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서도 보행자용 다리 붕괴 참사… 최소 141명 숨져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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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현지시간) 인도 구자라트주 모르비의 현수교 붕괴 현장에서 국가재난대응군(NDRF)과 경찰, 군인들이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31일(현지시간) 인도 구자라트주 모르비의 현수교 붕괴 현장에서 국가재난대응군(NDRF)과 경찰, 군인들이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서울 이태원에서 벌어진 ‘압사 참사’의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인도에서 보행자용 다리가 붕괴되는 최악의 참사가 빚어졌다.

30일(현지시간) NDTV 등 인도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날 오후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 모르비 지역 마추강을 가로지르는 현수교가 붕괴돼 최소 141명이 숨졌다. 이번 사고는 매년 10~11월 열리는 디왈리 행사 기간이 벌어져 큰 인명피해를 낳았다. 디왈리는 힌두교 최대 행사이자 인도의 가장 큰 명절로 올해는 지난 24일이었다. 힌두교도들은 디왈리 시즌에 다양한 행사를 즐기기 위해 긴 휴가를 떠난다. 붕괴된 현수교는 지역 관광 명소로 사고 당시 디왈라 행사를 즐기기 위해 어린이를 포함해 500여 명이 다리 위에 올라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일몰 직후 현수교를 받치던 케이블이 끊어지면서 순식간에 다리가 무너졌다. 구조 당국에 따르면 이번 사고로 현재까지 141명이 숨지고 177명이 구조됐다. 현지 경찰은 “수색이 진행 중이라 사상자 수는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물에 빠진 사람 중 일부는 헤엄을 쳐 육지로 나왔고 일부는 다리 잔해를 붙잡고 버틴 것으로 전해졌다. 상당수 희생자가 어린이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현수교는 최근 보수 공사를 거쳤음에도 불구, 다시 붕괴된 것으로 확인됐다. 길이 233m, 폭 1.25 보행자 전용 다리로 영국 식민지 시대인 1880년에 개통됐다. 개통 140년이 넘어 노후화되자 최근 7개월간 보수공사를 진행했고, 지난 26일 재개장했으나 나흘 만에 참사가 발생했다. 사고 발생 전날인 29일에도 다리가 심하게 흔들렸다는 목격담이 이어졌다.

이에 따라 당국이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지만 ‘안전 불감증’으로 인한 예고된 인재라는 의견이 힘을 얻는다. 폭이 좁고 긴 다리가 케이블에 의존하고 있음에도 불구, 출입 인원 통제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지 매체 리퍼블릭월드에 따르면 이 다리는 한 번에 150명 정도 감당 가능하지만, 이날 판매된 다리 관광 티켓은 모두 675장에 달했다. 수용 인원의 3배 이상이 한꺼번에 다리 위에 올라간 것이다. 리퍼블릭월드는 이날 사고를 두고 “인간이 만든 비극”이라고 말했다.

사고 당일 다리에 올라갔었던 한 주민은 NDTV에 “일부 젊은이는 일부러 다리를 흔들기도 했다”면서 “위험한 상황에 더 가지 않고 돌아왔다”고 말했다.

NDTV는 다리 보수 업체가 정부 승인 없이 재개장을 강행했다며 부실 공사 가능성을 전했다. 모르비 당국 고위 관리 산디프신 잘라는 “업체는 재개장 전에 세부 보수 사항을 제출하고 품질 검사를 통과해야 하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았고 당국도 인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모르비에서 발생한 비극때문에 매우 애석하다”면서 “전력을 다해 구조 활동을 진행 중이며 필요한 모든 지원이 제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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