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 폭발사고’ 원·하청 16명 송치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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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산공장 생산본부장·직원 포함
울산경찰청, 5개월 만에 수사 종료
외국계 기업 첫 중대법 처벌 관심

울산경찰청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이 올 5월 에쓰오일 온산공장 사고 현장에서 합동감식을 벌이고 있다. 부산일보DB 울산경찰청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이 올 5월 에쓰오일 온산공장 사고 현장에서 합동감식을 벌이고 있다. 부산일보DB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에쓰오일 온산공장 폭발사고(부산일보 5월 23일자 8면 등 보도)를 수사한 울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가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원·하청 관계자 총 16명을 검찰에 송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5월 사고 발생 후 약 5개월여 만에 경찰 수사는 마무리됐지만, 경영진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정조준한 고용노동부 수사는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지역 법조계 등에 따르면 검찰에 넘겨진 16명은 에쓰오일 온산공장 생산본부장 A 씨 등 간부 2명과 직원 10명, 하청업체 직원 4명이다. 애초 원·하청 직원 18명을 입건했으나, 2명은 무혐의로 송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16명은 에쓰오일 사고 현장과 관련해 안전 관리를 소홀히 해 폭발·화재로 1명이 숨지고 9명이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올 5월 19일 오후 8시 41분 울산 울주군 온산공단 에쓰오일 공장에서는 휘발유 옥탄값을 높이는 첨가제인 ‘알킬레이션’ 추출 공정 정비를 마치고 시운전하다가 폭발·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하청 노동자 1명이 숨지고, 원·하청 노동자 9명이 중경상을 당했다.

경찰과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사고 현장과 연결된 일종의 비상용 차단밸브인 안티서지 밸브에서 부탄(C4) 가스가 새면서 원인 모를 점화원과 결합해 폭발·화재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경찰 등은 에쓰오일 측이 밸브에 가스가 새지 않도록 명확하게 차단 조치를 해야 하는데 미흡했다고 봤다.

또 사고 공정에 ‘맹판(Blind Patch)’을 설치하지 않아 노동자 사망 사고를 예방할 수 없었다고 판단했다. 맹판은 비상용 차단 밸브의 작동 여부와 관계없이 배관 사이에 설치해 물리적으로 가스 누출을 막는 안전장치다.

경찰 수사와 별도로 노동부는 에쓰오일 온산공장 안전보건관리책임자와 경영 책임자가 각각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을 위반했는지를 놓고 두 갈래로 수사하고 있다. 노동부는 막바지 보완 작업을 놓고 검찰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노동부 수사로 처벌 대상이 어느 선까지 올라갈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국계 기업이 중대재해법 적용을 받는 것은 에쓰오일이 처음이다. 중대재해법은 속지주의 법리에 따라 외국인도 법 위반 사실이 드러나면 처벌할 수 있다. 에쓰오일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가 최대 주주인 외국계 기업이며, 대표이사인 후세인 알 카타니도 외국인(사우디아라비아)이다.

중대재해법은 50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하며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관리의무를 따져 형사처벌하는데, 법 위반이 확인되면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올해 1월 27일 시행한 중대재해법의 경우 마땅한 판례를 찾기 어려운 데다, 외국인 경영책임자의 처벌을 놓고도 외교적 문제 등 여러 논란이 제기돼 왔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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