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 2호기 수명 연장’ 이번엔 ‘공청회 꼼수’… 부산시는 ‘팔짱’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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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 환경평가 ‘공람’ 부실 이어
16곳 지자체 대상 공청회 5회만
부산 달랑 세 번… 탈핵 단체 반발
의견 진술도 마감일 빠듯해 문제
지역 원로, 시 무비판적 자세 질타
부산시 “시 참여, 협의체 요청해”

16일 오전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부산지역 원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고리2호기 수명연장 반대와 졸속 공청회 반대, 핵폐기장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16일 오전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부산지역 원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고리2호기 수명연장 반대와 졸속 공청회 반대, 핵폐기장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고리원전 2호기의 수명 연장을 위해 방사선환경영향평가 공람을 부실하게 진행(부산일보 8월 23일 자 3면 등 보도)한 데 이어 이번에는 공청회 횟수마저 터무니없이 적게 잡은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시와 주민 의견 수렴 대상 10개 기초자치단체는 한수원의 ‘일방통행식’ 고리 2호기 수명 연장 시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시민의 안전을 내팽개쳤다는 비판도 인다.

한수원은 16일 지역 일간지 등에 ‘고리 2호기 계속운전사업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초안) 공청회 개최 변경 공고’를 냈다. 방사선환경영향평가 주민 의견 수렴 대상 지자체는 부산의 10개 구·군(금정구, 기장군, 남구, 동구, 동래구, 부산진구, 북구, 수영구, 연제구, 해운대구)과 울산의 5개 구·군(중구, 남구, 동구, 북구, 울주군), 경남 양산시 등 모두 16곳이다. 이들 지자체는 고리 2호기에서 방사선비상계획구역에 해당하는 반경 30㎞ 안에 있다. 해당 공고문을 보면 공청회는 오는 23일부터 울산 울주군을 시작으로 다음 달 2일까지 모두 5차례 개최된다.


하지만 한수원의 공청회 진행 방식이 주민 의견을 잘 담아낼 수 없다는 점에서 탈핵단체들은 반발한다. 우선 여론 수렴 대상 지자체가 가장 많은 부산에서 공청회가 단 세 차례만 진행된다는 게 논란거리다. 기장군 공청회(11월 30일)를 제외하면 나머지 9개 자치구의 경우 동구 동래구 연제구 북구 부산진구를 통합하는 방식으로 한 번(11월 25일), 해운대구 남구 수영구 금정구를 묶는 방식으로 한 번(12월 2일) 예정돼 있다. 나머지 지자체 또한 울주군을 제외하면 울산 중구 남구 동구 북구, 경남 양산시를 묶어서 공청회를 진행(11월 28일)한다.

공청회 참가 주민들이 고리 2호기 방사선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의견을 내는 방식도 문제다. ‘의견 진술’을 희망하는 주민은 고리원자력본부 홍보관이나 각 구·군청에 비치된 양식 또는 ‘원자력안전법 시행규칙’ 별지 제112호 서식을 작성한 뒤 해당 장소에서 기한 내 서면신청을 해야만 한다. 그런데 이 서면신청 마감일이 접수 장소에 따라 18~28일로 설정돼 매우 빠듯하다. 한수원은 공청회에서 주민이 추천한 전문가가 의견을 진술을 할 수 있다고 했지만, 일간지 공고에는 이 같은 내용도 빠져 있다.

한수원이 고리 2호기 수명연장 과정에서 주민 수용성을 고려한다고 내세우고 실제 여론 수렴을 겉핥기식으로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한수원은 앞서 두 차례 실시한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주민 공람 또한 주민 대부분이 이 사실을 모르는 상태에서 두 차례 실시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예고된 공청회 또한 한수원의 고리 2호기 ‘묻지마 수명연장’의 연장선상에 있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부산시를 비롯한 지자체들이 주민 여론 수렴에 턱없이 부족한 한수원의 계획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해 왔다는 점이다. 부산시 등은 문제투성이인 방사선환경영향평가 공람 방식에 대해서도 한수원에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어 한수원의 공청회 계획 또한 그대로 받아들일 자세다. 시민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지자체 본분을 망각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부산대 민주화교수협의회, 부산민주누리회 등 소속 지역 원로들은 16일 오전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부산시의 대응을 질타했다. 이들은 “과거에 고리 1호기 정전 사태로 중대사고로 이어질 뻔했는가 하면 원전에 불량·위조 부품 사용, 고리 2~4호기 디젤발전기 고장 등 각종 원전 사건·사고로 부산시민은 늘 불안에 떨었다”며 “이제 박형준 부산시장이 나서야 한다. 박 시장이 이 문제에 어떻게 대처할지 시민에게 소상히 밝히고, 정부와 한수원에 시민 의사를 적극적으로 전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 김갑용 원자력안전과장은 “애초 한수원이 부산지역에서 공청회를 두 차례만 열려고 하는 것을 시가 요구해 세 차례 분산 개최로 늘어난 것이다”면서 “고리 2호기 수명연장과 관련해 한수원과 산업자원통상부에 공문을 보내 시가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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