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복지원 출신 입양인 "가족찾기 DNA 검사 홍보 절실해요"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캐나다 입양된 주례 매티슨 씨
유전자 검사 국내 일치자 없어
DNA 제출한 가족 없어 ‘막막’
"형제복지원 입양 실태 조사를"


주례 매티슨 씨. 본인 제공 주례 매티슨 씨. 본인 제공

최악의 인권 유린이 발생한 부산 형제복지원에서 캐나다로 입양된 주례 매티슨 씨는 <부산일보>와의 인터뷰(부산일보 6월 14일 자 10면 등 보도)에서 그가 어떤 경위로 형제복지원에 들어갔고, 어떤 과정을 거쳐 해외에 입양 됐는지, 진실을 알고 싶다고 호소했다. 그에게는 또 국내에 있을지도 모를 친생부모와 친오빠 이창근 씨를 찾는 것도 일생의 과제다.

최근 매티슨 씨는 취재진과 주고 받은 이메일에서 “호주의 시드니 한국 영사관과 한국 경찰의 도움을 받아 가족을 찾으려고 저의 유전자(DNA)를 제출했다”면서도 “시드니 영사관으로부터 저의 DNA와 일치하는 사람을 찾지 못했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영사관이 전해준 소식에 다소 실망하기는 했지만, 솔직히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며 “한국에서는 DNA 검사가 진행되는 게 매우 드물고 활발히 논의되는 주제가 아님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매티슨 씨가 가족을 만나기 위해서는 매티슨 씨뿐만 아니라 한국에 있는 가족의 DNA도 경찰의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돼 있어야만 한다. DNA 일치자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은 매티슨 씨의 가족 누구도 그를 찾기 위해 DNA를 제출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잃어버린 가족을 찾기 위한 DNA 등록 제도에 대한 홍보가 절실한 상황인 셈이다.

매티슨 씨는 “만약 저의 부모님 중 한 분이라도 살아계신다면 70대일 것이고, 이런 서비스 자체를 모를 수도 있다”면서 “입양인의 친생 부모가 아니더라도 그들의 형제자매나 삼촌, 이모 등 다른 가족이 이 제도를 인식하고 가족 찾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1984년 주례 매티슨 씨의 해외 입양 서류에 있던 사진. 본인 제공 1984년 주례 매티슨 씨의 해외 입양 서류에 있던 사진. 본인 제공

홍콩에 살고 있는 매티슨 씨가 호주의 한국 영사관에 DNA를 제출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도 정부의 입양인 가족찾기 서비스가 개선될 필요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매티슨 씨는 지난해 보건복지부 산하 아동권리보장원을 통해 ‘무연고 입양인(실종아동)’ 자격으로 DNA 검사를 받을 수 있음을 확인했다. 문제는 매티슨 씨가 살고 있는 홍콩은 입양인이 많이 살고 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주홍콩 한국 영사관은 DNA 검사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 매티슨 씨는 올해 호주를 여행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지 않았다면, DNA 검사를 또 미뤄야만 했을 것이라고 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성주(전북 전주시병) 의원이 지난달 23일 낸 보도자료를 보면 해외입양인의 41.7%는 입양 기록이 부정확하거나 친생 부모 정보를 확인할 수 없다. 1962년 254명으로 시작된 해외입양은 큰 수출 산업으로 발전했다. 1988년 입양기관이 벌어들인 수익은 3231만 5000달러에 이른다. 비자 발급이 쉽다는 이유로 고아가 아닌 아동임에도 고아로 호적을 만들어 입양을 보내기도 했다.


올 8월 24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형제복지원 인권침해 사건 진실규명 결정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한 피해 생존자들이 정근식 위원장과 인사를 하고 있다. 부산일보DB 올 8월 24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형제복지원 인권침해 사건 진실규명 결정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한 피해 생존자들이 정근식 위원장과 인사를 하고 있다. 부산일보DB

매티슨 씨도 이 같은 이유로 해외입양에 대한 진실을 한국인들에게 지속적으로 알리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최근 덴마크의 한국인 입양인 단체, DKRG가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원회)에 해외입양인의 인권침해를 조사해줄 것을 요청한 것에 대해 박수를 보낸다”면서 “입양인들의 서류를 위조한 입양기관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매티슨 씨는 이어 올해 8월 형제복지원 사건을 ‘국가폭력’으로 규정한 진실화해위원회 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진실화해위원회가 형제복지원의 해외입양 실태에 대해 더 들여다 볼 것을 요청했다. 매티슨 씨는 “진실화해위원회는 정확히 얼마나 많은 아동들이 형제복지원에 있다가 입양을 갔는지, 형제복지원과 협력한 입양기관과 아동시설은 어디인지, 아동 납치에 연루된 경찰관이 있는지 밝혀내야 한다”며 “특히 경찰이 미아를 형제복지원에 넘기기 전 이들의 가족을 찾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도 조사 대상이 돼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