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수어통역센터, 청각장애인 위한 버팀목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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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대 수어통역센터 부산지원본부장

지난 3년간 코로나19로 많은 국민이 어려움을 겪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19년 12월 정부 부처 발표, 공익 방송 등에 수어통역을 지원하면서 코로나19 방역 방송에서도 수어통역사를 만날 수 있게 됐다. 청각장애인들은 정보를 쉽게 취득하게 되면서 한국 사회 일원임을 깨닫는 좋은 계기가 됐다. 하지만 청각장애인에게는 여전히 수어통역 서비스가 부족하다.

지금까지 부산지역에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통역 지원, 상담, 문화, 취미, 교육, 취업, 수어교육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지역사회재활시설의 역할을 수어통역센터가 해오고 있다.

하지만 하루하루 증가하는 청각장애인들의 수어통역 욕구 증대로 각종 민원(법률, 취업, 관공서 이용) 해결, 가족문제 상담, 심리적 부적응 대한 출장 통역서비스 등을 해소하기에도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 부산에는 6곳의 지역수어통역센터(북구, 금정구, 서구, 수영구, 사하구, 해운대구)와 1곳의 수어통역지원본부(연제구)가 설립돼 있다. 하지만 지역 수어통역센터의 경우 상주인원이 4명으로 그 중 청인 수어통역사(3인)과 청각장애인통역사(1인) 그리고 비상근(무보수) 센터장이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보건복지부 사업 안내에 따르면 수어통역센터 운영 관련 센터 인력 지원 기준에는 5인(센터장 1인, 수어통역사 4인 이상(청각장애인인통역사 1인 포함)을 권고하고 있지만 부산은 아직 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수어통역센터장의 유급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대부분 지역에서 센터장 임금이 지원돼 수어통역센터의 역할 확립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 하지만 부산의 경우 수어통역센터 설립 초기부터 센터장은 무보수(명예직)이어서 지난 20년간 부산지역 수어통역센터장들의 경제적 어려움과 박탈감이 가중되고 있다.

수어통역센터에 방문하는 청각장애인의 경우 개인적 내밀한 부분까지 처음 보는 수어통역사에게 개인의 사정을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에 개인적 문제들은 먼저 같은 장애를 가지고 있는 센터장이나 청각장애인 통역사를 통해 상담하고 센터장이 가장 적합한 수어통역사를 배정해 수어통역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뿐만 아니라 수어통역센터장은 센터를 관리·감독하고 청각장애인 당사자 입장에서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통역서비스 질을 높이고 문맹 청각장애인의 통역 지원(중계통역), 가족문제 상담, 수어통역센터의 지역 사랑방 역할, 청각장애인들의 입장 대변, 지역사회 자원연계 네트워크 구축 등 보다 활발하고 전문적인 역할 확립을 수행하고 있다. 센터장의 임금 지원을 통해 보다 체계적인 센터 운영이 필요한 이유다.

아울러 전문화되는 수어통역사들의 역할에 부합하는 처우 개선도 반드시 필요하다. 전문수어통역사들은 1~2년 수련 기간으로는 결코 양성할 수 없으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본분을 다한 수어통역사들이 경제적 어려움으로 이직하는 모습을 보면 참으로 안타깝다. 경험 많고 우수한 수어통역사들이 수어통역센터에서 개인적 성취감도 느낄 수 있고 회원들도 질 좋은 통역서비스를 받는 환경이 하루빨리 조성되기를 기대한다.

청각장애인에게 수어통역센터는 단순히 수어통역을 지원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는다. 이들이 사회와 소통하고 정보를 교류하는 만남의 장소이자 사회에서 소외당하지 않도록 지원하는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담당하는 기관으로 자리매김하는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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