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폭주하는 원전 안전 불감증, 주민은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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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인근 학교 방호복 비치 1.7% 불과
원전 내 고준위폐기물 시설도 일방 추진

탈핵부산시민연대가 지난 4일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리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건식 저장시설 설치 추진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탈핵부산시민연대가 지난 4일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리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건식 저장시설 설치 추진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윤석열 정부의 친원전 정책으로 원전 가동이 확대되고 있지만 안전은 뒷전으로 밀려나 주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주민들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이나 의견 수렴 없이 원전 안전과 관련한 주요 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불만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기존 원전 내 건식저장시설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가 하면 연한이 만료된 원전의 계속 운전에 필요한 안전성 평가 규제 완화를 위해 통계 수치마저 조작하고 있다. 원전 확대에 속도를 내면서도 정작 원전 인근 학교 학생들이 방사선 비상 시 착용할 방호복 하나 갖추지 않고 있다.


교육부가 국회에 제출한 국감 자료에 따르면 긴급보호조치계획구역 내 전체 대상 유·초·중·고 1112개 학교 중 학생용 방호복이 비치된 학교는 36개에 방호복 수는 6744개로 전체의 1.7%에 불과하다. 부울경에만 956개교에 37만 8000여 명의 학생이 밀집해 있지만 방호복은 울산 4개를 제외하고 단 한곳도 준비돼 있지 않다. 방사선 비상 시 즉시 대피해야 하는 예방적보호조치구역 내 51개 학교 중 방호복이 비치된 경우는 12개에 불과한데 부산의 11개에는 비치된 곳이 전무하고 울산의 4개 학교 중 1개가 유일하게 갖추고 있다. 방사선 주민 보호 조치에 방호복은 의무가 아닌데 교육부가 방호복 실태 점검과 지침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존 원전 내 고준위폐기물 저장시설은 속전속결이다. 정부는 원전 인근 주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기존 원전 내 육상 건식저상시설 건설을 확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수원이 국회에 제출한 국감 자료에 따르면 고리원전의 건식저장시설을 2027년 착공해 2030년 준공·운영할 계획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현행 ‘5년 전부터 2년 전까지’로 규제한 원전 계속 운전을 위한 안전성 평가 시기를 ‘10년 전부터 5년 전까지’로 개정하는 원안법 시행령 개정안을 제출하면서 8조 8752억 원에 불과한 편익을 51조 9754억 원으로 43조 원 넘게 부풀렸다. 안전성 평가 시기를 앞당기면 평가가 부실할 수밖에 없다.

불과 1년여 전 월성원전 부지에 설치된 27곳의 지하수 관측 우물에서 삼중수소가 다량 검출되면서 사용 후 핵연료 저장 수조 파손 주장이 제기됐었다.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인 사용 후 핵연료의 저장 문제는 그만큼 원전 인근 주민들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라는 것이다. 정부가 영구 핵폐기장화를 우려하는 주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기존 원전 내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저장시설을 강행하는 것은 주민들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지적이다. 원전 인근 주민들의 이해와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 친원전 정책이 지속가능할 리 만무하다. 정부는 친원전 정책에 속도를 내기에 앞서 인근 주민들의 불안부터 없애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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