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약 독하다’ 편견 탓에… 전문 치료 외면하는 무좀 환자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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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피부사상균 감염으로 발생
증상 관계없이 적극적 치료 중요
일부 남은 균, 증식·재발 많아
발톱 무좀, 경구제 치료 꼭 필요

인제대학교 부산백병원 피부과 김효진 교수가 손톱 무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부산백병원 제공 인제대학교 부산백병원 피부과 김효진 교수가 손톱 무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부산백병원 제공

대한피부과학회는 지난달 피부건강의 날을 맞아 ‘무좀에서 살아남기’를 주제로 국민건강 캠페인을 진행했다. 무좀은 가족 간 전염 등을 통해 흔하게 걸리면서 일단 한번 생기면 좀처럼 낫지 않는 질환인데, 건강에 치명적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 만큼 대부분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데다, 민간에 퍼진 잘못된 통념도 완치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학회가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무좀 인식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70.5%가 병원을 찾아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실제 증상이 발현됐을 때 병원을 찾는 경우는 18.8%에 불과했다. 이는 응답자의 88.4%가 ‘무좀약이 독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어 부작용에 대한 우려 때문에 치료를 꺼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인제대학교 부산백병원 피부과 김효진 교수는 “과거 항진균제 등의 치료제가 광과민증이나 간 손상을 일으켰던 것 때문에 약이 독하다는 편견이 많은데, 현재는 안전하고 부작용이 작은 약들로 대체됐다”고 강조했다.


■각화·지간·수포형으로 구분

무좀은 여러 종류의 피부사상균의 감염으로 발생하는 진균 감염증인데 가장 대표적인 감염균은 적색 백선균으로 알려져 있다. 번식력이 굉장히 강해 발에 생긴 무좀균이 발톱, 손톱은 물론 허벅지, 몸통, 두피까지 확산하기도 한다. 발 무좀(발 백선증)은 크게 △각화형 △지간형 △수포형으로 나뉜다.

‘마른 무좀’으로도 불리는 각화형 무좀은 발바닥 전체에 걸쳐 정상 피부색의 각질이 두꺼워진다. 주로 발뒤꿈치에 하얗게 각질이 일어나며, 각질을 긁으면 고운 가루처럼 떨어지기도 한다. 만성적으로 진행하고, 가려움, 냄새, 통증 등의 증상이 별로 없는 경우가 많다. 각화형의 경우 오랜 기간 무좀이 생기고 없어지기를 반복하는데, 방치하면 각질이 점점 더 두꺼워지고 피부층에 변화가 올 수 있다.

지간형은 무좀에서 가장 많은 유형으로 발가락 사이 각질이 벗겨지고 하얗게 짓무르면서 균열이 생기고 악취가 난다. 특히 발가락끼리 맞닿아 있는 네 번째와 다섯 번째 발가락 사이에 가장 잘 나타난다. 가려움증이 동반되며 치료하지 않으면 봉와직염으로 진행될 수 있다.

수포형 무좀은 발바닥이나 발 옆에 크고 작은 수포(물집)가 생기는 것으로 심한 가려움증과 함께 통증을 동반해 일상에 큰 불편을 준다. 건조되면 두꺼운 황갈색가피를 형성하고 긁으면 미란(피부나 점막의 표층이 결손된 것)이 형성될 수 있다.

■발톱 무좀은 먹는 약 치료 필수

무좀은 피부병변이 있고 검사로 원인균이 확인되면 증상 여부에 관계없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특히 치료는 균이 소실될 때까지 지속돼야 한다. 김효진 교수는 “대개 환자들은 가려움이 발생하면 불편해서 치료하다가도 사라지면 임의로 치료를 중단하는데, 본인은 다 나았다고 생각하지만 일부 남은 균이 다시 증식하게 되면 재발이 흔히 나타나며, 다른 부위로 퍼지거나 다른 사람에게 전파될 위험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무좀을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손·발톱과 사타구니, 엉덩이로 흔히 전파되고, 얼굴이나 두피까지도 퍼질 수 있다. 발·발톱과는 달리 다른 부위의 경우 진단이 어려워서 치료가 지연되는 경우가 많아 무좀 단계에서 치료해야 한다.

무좀 치료는 가렵다고 긁지 말고, 통풍을 잘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증상이 가벼운 경우에는 연고나 크림, 로션, 겔, 용액 같은 바르는 약을 먼저 사용해 볼 수 있으나, 효과가 충분하지 않고 재발하는 경우, 병변이 넓은 경우에는 먹는 약과 함께 쓰는 것이 필요하다.

문제는 전문의약품인 먹는 약의 경우 독하다는 인식이 있어 부작용을 우려해 복용을 꺼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경구용 약을 먹으면 발진·가려움 등 피부 트러블이 생기거나, 간이 나빠지고, 속이 메스꺼워지거나, 면역력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이에 대해 김효진 교수는 “과거 경구제로 쓰였던 ‘케토코나졸’이라는 약제의 경우 심각한 간 손상을 유발할 수 있어 무좀약은 간 독성이 심한 약이라는 인식이 특히 고령층을 중심으로 강하게 남아 있다”며 “하지만 현재 경구제로 많이 사용하는 테르비나핀의 경우 복용 전 간 기능검사에서 이상이 없는 경우에는 약제사용에 따른 추적 검사를 권장하지 않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특히 발톱 무좀의 경우 경구제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며 최소 3개월은 복용해야 한다. 경구제 단독으로 치료 반응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에는 도포제나 레이저와 같은 병용치료를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하고, 발톱이 너무 두꺼워 지거나 모양 변형이 심한 경우 발톱을 수술적으로 제거하기도 한다.

■발 깨끗하게 씻고 잘 말려야

김효진 교수는 “무좀은 단순히 불결하다는 이유만으로 생기지 않으며, 반대로 청결을 유지하는 것만으로 무좀이 치료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무좀은 가까이 있는 가족으로부터 주로 옮게 된다. 직접 접촉하지 않더라도 수건이나 집 여기저기에 떨어진 각질의 지속적인 노출을 통해서도 전염되므로 무좀 진단을 받으면 본인은 물론, 가족으로의 전파를 막기 위해서 균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피부사상균은 습하고 따뜻한 환경에서 잘 자란다. 신발이나 양말을 신어 발이 밀폐된 상태로 오래 지속될수록 균이 더 쉽게 증식되는 만큼 통풍이 잘되는 신발을 신고, 외출 후 발을 깨끗하게 씻은 뒤 잘 말려야 한다. 특히 발에 땀이 많은 이들은 더욱 신경 써야 한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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