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정책자금으로 수조 원대 ‘꺾기’ 슈퍼 갑질”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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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 지원 국내 항공사들 대상
4조 원 넘는 예금 유치 드러나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2조씩
에어부산, 퇴직연금 등 71억 예치
특수 관계 이용한 ‘꺾기’ 비난

사진은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모습. 부산일보DB 사진은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모습. 부산일보DB

산업은행이 정책자금을 지원한 항공사로부터 수조 원대의 예금을 유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은 자금으로 현 회장의 ‘경영권’을 지킨 대한항공은 2조 원의 자금을 예치했다. 자금난에 허덕이는 아시아나항공도 2조 원의 예금을 산은에 몰아줬다. 자본잠식 상태인 에어부산까지 퇴직연금 등을 산은으로 돌렸다. 산은이 정책자금을 무기로 ‘특수관계’인 항공사에게 사실상 ‘꺾기’를 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금융감독원의 공시자료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2분기말 기준으로 산은에 2조 257억 원의 ‘채권’이 있다. 아시아나항공도 2분기말 기준 산은에 2조 621억 원의 채권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에어부산도 같은 시점에 산은에 71억 원의 채권을 갖고 있다고 공시했다.


이들 항공사의 ‘채권’은 대부분 예금 등 산은의 ‘금융상품’인 것으로 드러났다. 산은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2분기말 기준으로 수시입출금식 예금을 비롯해 정기예금, 퇴직신탁 등 금융상품을 통해 산은에 1조 9671억 원의 자금을 예치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도 2분기말 기준 수시입출금식 예금, 정기예금, 퇴직연금 등으로 1조 9163억 원을 산은에 예치했다. 에어부산은 71억 원, 에어서울은 101억 원을 퇴직연금 등의 형식으로 산은에 예치했다.

이들 항공사의 산은 예금액은 2020년 11월 정부가 산은을 통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방침을 발표한 이후 급증했다. 2020년 2분기 3309억 원이던 대한항공의 산업은행 예금은 2021년 1분기 1조 7494억 원으로 5배 이상 급증했다. 아시아나항공도 2020년 3분기 3924억 원이던 산업은행 예금이 2021년 1분기에 1조 1303억 원으로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방침이 발표되기 전까지 산은에 예금이 없었다. 그러나 이들 항공사도 통합 움직임이 본격화된 2021년 3분기부터 퇴직연금 등 예금을 산은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항공사들은 일반 운영자금도 산은에 몰아줬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신주 인수를 위한 정책자금 8000억 원 가량을 제외하고도 1조 원 이상의 운영자금을 산은에 예치했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대한항공 통합과 관련된 자금 9000억 원 이외에 회사의 운영 자금 1조 원 정도를 산은에 예치했다.

이 같은 항공사들의 ‘예금 몰아주기’에 대해선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산은이 정책자금을 집행하는 ‘슈퍼 갑’의 입장이기 때문에 여유 자금이 없는 에어부산이나 에어서울 등 저비용항공사(LCC)까지 예금을 몰아줬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산은은 이들 항공사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특수관계자’다. 산은은 대한항공의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사외이사 추천권도 갖고 있다.

산은에 ‘목줄이 쥔’ 항공사들의 ‘예금 몰아주기’는 은행들의 ‘꺾기’와 다름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 박재호(민주당·부산 남을) 의원은 “정책자금을 집행하는 산은이 ‘슈퍼갑’의 입장에서 어려운 기업을 대상으로 교묘히 법망을 피해가는 ‘꺾기’ 영업행태를 보이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경기침체와 자금압박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 국책금융기관으로서 책임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산은은 이들 예금이 “구속성이 있는 예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각 회사의 내부적인 의사결정에 의한 여유 자금 운영”이라고 해명했다. 에어부산도 “퇴직연금 일부를 예치한 것은 이율이 높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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