돌봄·보건 서비스 57.7세, 가사·육아도우미 60.8세였고, 특히 청소·환경미화원은 69.3세로 70세에 육박하였다. 코로나19 동안 노후 소득보장에 취약한 고령 인력을 돌봄, 청소 등 진입장벽이 낮은 재난 필수업무영역 저임금노동자로 대거 흡수한 결과이다. 넷째, 필수업무종사자들은 근로환경이 열악하고 플랫폼업체의 특수고용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아 고용개선에 매우 취약하다. 개인사업자처럼 일하는 배달, 돌봄, 청소 등의 노동자들은 더욱 고된 생활로 내몰리게 되었다. 땀으로 범벅된 방역복으로 온종일 버텨 낸 팬데믹 최일선의 공공부문 간호사, 보건직 공무원의 근로환경 열악함도 마찬가지였다.

재난 필수업무종사자로 분류하는 것은 이들의 업무가 재난 시 국가와 사회, 국민의 안전과 생명에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안전은 재난에 봉착했을 때 우리 모두의 삶의 안전과 바로 직결된다. 저임금과 낮은 처우, 취약한 안전관리, 변변한 휴게실조차 없는 상황에서 재난 필수업무종사자들은 코로나19의 힘든 상황을 감당해 내어야 했다. 2002년 사스부터 2009년 신종독감, 2012년 메르스, 2019년 코로나19까지 21세기 네 번의 세계적 신종 바이러스 사태를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또 다른 바이러스가 다시 닥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수많은 기후재앙과 크고 작은 재난도 일상화되고 있다. UN 등 국제기구에서는 통상적인 대응력을 넘어 닥치는 위기를 재난으로 규정하고 있다. 재난 필수업무종사자들의 대처역량이 높을수록 재난의 크기는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경제적 부가가치는 낮지만 사회 필수업무에서 일하는 이들을 위한 쉼터·휴게실, 백신 접종과 방역 우선 조치, 생활임금 보장, 관련 법제 개선 등의 노력은 결국 나와 우리 모두의 안전을 지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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