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총리, 빈 살만 참석한 APEC서 '조용한' 엑스포 유치전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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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 정상회의 참석 후 귀국
경쟁국 사우디 빈 살만 왕세자 의식
공개석상서 발언 자제, 개별 교섭

한덕수 국무총리가 19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2일차 본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19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2일차 본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위한 교섭 활동을 벌였다.

 한 총리는 지난 17일부터 2박4일 일정으로 APEC 정상회의에 참가한 뒤 20일 귀국했다. 21개 APEC 회원국 가운데 엑스포 개최지 선정 투표를 하는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은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뉴질랜드, 멕시코, 페루, 칠레,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베트남 등 14개국이다. 이들 상당수가 다음 엑스포 개최국으로 어느 나라를 지지할지 아직 결정하지 않아 이번 정상회의는 우리에게 절호의 기회로 여겨졌다.

 한 총리는 지난 18일(현지시간) 디나 볼루아르테 페루 부통령과의 양자회담에서 우리 정부의 부산 엑스포 유치 노력을 설명했다. 한 총리는 한국의 강점인 민주주의, 문화콘텐츠 등 소프트파워, 부산의 아름다운 풍경과 날씨 등을 다른 경쟁도시들과 비교해 강조했다. 이에 대해 볼루아르테 부통령도 성원의 의사를 밝혔다고 총리실 관계자는 전했다.

 한 총리는 BIE 회원국이 아닌 파푸아뉴기니의 제임스 마라페 총리를 만났을 때도 지지를 요청했다. 파푸아뉴기니는 다수의 BIE 회원국이 있는 태평양도서국가연합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총리실 관계자는 “한국은 각국 관계자에게 부산을 소개할 때 기후변화 대응, 기술과 경제 개발, 포용성 등을 강조했다”며 “빈국에서 부국으로 성장한 한국의 노하우를 디지털 기술 중심으로 선보이고 공유했다”고 밝혔다.

 다만 한 총리는 이번 APEC 정상회의에서 전면적이고 공개적인 엑스포 유치전보다는 조용한 물밑 교섭에 주력했다. 우리의 엑스포 유치 경쟁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겸 총리가 APEC에 초청국으로 참석했기 때문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본회의장에서는 우리나라나 사우디아라비아 모두 엑스포 유치 관련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꺼내지는 않았다”며 “정상들이 양자 회담이나 업무 오찬 등에서 치열하게 유치전을 벌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전날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 부부 주재 기념 만찬에서 한 총리를 만나 한국 문화 콘텐츠에 각별한 관심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아던 총리는 한 총리에게 “‘오징어 게임’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정말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오징어 게임을 언급하면서는 무섭다고 몸서리치는 몸짓을 했다고 한다.

 수찻 촘클린 태국 노동부 장관은 전날 태국 국제공항에 도착한 한 총리를 영접하면서 “태국 국민들 사이에 한국은 소프트 파워가 대단한 나라로 위상이 높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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