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통령 ‘침묵 시위’ 민주당엔 ‘힐긋’…장제원엔 어깨 ‘팡팡’(종합)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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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텐더홀서 민주당에 짧은 시선
장제원 의원과는 귓속말도 나눠
국회 연설 전후로 대조적 모습
정치권 극한 대치 현실 그대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25일 국회에서 2023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 시정연설에 나서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사과를 촉구하며 '침묵 항의'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25일 국회에서 2023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 시정연설에 나서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사과를 촉구하며 '침묵 항의'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3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친 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3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친 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은 자리에서 보여준 여야를 대하는 극명한 차이는 최근 정치권의 극한 대치 상황을 여실히 드러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윤 대통령 방문에 앞서 의원총회를 열고 시정연설에 불참, 침묵 시위를 벌이기로 결정했다. 검찰의 민주연구원 압수수색과 윤 대통령의 순방 논란에 대한 항의 차원이다.

 의총 직후 민주당 의원들은 ‘“이 ××” 사과하라!‘’ ‘야당 탄압 중단하라!’ ‘국회 무시 사과하라!’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로텐더홀에 모여들었다. 이들은 윤 대통령을 기다리며 “민생탄압 야당탄압 윤석열 정권 규탄한다” “국회 모욕 막말 욕설 대통령은 사과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오전 9시 40분께 윤 대통령이 국회 본청 계단을 올라오자 당초 침묵을 지키기로 했던 계획과는 달리 일부 의원들은 “사과하세요”라고 외치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에 윤 대통령은 로텐더홀에 짧은 시선을 보낸 뒤 김진표 국회의장실 환담실로 즉각 이동했다. 전날(24일) 출근길 문답에서 “(시정연설에)추가 조건을 붙인다는 것은 제가 기억하기론 우리 헌정사에서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고 밝힌 윤 대통령의 불편한 감정이 드러난 대목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이 의장실로 이동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재차 큰 소리로 “이 ×× 대통령은 사과하라” 등의 구호를 연창했고, 이 같은 혼란은 윤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한 순간까지 이어졌다.

 시정연설이 진행된 본회의장에는 민주당이 입장하지 않으면서 대다수 의석이 비었다. 이에 다소 썰렁한 분위기가 감지되기도 했다. 지금까지 야당이 대통령 시정연설 중간 퇴장한 경우는 있었지만 전면 불참한 사례는 헌정사 최초다. 다만 정의당을 비롯, 시대전환 조정훈, 기본소득당 용혜인, 무소속 양향자 의원 등은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연설 직후에도 본회의장에 더 머무르며 별도 인사 없이 이석한 정의당을 제외한 나머지 여야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주고받았다. 인사를 마친 윤 대통령이 출구로 향하던 중 돌연 발걸음을 돌리면서 본회의장에 참석한 의원과 언론 그리고 영상으로 시정연설을 지켜보던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이는 원조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과 인사를 나누기 위함이었다.

 윤 대통령은 장 의원에게 다가가 어깨를 2~3번 두드린 뒤 두 사람은 짧은 귓속말을 주고 받았다. 대화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국민의힘 내홍 사태가 지속되자 “당 혼란상에 무한책임을 느낀다. 앞으로 윤석열 정부에서 어떠한 임명직 공직을 맡지 않겠다”며 2선으로 후퇴를 선언한 장 의원을 위로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같은 시각 민주당은 비공개 의총을 열고 현 상황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민주당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비공개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 연설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아예 안 봤다. 시정연설에 대한 내용상의 평가는 차후 논평과 정책위의장 기자간담회 참고해 주시면 된다”고 말했다. 의총 분위기와 관련해서는 “윤석열 정부의 야당 탄압과 국회 무시가 이어지는 상황에 대한 규탄을 마저 이어갔다”며 “앞으로 정기국회 동안 특히 예산안 관련 앞으로의 대응 방안도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국회법상 책무마저 버리고 이재명의 ‘사당’이 되겠다고 선언한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야당이 마치 시정연설에 참여하지 않는 것을 특권이라도 되는 것처럼 정치 사안과 연결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할 뿐 아니라 국회법상 책무마저 버리는 행태”라고 비난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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