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근무 환경 개선이 먼저인데… ‘승선예비역’ 중도 포기 차단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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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입취소 폐지’ 법 개정 추진
이헌승 의원, 병무청 대책 질타

이종섭 국방부 장관(오른쪽)과 이기식 병무청장이 지난달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종섭 국방부 장관(오른쪽)과 이기식 병무청장이 지난달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군부대 근무 대신 해운·수산 업체 선박에 승선해 병역 의무를 대체하는 ‘승선근무 예비역’의 사회복무요원 전환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폭언·폭행 등 인권침해 사례가 계속되면서다.

이같은 상황에도 병무청은 근무 환경 개선 대신 편입취소제도 폐지를 위한 법 개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논란이 인다.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국민의힘 이헌승(부산 부산진을) 의원이 5일 공개한 ‘최근 5년 산업지원인력 편입취소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집계된 승선근무 예비역의 편입취소자는 207명이다. 2018년(70명) 대비 그 숫자가 3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최근 5년간 승선근무 예비역 편입취소자는 증가세를 보였다. 2019년 84명에서 2020년 59명으로 잠시 줄어들었지만 2021년에는 174명으로 또다시 늘어났다.

이는 같은 산업지원인력으로 분류되는 전문연구, 산업기능 요원과 비교해도 증가폭은 확연히 차이가 난다. 전문연구요원은 2018년 24명에서 올해 8월까지 42명(1.75배), 산업기능요원은 2018년 1661명에서 올해 8월까지 1111명(0.66배)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 번 배를 타고 나가면 반 년 넘게 배에서 생활하는 까닭에 인권침해 사례가 끊이지 않는 것이 원인이다. 이 의원실에 따르면, 승선근무 예비역 인권침해 피해신고 사례는 △2018년 1건 △2019년 6건 △2020년 3건 △2021년 2건 △2022년 2건 등으로 매년 계속되고 있다. 이 가운데 승선자의 단순 폭언, 폭행을 넘어 성추행도 벌어지고 있었다.

또한 열약한 선박 근무 환경도 문제다. 병무청이 실시한 실태조사 실적 및 평가결과에서 60점 이하를 받아 불합격한 업체는 2018년 2곳에서 2019년 8곳 2020년 6곳 2021년 9곳으로 늘어났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국민의힘 이헌승(부산 부산진을) 의원. 부산일보DB 국회 국방위원장인 국민의힘 이헌승(부산 부산진을) 의원. 부산일보DB

이같은 상황에도 병무청은 근본 원인을 해소하려는 노력은 여전히 부족했다. 이 의원실이 공개한 ‘산업지원인력 원(본인)에 의한 편입취소자 증가에 따른 대책 보고’ 문서에서 병무청은 해결 방안으로 “단기적으로 지정업체 근무 환경 개선 등을 위한 대책을 우선 시행하고 편입취소 증가 시 장기적으로 희망에 의한 편입취소제도 폐지를 위한 병역법 개정 검토”라고 밝혔다.

단기 계획으로 ‘근무 환경 개선’을 명시했지만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원에 의한 취소자 발생업체 평가 감점 및 인원 배정 제한’ 등 업체에 패널티를 부여한다거나 ‘신규 편입자, 복무관리담당자 교육자료 보완 및 교육 실시’ 등 승선근무 예비역을 교육하는 방안에 그쳤다. 그러면서 해당 보고서 마지막 장에서는 ‘중·장기 대책으로 본인 희망에 의한 승선근무예비역 편입취소 제도 폐지’ 등 병역법 개정을 담았다.

이 의원은 “근본적인 원인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병역법 개정은 승선근무 예비역들을 도로 바다 위의 감옥과 인권 사각지대로 몰아넣는 악법이 될 것”이라며 “열약한 선박 근무환경 개선 방안과 폭증하는 승선근무예비역 편입취소를 방지하기 위한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한편, 승선근무 예비역은 한해 1000명이 배정돼 근무하고 있으며 해양수산부장관이 지정한 학교를 졸업하고 자격을 갖추면 해당자는 3년 간 지정된 선박에서 복무하고 이후 40세까지 전쟁, 국가 재난 등 유사시 강제로 국가필수선박에 운항요원으로 차출된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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