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 축제 안전, ‘이태원 참사’서 제대로 배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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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초지자체 치밀한 관리 시스템 구축
행사 주최 유무 상관없이 철저한 대비를

부산의 대표적인 가을축제인 '부산불꽃축제'의 2019년 행사 모습. 부산일보DB 부산의 대표적인 가을축제인 '부산불꽃축제'의 2019년 행사 모습. 부산일보DB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지역축제에 대한 안전 관리가 화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수도 서울의 심장부에서 일어난 믿기지 않는 대규모 참사가 국가적 차원의 안전 관리 시스템에 전면적인 혁신을 요구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그 혁신과 정비에 지역축제 역시 포함돼야 마땅하다는 얘기다. 당장 부산만 해도 연말까지 12개의 지역축제 중 9개가 예정대로 열린다. 지역 행사라 해서 사고 발생의 특별한 예외가 있을 리 없다. 특히 주최가 불투명한 행사의 경우 정부의 매뉴얼만 기다릴 게 아니라 부산시와 기초 지자체가 능동적으로 자체 계획을 세우는 등 선제적인 대비에 나서야 한다.


100만 명 이상의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 올해 부산불꽃축제가 무기한 연기됐다는 소식은 이미 전해진 바 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오랜 기다림이 또 다시 연장된 건 아쉬운 일이지만 부산시의 결정은 옳은 방향이라고 본다. 문제는 이렇듯 주최·주관이 뚜렷한 행사가 아니라 그렇지 않은 다양한 행사들이다. 현재 행정안전부가 주최가 불명확한 행사에 대한 안전 관리 가이드라인을 마련 중이라고 한다. 부산시와 기초지자체가 먼저 나서서 주최 없는 행사를 파악하고 안전 계획을 마련하는 능동적 태도가 필요하다. 특히 기초 지자체는 행사를 앞두고 관련 기관들이 대거 참여하는 현장 상황실을 운영하고 완충지대를 확보해 만일의 사태에 적극 대비해야 할 것이다.

지역축제는 그동안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그 육성과 지원에 초점이 맞춰진 게 사실이다. 지역민의 문화적 삶을 고양하면서 경제적 효과도 함께 거두려는 것이 목적인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만 방점이 찍히다 보니 안전 관리나 인파 대책에는 무관심했다. 당장 부산지역 지자체의 축제 관련 조례만 봐도 알 수 있다. 13개 지자체에 제정된 ‘축제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에는 안전 관련 내용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각 축제위원회에도 인파를 통제하고 긴급상황에 대처할 안전 관리 전문가는 배제돼 있다. 안전 조항을 조례에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방향으로 개선이 필요한데, 이는 주최·주관자의 유무와 상관없이 모든 집단행사에 공히 적용돼야 한다.

최근 심폐소생술(CPR)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CPR 교육 또한 크게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우리 사회가 젊은이들의 희생을 통해 얻은, 실로 귀한 교훈이라는 점에서 가슴이 아프다. 하지만 이것이 참담한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는 길이기도 할 것이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도심 행사는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늘 사고 위험성을 안고 있다. 이번 참사의 원인이 수도권의 과밀 문화로 인한 측면이 없지 않지만 지역에서도 절대 남의 일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이번 참사를 조례 정비와 제도적 시스템 구축의 소중한 기회로 삼아 지역축제의 안전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사고는 사전에 예방하는 게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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