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세상의 비참 이겨 내는 것, 서로를 믿고 돕는다는 것!”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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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작 ‘바람의 향기’ 기자회견

모하게흐 감독, 네 번째 작품
영화 속 전기기사로 직접 출연
영화 통해 인간애·용서 그려 내
“BIFF, 이란 영화 발전에 도움”
고 김지석과의 추억 떠올리기도

허문영(왼쪽) 집행위원장과 하디 모하게흐 감독이 5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개막작 ‘바람의 향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허문영(왼쪽) 집행위원장과 하디 모하게흐 감독이 5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개막작 ‘바람의 향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국제영화제는 늘 예술영화가 자유롭게 숨쉴 수 있게 균형을 잡아 줬습니다. 이란 영화의 발전에도 많은 도움을 줬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제작자와 감독들도 부산국제영화제를 좋아하고, 항상 참여하고 싶어 합니다.”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작 ‘바람의 향기’의 감독 하디 모하게흐의 말이다. 5일 오후 BIFF 개막식에 앞서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그는 부산과도 인연이 깊다. 앞서 그의 두 번째 장편영화 ‘아야즈의 통곡’(2015)으로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상과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을 수상한 바가 있기 때문이다. 네 번째 영화인 ‘바람의 향기’가 BIFF 개막작으로 선정돼 7년 만에 다시 부산을 찾았다.


이번 영화가 개막작으로 선정된 데 대한 소감을 묻자 모하게흐 감독은 “왜 개막작으로 선정됐을까에 대한 의문이 늘 머릿속에 있었다”며 허문영 BIFF 집행위원장에게 되레 질문을 던졌다. 허 집행위원장은 “굉장히 단순한 이유다. 영화가 좋아서”라고 명쾌하게 답했다.

‘바람의 향기’는 사람에 대한 믿음을 확인시켜 주는 영화다. 느리고 담담하게 타인에게 선의를 베푸는 인물들을 담아 낸다. 등장 인물들은 장애를 지닌 사람들이거나 장애물에 걸려 어찌할 바를 모르는 사람들이다. 그럴 때마다 그들은 서로를 외면하지 않고 작은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BIFF 측은 “숱한 영화가 세상의 비참에 주목하는 동안 그 비참을 이겨내는 인간의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귀한 작품”이라고 이 영화를 소개했다.

감독은 영화 속 전기 기사로 직접 출연한다. 전기가 끊어져 고생하는 장애인 부자를 돕기 위해 가난한 형편에도 휴가를 내고 사비를 쓴다. 감독은 “선의는 인간의 본성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란 사람이기 때문에 서로 도와주는 게 아니라 어떤 사람이라도 휴머니티가 있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영화는 어떤 특정한 장소가 아닌 인간에 대해 말하는 것이고, 어떤 나라에서도 통하는 보편성을 이야기한다”고 강조했다.

영화에서 타인을 돕는 것은 여유 있거나 힘이 센 사람들의 일이 아니다. 심지어 하반신 장애가 있어 거동이 불편한 인물이 가던 길을 멈추고 바늘 귀에 실을 꿰지 못해 애를 먹는 노인을 돕기도 한다. 이 영화는 누군가를 돕는 장면만으로 잊을 수 없는 풍경을 만들어낸다.

연인을 만나러 가는 시각 장애인을 위해 전기 기사가 만들어 준 꽃다발이, 마침내 연인에게 전달되는 장면은 이 영화가 시가 되는 순간으로 꼽힌다.

직접 연기 한 이유에 대해서는 “이런 유형의 연기는 전문 배우가 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며 “대사가 거의 없고, 침묵의 순간이 많아 저만이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영화를 통해 인간애와 용서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는 모하게흐 감독. 부산을 다시 찾은 소감에 대해서는 “집에 돌아온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미스터 김(고 김지석 BIFF 전 수석 프로그래머)과의 추억도 떠올랐고, 한국 사람들의 환대에 따뜻한 느낌을 받았다”고 답했다.

허 집행위원장은 “모하게흐 감독도 우리처럼 김지석 선생님의 빈자리를 느끼고, 그리워하고 있는 것 같다”며 “올해 BIFF에서 그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상영하니 많은 관심을 가져 달라”고 덧붙였다.

올해 BIFF는 코로나를 딛고 3년 만에 모든 좌석을 100% 운영한다. 관객 수 전망에 대한 질문에 허 집행위원장은 “아직도 극장에 오는 것을 망설이는 분들이 있는 점을 감안하면, 2019년의 80~90% 정도 되지 않을까 보고 있다”고 답했다.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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