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30인 미만 중소기업,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일몰 폐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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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현도 중소기업중앙회 부산울산중소기업회장

“사업하기 이렇게 어려운 적은 처음입니다. 회장님 사정은 좀 어떻습니까?” 요즘 자주 듣는 인사말이다. 치솟는 원자재가격에 고금리·고환율·고물가·고임금 등 이른바 ‘4중高’와, 저출산 고령화로 노동인력도 부족하다. 게다가, 젊은 층의 중소기업 기피 현상으로 인력난도 심화되고 있다. 그나마 외국인력으로 일정부분 해소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부족해 거래처 납품 일정 맞추기도 힘든 게 현실이다.

특히, 작년 7월부터 주52시간제가 전면 시행되면서, 중소기업은 심각한 구인난을 겪는 가운데 인력을 더 충원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5인 이상 30인 미만 사업장은 노사가 합의하면, 최대 주 60시간까지 근로할 수 있는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로 근근이 버텨왔지만, 올해 말 일몰이 예정돼 있어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돼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소기업의 부족인원은 59만 8000명으로 작년보다 56.9%나 증가했고, 그중 30인 미만 기업의 부족인원이 43만 7000명에 달해 규모가 작을수록 인력 부족은 더욱 심각하다. 최근 급격히 증가한 인력 공백은 지난 3년간 코로나로 누적된 외국인력 부족과 현장 목소리를 무시한 채 강행된 주52시간제 탓이 크다. 그나마 외국인력은 정부의 적극적 개선 조치로 올해 입국 인원이 확대돼 한숨 돌렸으나, 내국인 근로자 부족 해소를 위해서는 주52시간제 보완이 불가피해 보인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제조업 555개사를 대상으로 벌인 주52시간제 운영실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 기업의 42.4%는 주52시간제 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응으로는 탄력근로 등 유연근무제 도입과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활용, 추가인력 채용 등의 순으로 나타났고, 마땅한 대책이 없어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기업도 20.9%에 달했다고 한다. 특히 5인 이상 29인 이하 중소제조업의 91%가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를 사용하고 있거나 사용한 경험이 있지만, 일몰 시 75%가 대책이 없다고 한다. 영세사업장 대다수가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말고는 현재 대안이 없는 게 현실이다.

주52시간제 시행 이후에 근로자들의 삶의 질도 더 나빠졌다고 한다. 중소조선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를 보면 절반 이상인 55%가 주52시간제 도입 이후 워라벨(일과 삶의 균형)이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고, 좋아졌다고 응답한 비중은 13%에 불과했다. 이는 주52시간제 시행이 애초 목적대로 근로자의 워라밸을 눈에 띄게 개선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원인을 보면,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축소와 이로 인한 경제적인 여유 부족, 그리고 연장수당 감소를 메워줄 이른바 ‘투-잡’ 생활로 인한 피로도 증가 등을 들 수 있다.

게다가 임금측면에서, 중소기업 근로자의 평균연봉은 3000만 원에서 4000만 원에 그치는 반면에, 대기업 근로자들은 8000만 원 이상에 달한다. 이러한 격차를 보전하기 위해서, 추가연장근로를 하면서 겨우 버터 왔었다. 그러나, 주52시간제 시행 이후 연장수당 등 임금감소로 상당수 근로자들이 생계유지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거나, 현장을 떠나고 있다고 한다. 내년에 30인 미만 영세 중소기업의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마저 없어지면, 근로자들의 대·중소기업간 임금격차는 더욱 벌어져 근로자들의 이탈은 가속화되고, 영세사업장은 매출이 감소하는 등 기업의 존폐를 고민해야 하는 지경에 이를 것이다.

결국, 주52시간제 시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과 근로자 모두를 위해서라도, 주52시간제도의 개선은 꼭 필요해 보인다. 특히 월 단위 연장근로 도입 등 근로기간을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뿌리기업은 24시간 내내 기계를 가동해야 하거나, 조선·건설업처럼 기후 영향을 많이 받는 업종들은 근로 일정을 사전 예측하기 어려워 유연근무제 활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월 단위 연장근로제를 도입하면, 노사가 합의해 현행 1주 12시간의 연장근로시간을 1개월에 52시간을 활용할 수 있어 기업환경에 맞게 적용 가능하다. 또 특별연장근로도 인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인가 기간도 확대해서 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근로시간 제도를 전반적으로 개선해야 할 때가 됐다.

고용노동부는 월 단위 연장근로제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현실과 맞지 않는 근로시간제도로 고통받는 중소기업과 위기경제 극복을 위해 제도개선을 미루지 말고 속도감있게 추진해 주기를 기대한다. 특히, 눈앞으로 다가온 8시간 추가연장 근로제 일몰을 완전 폐지해 항구화해야 하며, 국회도 입법과정에서 여야를 떠나 중소기업과 그 종사자들의 애로 해결에 적극 나서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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