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2호기 연장 주민 의견수렴 ‘겉치레’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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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장 위해선 ‘평가서’ 주민 공람 필요
대상 주민 388만 명 중 공람자 750명
전문적 내용에 의견서 제출도 힘들어

고리원전 2호기의 설계수명 연장을 위한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주민 공람이 형식적 절차에만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고리 2호기 전경. 부산일보DB 고리원전 2호기의 설계수명 연장을 위한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주민 공람이 형식적 절차에만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고리 2호기 전경. 부산일보DB

내년 4월 8일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고리원전 2호기’(부산 기장군 장안읍)의 수명 연장을 위한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공람 과정에서 실제 공람한 주민이 극소수에 그쳐 “주민 의견수렴이 요식행위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원자력발전기의 경우 수명을 연장하려면 ‘원자력안전법’에 따라 환경에 미치는 방사선 영향을 평가한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주민 공람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회재 의원이 10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수원이 파악한 고리 2호기 설계수명 연장을 위한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 대한 주민공람자 수는 약 750명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공람 대상 주민 387만 9507명 중 단 0.02%에 불과한 수치다.

지자체별 공람 인원은 16개 대상 지자체 중 부산 2곳(동래구 4명, 연제구 2명), 울산시 3곳(남구 4명, 북구 18명, 울주군 21명) 및 경남 양산시 1곳(1명) 등 총 6개 지자체 50명이며, 나머지 10개 지자체의 공람 인원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외 온라인 열람은 700명 이상으로 확인됐다고 한수원은 밝혔다.

한수원은 “원자력안전법 시행령에 따라 지자체는 공람 시 제출받은 의견을 사업자에게 통지하게 되어 있으나, 공람 인원 수는 제출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 공람 인원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주민들이 방사선환경영향평가 보고서를 열람하더라도 의견서를 제출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고서 분량만 거의 500쪽에 육박하는 데다, 내용 또한 전문적인 내용으로만 채워져 있어 내용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온라인 열람의 경우 문서를 내려받지 못하게 하고, 해당 사이트에서만 읽을 수 있도록 해놔 사실상 제대로 된 열람이 불가능하다.

윤석열 정부는 고리 2호기 외에도, 고리 3호기(설계수명 만료일 2024년), 고리 4호기(〃2025년), 한빛 1호기(〃2025년) 등의 설계수명 연장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현재와 같은 절차로는 사실상 주민 의견 수렴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회재 의원은 “노후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큰데도 주민들의 의견 수렴은 형식적인 절차에만 그치고 있다”면서 “윤석열 정부가 결론을 미리 내려두고 하는 것이 아니라면 주민 의견 수렴이 확실하게 이뤄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의 제한적 공람 방식이 아닌, 영향평가서의 주요 내용을 해당 주민들에게 송부함으로써 주민들의 편의성과 의견수렴을 확대할 수 있도록 ‘원자력안전법’을 개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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