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출연금 반토막’ 부산의료원 “코로나 영웅이라더니…허탈”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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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정부 지원 등 경영 개선
시, 50억 → 24억대 삭감 편성
노조 “하반기부터 적자 발생
코로나 확보 자금 내년 초 소진“
응급실 기능 약화 우려 목소리

올 3월 부산의료원에서 의료진들이 구급차로 이송한 환자를 병실로 옮기는 모습. 부산일보DB 올 3월 부산의료원에서 의료진들이 구급차로 이송한 환자를 병실로 옮기는 모습. 부산일보DB

부산시가 지역 거점 공공병원인 부산의료원의 내년도 예산지원금을 예년의 절반으로 줄여, 의료원 내부에서 동요가 일고 있다. 코로나19 최전선에 있었는데 오히려 지원금이 삭감되자 허탈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향후 의료원의 공공의료 업무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16일 부산시와 부산의료원에 따르면 시는 2023년 의료원 출연금을 24억 8000만 원으로 편성했다. 그동안 시의 연간 출연금은 줄곧 50억 원이었다. 시의 출연금은 의료원이 공공의료를 수행하면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경영적 어려움을 덜어주는 차원에서 지급되는 지원금이다.

부산시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상당한 정부 지원이 이뤄져 부산의료원의 경영 상황이 개선된 것을 출연금 삭감 이유로 들었다. 의료원은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돼, 팬데믹 기간 월평균 40억 원가량의 정부 지원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부산시 관계자는 “코로나19 환자를 많이 처리하면서 오히려 경영상 여유가 생긴 것을 반영한 것”이라며 “향후 경영이 악화되면 출연금은 다시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의료원 노조나 공공의료계는 의료원의 경영 상황에 대해 완전히 상반된 진단을 하고 있다. 올해는 겨우 적자를 면하는 수준이고, 내년에는 심각한 적자 발생이 불가피하다는 게 이들의 전망이다.

부산의료원 경영 악화를 전망하는 주된 이유는 코로나19 여파이다. ‘위드 코로나’ 전환에 따라 정부 지원금은 올 하반기부터는 월 1억 원 안팎으로 크게 줄었다. 반면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전환된 뒤 의료원의 일반 환자들은 대부분 외부 병원으로 옮겨갔고, 지금까지도 회복이 안되고 있다. 그나마 일반 외래진료는 코로나19 이전의 3분의 2 수준까지 올라갔으나, 경영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입원 환자는 코로나19 이전의 30%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 때문에 부산의료원은 올 하반기부터 상당한 적자가 발생하고 있고, 코로나19 기간 확보해둔 경영 자금도 2023년 초에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출연금 삭감은 경영 악화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게 노조와 공공의료계의 우려다. 출연금 상당 부분이 의료원 응급의료 기능 유지에 쓰인 만큼, 내년부터 의료원 응급실 기능이 약화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부산의료원 노조 관계자는 “공공의료에 종사한다는 자부심으로 의사들도 다른 병원보다 적은 임금을 받고 일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이전에도 적자를 면하려 노력해 왔는데, 가장 어려운 시기에 시가 출연금을 깎으니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내부 동요도 예상보다 큰 것으로 전해진다. 의료원 직원들 사이에선 예상 경영 적자 폭이 커 임금 삭감, 고용 불안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최전선에서 싸운 ‘영웅’이라고 치켜세우다 오히려 시의 출연금이 삭감된 것을 두고 허탈감을 넘어 ‘배신감’을 호소하는 직원도 나오고 있다.

부산사회복지연대 김경일 사무국장은 “출연금 외에도 노숙인 진료 같은 취약계층 사업 예산도 큰 폭으로 줄어 이대로라면 부산의료원의 공공의료 기능 위축이 불가피하다”며 “의료원이 코로나19 여파를 벗어날 때까지 지원을 늘려야 할 판인데, 부산시는 역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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