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 반도체학과 43% 미달… 수도권 위주 육성책 지방엔 ‘독’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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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속 민형배 의원 교육부 자료 분석
22개 대학 중 비수도권 7곳 정원 미달
수도권 소재 학과, 100% 충원율 달성
대기업 연계 수도권 학과 경쟁률 높아
민 의원 “계약학과 지방대 우선 배치를

반도체 공정 실습교육을 받고 있는 지역 대학 반도체과 학생들. 부산일보DB 반도체 공정 실습교육을 받고 있는 지역 대학 반도체과 학생들. 부산일보DB

2022학년도 전국 22개 대학, 25개 반도체 관련 학과에서 2022학년도 신입생을 모집한 결과, 전체 지역 대학의 43%가량이 정원 미달 사태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반도체 인재양성 정책(7월 26일)’이 지방 소멸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논란을 지역사회에 촉발시킨 가운데,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민형배 의원(무소속)은 (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함께 교육부 제출자료를 토대로 ‘윤석열 정부의 반도체 인재 양성 정책의 타당성’에 대한 분석을 실시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들은 우선 수도권 대학과 지역대학의 반도체학과 충원율을 분석해 ‘수도권 증원 논리’의 타당성 여부를 파악했다. 교육부 자료 기준으로 전국 22개 대학, 25개 반도체학과에서 2022학년도 신입생을 모집했는데, 전체 충원율은 평균 89.6%을 보였다. 22개 대학 가운데 7개 대학이 정원 모집에 실패했는데, 모두가 지역대학(이하 비수도권 대학)이었다. 특히 전체 지역대학 16곳 중 43%가량인 7곳이 반도체 학과 정원 미달 사태를 겪었고, 원광대는 결국 반도체학과 폐지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반도체학과 충원율 미달 사태를 겪은 지역대학을 보면 극동대(충북 소재)가 7.4%(27명 정원, 2명 입학)로 충원율이 최저치였고, 이어 목포대(전남) 35.0%(20명 정원, 7명 입학), 상지대(강원) 63.3%(30명 정원, 19명 입학), 안동대(경북) 70.6%(68명 정원, 48명 입학), 원광대(전북) 76.7%(30명 정원, 23명 입학), 중원대(충북) 92.0%(25명 정원, 23명 입학), 유원대(충북) 96.0%(25명 정원, 24명 입학) 순이었다.

부산에 소재한 한국해양대(26명 정원)·동아대(45명 정원)의 각 반도체학과와 경남에 소재한 경상대 2개 반도체학과(나노·신소재공학부 40명 정원, 반도체공학과 정원 41명) 등은 충원율 100%를 보였다.

특히 고려대·국민대·동국대·서울과기대·성균관대·연세대(이상 서울 소재), 가천대·한국공학대(이상 경기 소재) 등 수도권 소재 대학 반도체학과는 모두 100% 충원율을 기록하는 등 반도체학과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두두러졌다.

민형배 의원 등은 지역인재들이 계속 수도권으로 몰리는 이유와 지역대학 반도체학과가 미달 사태를 빚는 원인 중 하나로 ‘수도권에 너무 많은 이권을 집중’시켜 놓은 현 상황을 꼬집었다. ‘반도체 계약학과’의 경쟁률과 해당학과의 수도권 집중률이 이를 대변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반도체 계약학과’ 4곳이 성균관대·고려대·연세대(이상 서울 소재)와 가천대(경기) 등 모두 수도권에만 집중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반도체 계약학과 경쟁률을 보면 삼성전자가 계약기업인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는 28.7 대 1, SK하이닉스가 계약기업인 고려대 반도체공학과는 12 대 1, 삼성전자가 계약기업인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는 10.3 대 1의 경쟁률을 보이는 등 대기업과 연계된 3개 대학은 10 대 1 이상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계약학과는 기업체가 지정한 대학의 학과·학부에 별도의 학과를 신설해 정원 외로 선발하는 방식으로, 상당한 재정지원과 더불어 졸업 후 우수한 기업에 대한 취업이 보장되는 학과인 만큼 인기가 높을 수밖에 없다.

민 의원 등은 카이스트, 포스텍, 한전공대도 등 수도권에서 떨어져 있지만 학생들이 선호하는 대학들을 예로 들며 “반도체 정책은 국가의 대대적인 투자와 노동시장의 요청이 있는 영역”이라며 “반도체 계약학과, 반도체 특성화 대학 등을 지역대학에 우선 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는 반도체 인재양성 정책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 기존 반도체학과들의 정원이 미달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대책이 먼저 수립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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