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역거점국립대, 자퇴생 비율 20% 육박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비수도권 대학 ‘위기’ 대변”

국민의힘 이태규 의원실 제공 국민의힘 이태규 의원실 제공

최근 들어 전국 지역거점국립대의 자퇴생이 해마다 증가해 지난해 신입생 대비 자퇴생 비율이 2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이태규 의원실이 13일 전국 지역거점국립대 9곳의 자퇴생 관련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이들 대학의 자퇴생은 모두 6366명으로 5년 전인 2016년 3930명에 비해 1.6배 가량 증가했다. 신입생 대비 자퇴생 비율도 같은 기간 10.6%에서 17.8%로 치솟았다.

대학별로는 지난해 기준 경상국립대의 신입생 대비 자퇴생 비율이 20.3%(664명)로 가장 높았고, 이어 강원대 19.4%(925명), 경북대 18.9%(951명), 전북대 17.9%(758명), 부산대 17.7%(835명), 전남대 17.2%(759명), 충북대 16.7%(505명), 제주대 16.1%(363명), 충남대 14.6%(606명) 순이었다.

특히, 부산대는 2016년 9.8%에 비해 7.9%포인트(P)나 증가해 9.4%P 증가한 경북대(9.5%→18.9%)에 이어 두번 째로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

지역대학 중에서 그나마 사정이 나은 지역거점국립대학에서조차 자퇴생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은 비수도권대학의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역대학계는 이들 자퇴생 대부분이 의대나 약대, 혹은 수도권대학으로 진학을 목적으로 학교를 떠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부산대 관계자는 “자퇴생들이 사유로 ‘타 대학 진학’, ‘타 학과 진학’, ‘개인사정’ 3가지 중 하나를 기입하기 때문에 정확한 이유를 알기는 어렵다”면서도 “자퇴 사유 중 ‘타 대학 진학’이 50%를 넘기 때문에 수도권대학이나 의대·약대 등 소위 더 좋은 대학으로 가기 위해 자퇴를 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교육계는 거점국립대의 자퇴생 증가가 이른바 '인 서울' 대학과 의약학계열을 선호하는 사회적 분위기에다 서울 주요대학을 중심으로 수능 중심의 정시확대 움직임을 보이면서 재수생이 늘어난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고 있다. 지역의 한 진학전문가는 “자기가 원하는 분야에서 열심히 공부해야 할 시기에 학교 레벨을 바꾸거나 의대를 가려고 고등학교 수준의 수능 공부를 1년 더 반복하는 건 사회적으로도 큰 낭비”라며 “교육과정이나 수업시설 등 환경적인 부분도 서울에 비해 지역은 변화의 속도가 느린데, 거점국립대학 입장에서도 위기의식을 가지고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역대학의 대표격인 지역거점국립대학마저 경쟁력을 갖지 못하면 지역의 다른 국립대와 사립대의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져 지역대학 위기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이태규 의원은 “지역거점국립대 자퇴생 증가는 거점대학의 경쟁력 상실을 넘어 결국 수도권 집중과 지역사회 침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지역국립대의 평판도, 취업 등 졸업 후 전망, 대학교육환경, 재정 등 종합적인 대책과 청사진까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