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몽니에… ‘거가대교 통행료 인하’ 촉구 결의안 무산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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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거제 연결 거가대교 전경. 연합뉴스 부산-거제 연결 거가대교 전경. 연합뉴스

경남 거제시의회가 준비한 거가대교 통행료 인하 촉구 결의안 채택이 무산됐다.

결의안 발의에 동참하기로 했던 여당 소속 의원들이 상정 직전 보이콧한 탓이다.

야당이 자체 ‘TF’까지 꾸려 통행료 인하 여론을 주도하며 이를 정부 비판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이유다.

그러나 전국에서 가장 비싸기로 악명 높은 거가대교 통행료 인하는 여야를 막론하고 지역사회가 염원해 온 사안이라는 점에서 정치 논리에 매몰돼 민의를 저버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거제시의회에 따르면 15일 열린 제235회 제2차 정례회 1차 본회의에서 다룰 예정이던 ‘거가대교 통행료 인하 촉구 결의안’이 상정도 못한 채 폐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안석봉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결의안은 거가대교가 포함된 거가대로를 국도로 승격해 통행료를 인하하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줄 것을 정부와 경남도, 부산시에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15일 열린 거제시의회 제235회 제2차 정례회 1차 본회의. 사무국 제공 15일 열린 거제시의회 제235회 제2차 정례회 1차 본회의. 사무국 제공

최근 다시 불붙기 시작한 통행료 인한 운동에 힘을 보태려는 의도였다.

지난 6·1지방선거를 통해 선출된 제9대 거제시의회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8석 대 8석’으로 여야 동수다.

애초 민주당은 물론 국민의힘 소속 의원 전원도 결의안에 동의하며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후 결의안 내용에 대한 조율을 거쳐 15일 본회의에 상정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안석봉 의원. 부산일보DB 더불어민주당 안석봉 의원. 부산일보DB

그런데 지난 10~11일 여당 의원 8명이 돌연 결의안 동의를 철회했다.

민주당이 야외당사까지 차리곤 윤석열 정부가 통행료 인하 관련 용역비 삭감했다고 표현하는 등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 거제지역위원회는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 거가대교 통행료 인하 공약 이행 촉구 TF’를 발족해 시민 서명 운동을 벌이며 여론몰이에 나선 상태다.

여당은 결의안 내용 중 예산 삭감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부분에 대한 삭제를 요구했지만 민주당이 거부하자 철회를 선언했다.

이어 본회의 하루 전 윤부원(국민의힘) 의장이 해당 안건을 본회의에 부의하지 않기로 하면서 결의안은 자동 폐기됐다.

지방자치법 제58조에 따라 안건 부의 권한은 의장에게 있다.

윤 의장은 “통상 결의안은 전체 의원의 뜻을 모아 진행하는 게 맞다. 다수의 동의를 받지 못한 결의안을 놓고 싸우면 밖에서 보기에 좋지 않을까 우려돼 상정을 안 했다. 결론적으론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반면 안석봉 의원은 “같은 당 서일준 국회의원도 거가대교 통행료 인하를 위해 국회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고, 전기풍 도의원은 지난달 도의회 대표로 결의안까지 냈는데 정작 시의회만 나 몰라라 한다”고 토로했다.

결의안 초안에선 공약을 뭉개고 있는 윤석열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지만, 여당 측 의견을 담아 강도를 조절하며 최종 합의안을 마련했고 전원이 동의했었다는 게 안 의원의 주장이다.

안 의원은 “(여당이) 납득할 만한 이유나,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무작정 (결의안을) 거부했다”면서 “지방의회는 당을 넘어 오직 거제시민만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고액 통행료로 고통받는 것은 시민”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 지역위도 보도자료를 내고 “거제시민의 바람과 민심을 무시한 민심 외면 참사”라며 유감을 나타냈다.

지역위는 “겉으론 시민을 위하는 척하면서 속으로는 시민의 삶보다 당리당략을 앞세운 결정을 내렸다”면서 “거가대교 통행료 인하는 정쟁의 대상이 돼선 안 된다. 속 좁은 정치로 시민과 민심을 무시하지 말고, 시민 곁에 있는 시의회로 거듭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거가대교는 총연장 8.2km로 거제시 장목면과 부산 강서구 녹산공단을 잇는 유료도로다.

민자 9924억 원에 국가재정 4473억 원이 투입돼 2011년 1월 14일 개통했다.

승용차의 경우 편도 통행료로 1만 원을 내야 한다.

1km당 1220원꼴로 고속도로를 포함해 전국 유료도로 중 가장 비싸다.

이는 386km 경부고속도로(1만 8600원)의 25.3배다.

국내 재정고속도로 평균 통행료의 7.7배, 민자로 건설된 대구~부산(82.1km) 고속도로의 9.5배 수준이다.

민자 고속도로 중 가장 비싼 인천대교보다 2.72배 높다.

지역사회는 개통 전부터 요금 인하를 요구했지만, 민간 운영사는 외면했다.

그러다 최근 통행량이 급감하고, 정치권까지 가세하자 마지못해 대형과 특대형 차량만 5000원씩 인하했다.

하지만 나머지 차종에 대해선 여전히 뒷짐이다.

경남도는 2019년부터 국토교통부에 거가대교 국도 승격을 건의했지만, 국토부는 민간자본이 해소되지 않은 민자 도로를 국도로 승격한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이후 대선 정국과 맞물려 논쟁이 가열되자 당시 여야 대선 후보 모두 거가대교 통행료 인하를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새 정부 국정과제에서 제외되고, 최근 국토교통부가 관련 용역비 5억 원까지 전액 삭감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번에도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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