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기타’ 연주로 음악 수업과 IT 교육을 동시에…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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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명진초등 음악실 기타 소리 가득
음악 효과 경험한 김영복 교장 주도
부산 기업이 개발 ‘모가비 기타’ 활용
온라인서 ‘나만의 음원’ 활동도 계획

9일 오전 부산 북구 명진초등학교에서 6학년 학생들이 스마트 기타인 ‘모가비’를 활용해 기타 연주를 배우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9일 오전 부산 북구 명진초등학교에서 6학년 학생들이 스마트 기타인 ‘모가비’를 활용해 기타 연주를 배우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스마트 기타’로 협주를 하고, 모바일앱으로 편집해 SNS에 업로드까지. 부산의 한 초등학교에서 음악과 IT기술을 결합한 이색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어서 교육계 관심을 모은다. 교사와 학생들은 프로그램 3년 차인 내후년쯤엔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자유자재로 음악을 갖고 노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기타 같지 않은 기타 수업

지난 9일 오전 부산 북구 명진초등학교 4층 음악실 앞. 3교시 시작종이 울리기 전부터 기타 소리가 복도 가득 울려퍼진다. 6학년 학생들이 수업에 앞서 조율하는 소리다. 교실 안을 엿보니 기타 모양이 예사롭지 않다. 머리와 목은 어쿠스틱 기타인데 빨강·파랑·검정·하양·골드 형형색색의 몸통은 전자 기타를 닮았다.

전문강사가 전자칠판을 터치하자 반주가 흘러나오고, 30명의 학생들이 한 음 한 음 진지하게 연주를 시작한다. “선생님, 너무 어려워요.” 악보 보랴, 코드 잡으랴, 분주하게 돌아가는 눈동자와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는 손가락들. 20여 분쯤 흐르자 방황하던 음정·박자가 조금씩 자리를 찾고, 어느새 여덟 마디를 깔끔하게 연주해낸다. “됐다. 짝짝짝!” 학생들 사이에서 절로 박수가 터져나온다.

이 학교 3~6학년 학생들은 올 1학기부터 창의적 체험활동 교육과정 중 하나인 동아리활동으로 악기를 배우고 있다. 기타·리코더·장구·난타 등 학년마다 4개 동아리로 나눠 매주 2시간씩 음악과 함께한다.

4개 악기 중에서 특히 익히기 어려운 기타. 모집 땐 가장 인기 있었지만 모두들 처음 잡아보는 터라 계이름과 운지법 같은 기초부터 시작해야 했다. 전문강사와 협동수업 방식으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는 6학년 담임교사는 “처음에는 공연에 올릴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아이들이 점점 극복을 해 이제는 음계와 코드까지 칠 수 있게 됐다”며 “인내심을 기르고 성취감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역학교-지역기업의 협업

명진초등 학생들의 기타 도전기는 김영복 교장의 구상으로 시작됐다. 김 교장은 2011년부터 2년여 간 파라과이 한국학교에서 해외파견 교장을 지내며 기타 수업을 도입한 경험이 있다. 그는 “파라과이 현지인들은 어린 시절부터 기타를 배우고, 수시로 연주를 하며 음악을 즐겼다”며 “기타 하나만 있으면 어디서든 누구와도 어울릴 수 있다는 점이 교육적 효과가 크다고 생각해, 파라과이 유명 기타리스트를 초빙해 한국 학생들을 가르쳤다”고 회고했다. 기타를 배운 학생들이 학예회 때 우리나라 동요를 연주를 했는데, 고국 생각에 객석이 눈물바다가 될 정도로 호응이 컸다.

지난해 3월 명진초등 교장으로 부임한 그는 다시 기타 수업을 도입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시중에 나와 있는 기타는 성인용이어서 학생들이 연주하기 불편했고, 배우는 과정도 재미가 없어 보였다. 학생들이 좀 더 쉽고 재밌게 배울 수 있는 기타를 수소문한 끝에 부산지역 기업인 ㈜짐에서 개발한, 부피는 작고 온오프라인에서 널리 활용할 수 있는 스마트 기타 ‘모가비’를 알게 됐다.

대당 가격만 130~140만 원. 학교 입장에선 교육용으로 구입하기 부담스러운 금액이었다. 그러자 김 교장의 교육철학에 공감한 ㈜짐 권범철 대표가 손을 내밀었다. 적자를 감수하면서 저렴한 가격에 30대를 대여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업체에서 수리까지 도맡으면서, 학생들은 마음 편히 기타 수업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두 학기째 기타와 함께하는 학생들의 만족도도 높다. 음계 파트보다 더 고난도인 코드 파트를 담당하고 있는 6학년 김도현 군은 “처음에는 실수할까 봐 걱정했는데, 친구들과 같이 연주하면서 자신감이 생겼다”며 “중학교에 가서도 취미 생활로 더 배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음악은 기본, IT교육 효과도

명진초등은 내년에 기타 교육 프로그램을 더 확대할 계획이다. 정규 음악시간에 기타 수업을 추가하고, 오후에는 기타밴드 동아리를 운영하는 등 심화과정을 준비 중이다. 올해는 연주법을 익히는 데 집중했지만, 내년과 내후년엔 교내 유튜브 채널이나 개인 SNS 계정과 연계해 다양한 창작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구상을 하고 있다.

이 같은 구상이 가능한 건 IT기술이 접목된 모가비 기타만의 특징 덕분이다. 자신의 연주를 음원파일로 실시간 저장하고, 스마트폰으로 옮겨 온라인상에서 활용할 수도 있다. 조만간 모가비 기타 이용자를 위한 음원편집 전문앱 개발이 완료되면, ‘나만의 음원’을 더욱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다. 현재 모가비 기타를 활용한 음악교육은 올 1학기 해운대구 반산초등학교, 2학기 북구 금명초등학교 등 입소문을 타고 점차 확대되고 있다.

권 대표는 “한 편의 영화를 만드는 것처럼, 단순히 기타 연주를 넘어 음원을 창작하고 SNS를 통해 자유자재로 주고 받는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IT강국이자 K팝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의 학생들이 음악을 통해 다양한 역량을 키우는 데 충분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30일, 명진초등학교에서는 코로나 여파로 중단됐던 학예회가 3년 만에 다시 열려 학생들이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6학년 기타반 학생들은 라테츠키 행진곡과 위풍당당 행진곡을 연주한다.

김 교장은 “학생들에게 삶의 가장 기본인 문화와 예술의 싹을 틔우자는 생각으로 기타 교육 프로그램을 시작했는데, 아직 가능성을 찾고 있는 단계”라며 “3년쯤 뒤에는 음악 전공을 희망하는 학생이 나오는 등 좋은 성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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