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현대차에서 항공기가 나온다구요?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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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동진 서울경제팀장

현대차그룹, 항공·로봇 미래 먹거리 박차
차 100%에서 항공·로봇 매출 50% 목표
전통 제조업 위기…플랫폼·서비스화 해야
슘페터 “창조적 파괴 통한 혁신만이 살길”

“현대자동차그룹에서 비행체, 로봇을 만든다구요?”

최근 현대차그룹에서 AAM(미래항공모빌리티), 로봇 관련 뉴스를 잇따라 쏟아내면서 주변에서 이런 질문들을 적지않게 받게 된다. 실제 현대차그룹을 이끄는 정의선 회장을 보면 자동차외에 항공사·IT CEO 직함도 넣어야 할 정도로 광폭 행보다. 자동차가 들어간 그룹명도 다소 어색해보인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4일 인도네시아와의 업무 협약을 통해 향후 AAM을 시험 비행하는 등의 사업을 펼치겠다고 했다. 업무 협약이 있던 날 정 회장이 직접 인도네시아 정부 사람들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초엔 데이비드 칼훈 보잉 CEO가 한국을 방문했는데, 정 회장과 저녁식사를 함께 하면서 AAM 분야에서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앞서 지난 7월 영국에서 열린 ‘판버러 에어쇼’를 직접 찾기도 했다. 당시 롤스로이스와 2025년까지 AAM용 비행체의 배터리 추진 시스템을 공동 연구하는 업무협약도 챙겼다.

현대차그룹은 미국의 항공분야 법인 슈퍼널을 통해 2028년 미국에서 UAM(도심항공모빌리티)의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30년에는 RAM(지역간 항공 모빌리티) 기체의 상용화도 계획 중이다. 대중교통으로 따지면 RAM은 KTX, UAM은 택시와 같은 개념이다. AAM은 이 두가지를 포괄한다. RAM을 타고 고향에 가고, UAM으로 시내에서 볼일을 보는 날도 멀지 않았다.

정 회장의 또다른 ‘외도’는 로봇 사업이다. 2년전 소프트뱅크와 함께 11억 달러 가치로 추산되는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하면서 본격화했다. 정 회장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2’에서 로보틱스 비전 발표를 위해 로봇개 ‘스팟’과 함께 입장,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물론 자동차 업계에서 로봇을 만든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일본의 혼다도 지난 2000년 최초의 휴머노이드 로봇인 ‘아시모’를 선보였다.

정 회장은 수석부회장 시절이었던 지난 2019년 사내 타운홀미팅(자유토론방식의 공개회의)에서 2030년이면 현대차그룹 매출의 50%는 자동차, 30% UAM, 20%는 로보틱스에서 나올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한데는 기존 자동차 제조로는 미래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IT모빌리티솔루션 기업으로의 체질개선을 통해 생존을 모색하자는 차원이다.

현대차그룹의 이 같은 변신에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놀라는 모습이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글로벌 경영전략 컨설팅 기업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발표한 ‘2022년 세계 50대 혁신기업’에서 33위에 이름을 올렸다. 자동차 회사로는 테슬라, 토요타에 이어 3위다. 정 회장은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로부터 2022년 글로벌 자동차 업계 최고의 ‘파괴적 혁신가’에 선정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자동차·정유·조선 등 전통 제조업의 한계 상황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은 “전통 제조업은 플랫폼화하거나 서비스화 하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존 제조기업들의 경우 기술력에서 이미 한계에 도달한 상황이고, 경쟁력 유지를 위한 설비·인건비 등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이유다.

제약사들이 생산을 맡기는 바이오 약품 제조의 플랫폼인 CMO(위탁생산) 기업 삼성바이오로직스나 조명서비스를 파는 회사로 수익구조를 변경한 조명 제조업체 필립스는 좋은 사례다. 애플, 테슬라 등도 서비스를 판매하는 회사로 바뀌고 있다. 이 같은 기업들의 변신에서 산업 전반에 걸친 대변혁을 예고하는 전문가들도 적지않다. 변화하지 않으면 곧바로 시장 퇴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백화점, 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업이 주류였던 롯데그룹의 경우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온라인 시장 확대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아직까지는 경쟁력이 있지만 제품 개발부터 판매까지 하는 현재의 구조로는 생존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으로 그룹의 캐시카우(수익창출원)인 반도체 분야의 기술 초격차를 통해 부가가치를 높인다는 전략이지만 반도체 사업을 이을만한 새 먹거리 창출이 절실한 상황이다.

‘창조적 파괴’ 개념을 정립한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는 이렇게 말했다. “기업가정신이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내면 기존 산업과 일자리를 혁신 기업들이 대체하면서 경제가 성장한다.”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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