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원전 부지에 수명 연장분 핵폐기물까지 ‘덤터기’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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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 관련 3개 특별법안 계류
사용후핵연료 저장 면죄부 이어
노후 원전 재사용분까지 허용
사실상 영구 핵폐기장 전락 우려
부산·울산 지역 거센 반발 불러

부산 기장군 장안읍 고리원자력본부 고리 1~4호기 전경.부산일보DB 부산 기장군 장안읍 고리원자력본부 고리 1~4호기 전경.부산일보DB

국회가 특별법안으로 원자력발전소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즉 사용후핵연료를 원전부지에 저장해도 문제되지 않도록 ‘면죄부’를 주는 것도 모자라 일부 법안에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 내용까지 담은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원전 부지가 영구 핵폐기장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넘어 수명 연장 기간 동안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까지 떠안게 돼 부산·울산을 비롯한 ‘원전 밀집 지역’의 강한 반발이 불가피하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영식(경북 구미시을) 의원은 올 8월 30일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등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어 하루 뒤인 3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인선(대구 수성구을) 의원도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및 유치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앞서 지난해 9월 15일 더불어민주당 김성환(서울 노원구병) 의원이 대표발의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까지 포함하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사용후핵연료 처리 관련 특별법안은 모두 3건이다.


애초 김성환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원전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의 설치·운영을 처음으로 합법화해 지역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올 8월에 김영식 의원과 이인선 의원이 발의한 법안 또한 원전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을 설치·운영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김성환 의원 법안과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국민의힘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 때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까지 원전부지에 저장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 비판을 산다. 김영식 의원 법안 제32조 2항에는 “부지내저장시설의 저장용량은 해당 원전부지 내 건설 또는 운영 중인 발전용원자로의 계속운전을 포함한 운영기간 동안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는 양을 초과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해당 조항에서 말하는 ‘계속운전’은 수명 연장을 말하는 것으로 이 기간에 추가로 생기는 사용후핵연료까지 원전부지 내에 저장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같은 당 이 의원 법안 제33조 6항에도 “부지내저장시설의 저장용량은 부지 내 발전용원자로에서 운영허가를 받은 기간 동안 연료로 사용되는 예측량을 초과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언급돼 있다. 법안이 밝힌 ‘운영허가 기간’에 대해 수명연장 기간까지 염두에 뒀다는 게 이 의원 측의 설명이다.

현재 고리원전을 비롯한 경수로의 사용후핵연료는 모두 수조에 보관돼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고리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저장 포화 시점을 2031년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리원전에도 사용후핵연료 지상 저장시설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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