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카카오 데이터센터 부산 유치에 나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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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현 부산연구원 경제·산업연구실장

화재로 서비스 먹통 등 ‘플랫폼 재난’
민간 클라우드 운용·임대 시스템 문제
정부, 국가 재난관리시설 지정 추진
플랫폼 기업 집적 통해 일자리 창출
지자체 공동 투자로 기업 유치 마중물
디지털 전환 앞당길 준비 서둘러야

지난달 15일 오후 우리의 토요일 일상이 멈춰 버렸다. 너무나 편하게 사용하던 온라인 대화는 불통이 되고 다양한 플랫폼 서비스는 먹통이 되어 사회적 연결망이 완전히 단절됐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라고 부르는 ‘초연결·스마트 사회’에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터진 것이다. ‘플랫폼 재난’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낸 이번 카카오 사태는 카카오가 임대하고 있는 에스케이씨앤씨(SK C&C) 판교데이터센터의 화재가 원인이었다. 잠깐의 장애로 끝날 줄 알았던 서비스가 완전히 복구되기까지 여러 날이 걸렸다.

에스케이씨앤씨 데이터센터에 불이 났는데 카카오 서비스가 왜 안 됐던 것일까? 우리가 일상 중에 사용하는 대부분의 플랫폼이 데이터센터를 통해 서비스되는데, 최근 플랫폼 기업 대부분이 데이터센터를 개별적으로 구축하기보다는 클라우드 시스템을 애용한다. 개별적인 데이터센터 구축에 너무 큰 비용이 투입되기 때문에 경제적인 활용성 측면에서 클라우드를 선호하는 것이다. 따라서 임대로 사용하는 데이터센터에 문제가 생기면 플랫폼 서비스가 멈추는 이번과 같은 사태가 일어나는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중요한 클라우드 시스템이 민간에 의해서 구축·운영되다 보니 정부의 감독에서 벗어나 있어 행정적인 관리가 안 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민간 데이터센터를 국가 재난관리시설로 지정·관리하기 위한 법안을 논의 중인데, 이 법안은 20대 국회인 2020년에 추진되었으나 지나친 기업 규제라는 강한 반발에 막혀 무산됐었다. 하지만 카카오 사태를 계기로 데이터센터가 방송·통신시설과 같이 중요한 시설이라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법안 제정이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 재난관리시설 지정 법안이 마련되면 플랫폼 기업의 개별 데이터센터 구축이 증가할 수 있다. 클라우드 데이터센터가 국가 재난관리시설로 지정되면 센터 운영·관리 체계가 까다로워져 데이터센터 임대료가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에 대한 갈등을 경험했기 때문에 기업별로 별도의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것을 면밀히 검토할 것이다. 부산시 입장에선 이러한 변화가 플랫폼 전문기업의 유치를 위한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데이터센터 구축에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므로 기업 입장에서는 독자적인 투자보다는 지자체와 공동투자를 희망할 것이므로 플랫폼 기업을 지역으로 유치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

부산은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선도도시로 기업을 유치한 경험이 많다. 2012년 LG-CNS 데이터센터 유치를 시작으로 미음산업단지에 8만 9699㎡(2만 7000평) 규모의 ‘글로벌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시범단지’를 국내 최초로 조성했다. 이 시범단지에는 LG CNS를 포함해 BNK금융그룹, 솔바테크놀로지 등 관련 기업이 입주해 있고, 2021년 홍콩 원아시아와의 MOU 체결로 100% 분양이 완료되었다. 부산시는 최근 에코델타시티 내 17만 7080㎡ 규모의 ‘그린데이터센터 집적단지’를 조성하고 서버 10만 대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설립하는 계획도 발표했다.

그간 데이터센터 유치는 지역산업의 파급효과가 크지 않다는 시각이 있었다. 사실 데이터센터 자체만으로는 신산업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어려울 수 있다. 그냥 컴퓨터를 모아 놓은 공간에 그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클라우드 기반의 데이터산업은 하드웨어 구축뿐 아니라 관련 기업의 집적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플랫폼 기업의 데이터센터를 유치하는 것은 단순히 데이터센터라는 인프라 구축만이 아니라 플랫폼 기업을 유치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데이터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기업의 자회사를 부산에 유치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청년들이 선호하는 다양한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고, 이는 부산에서 졸업한 인재들이 부산에 정착하고 국내외 우수한 인력이 유입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번 카카오 사태를 계기로 민간 데이터센터를 전국에 분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부산도 지금까지 데이터센터 유치 경험을 토대로 카카오 데이터센터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인 카카오 데이터센터를 부산에 유치하면 외국계 기업의 데이터센터 유치에도 청신호가 될 것이다. 최근 잘 갖춰진 통신 인프라와 저렴한 전기·토지 비용 등을 고려해 우리나라를 찾는 해외 기업들이 늘고 있다. 여기에 부산시의 노력만 보태진다면 국내외 데이터센터 유치라는 큰 흐름에 편승할 수 있다. 카카오 데이터센터 유치를 시작으로 블록체인, 메타버스, 빅데이터와 관련된 플랫폼 자회사를 부산에 유치하여 지역사회의 디지털 전환을 앞당기고 지역산업 대전환의 물결을 만들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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