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 왜 했나… ‘부산롯데타워’ 명칭 두고 지역사회 논란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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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공모서 ‘부산롯데타워’ 선정
옛 시청부지·지역 랜드마크 불구
정체성·상징성 없는 기업명 사용
건축사 70% “공모 시점도 부적절”
롯데 “최종 명칭 다각도로 검토”

부산롯데타워 조감도. 롯데백화점 제공 부산롯데타워 조감도. 롯데백화점 제공

최근 건축심의를 앞두고 가칭 ‘부산롯데타워’의 명칭을 새로 정하기 위해 실시된 시민 공모전 결과 ‘도로 롯데타워’로 정해져 지역사회에 논란이 인다. 부산의 상징성을 담겠다는 본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데다, 도시의 새 랜드마크보다는 타워형 상업시설로 개발하려는 롯데 측의 의도가 공모전에 녹아들어 있다는 지적이다.

10일 부산시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29일 부산의 새로운 롯데타워 네이밍 공모전 1위 수상작으로 ‘부산롯데타워’를 선정했다. 부산롯데타워라는 이름은 대국민 온라인 투표에서 22%의 득표율을 얻어 1위를 차지했다. 투표에 앞서 부산시 관계자와 2030부산엑스포 관련 시민단체, 건축학 전공 교수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접수된 응모작 1만 5409건 가운데 심사를 거쳐 10건을 우선 선정했다. 명칭에 롯데가 들어가지 않더라도 롯데의 이니셜인 '엘'이 들어간 ‘더부산엘타워’ ‘하버엘타워’ 등의 명칭이 심사를 통과했고 ‘부산마루’, 부산의 개항년도를 상징하는 ‘1876 타워’ 등도 후보에 있었다.


이 같은 결과를 두고 시민단체와 지역사회에선 “이럴 거면 공모전을 왜 했느냐”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타워가 들어서는 부지가 옛 부산시청이 있던 곳인 데다 새로운 랜드마크를 세우자는 수십년 전 약속에서 시작한 일이기에 특정 기업이 타워의 이름을 독점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은 이전부터 나왔다. 부산시와 롯데가 6월 롯데타워 건립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타워에 부산의 상징성을 담을 수 있도록 시민 공모로 명칭을 선정한다’고 약속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1만 5000건이 넘는 응모작 가운데 결국 1위로 선정된 것은 롯데 측이 그간 가칭으로 사용해왔던 이름이었다. 부산의 랜드마크를 짓겠다고 해놓고, 기업명이 중심이 된 이름을 정했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부산경실련 도한영 사무처장은 “부산의 역사가 담긴 상징적인 부지에 들어서는 건축물에 특정 기업의 이름표가 달리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근본적으로 ‘부산롯데타워’가 부산의 상징성을 담은 적절한 명칭인지도 의문”이라고 밝혔다.

공모전 자체가 타워 건립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롯데 측의 의도대로 진행됐다는 지적도 있다. 부산시의회 강무길(해운대4) 의원이 지난달 부산건축사회 소속 건축사 50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네이밍 공모전이 이뤄진 시점이 부적절하다는 응답이 72%로 나타났다.

롯데백화점 광복점 임시사용승인 연장과 건축 심의 통과를 위해 형식적인 공모전을 실시했고, 부산의 랜드마크가 아닌 특색 없는 상업시설로 개발하기 위한 전초 작업이라는 것이다. 강 의원은 “네이밍 공모전은 롯데 측이 현재 타워 계획안에 대해 시민들과의 공감대 형성 없이 자신들의 의도대로 사업 규모와 성격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려는 수단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공모전을 주관한 롯데 측과 시민 공모를 권고한 부산시는 시민들의 응모와 투표를 통해 도출된 결과에 대해 적절성 여부를 따지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최종 명칭은 바뀔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이번 공모전 결과와 전문가, 시민 등의 의견을 다양하게 참고해 논의하겠다”며 “2025년 타워가 완공되는 시점에 맞춰 명칭을 최종적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시 관계자도 “평소 언론에 자주 노출된 명칭이다 보니 시민들이 친숙하게 느낀 점도 많은 표를 얻은 요인으로 보인다”며 “최종 결정은 어디까지나 건축주인 롯데의 몫”이라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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