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K회장 지원 자격 “은행장·장관 출신만”… 다른 의도 있나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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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 선정 자문기관 ‘자격 제한’ 논란
교수 출신 A 씨 주장, 금감원에 민원 제기
외부 자문기관도 비공개… 깜깜이 논란
13일 임추위서 1차 후보군 공개키로

문현금융단지 부산은행 본점. 부산일보DB 문현금융단지 부산은행 본점. 부산일보DB

BNK금융그룹 차기 회장 외부 후보군을 선정하는 자문기관이 장관, 은행장 출신자 등으로 지원 조건을 제한했다는 주장이 4일 제기됐다. BNK금융그룹은 금융 당국의 요청으로 외부 후보가 경쟁에 참여할 수 있게 내부 규정을 수정했지만(부산일보 지난달 7일 자 2면 보도), 자문기관 두 곳을 비공개로 한 데 이어 자격 요건마저 내세운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회장 추천 규정의 폐쇄성이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자격 요건 제한이 정권의 ‘낙하산’ 등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대학교수 출신이자 대기업 사외 이사 등을 지낸 A 씨는 최근 BNK금융그룹 차기 회장과 관련, 외부 후보를 선정하는 자문기관에 후보로 지원했다. 해당 기관에서는 A 씨의 신청을 거절했다. 이유는 “BNK에서 전직 은행장, 장관급 이상을 후보 조건으로 요구했다”는 것이다. A 씨는 〈부산일보〉에 “외부 인사 후보를 전직 은행장, 장관급으로 제한하는 편협한 조건이 존재했다”며 “지배 구조의 폐쇄성에서 탈피하기 위해 외부 인사도 BNK 회장이 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지만 실제로는 ‘자문기관의 추천’이라는 다른 밀실 절차가 늘어났을 뿐”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외부 자문기관을 알아내는 데에도 애를 먹었다고 토로했다. A 씨는 “능력 있는 외부인이 스스로 회장직에 지원하고 싶어 자문기관에 문의하려 해도 BNK(금융그룹)는 물론 그 누구도 자문기관이 어디인지조차 알려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BNK금융그룹 회장 추천 절차의 폐쇄적인 구조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금융 당국과 국회 등은 BNK금융그룹 회장 추천 규정의 폐쇄적 구조를 수차례 지적해 왔다. 이에 BNK금융지주는 지난달 4일 외부 인사도 회장 후보로 추천할 수 있도록 ‘최고 경영자 경영 승계 규정’을 수정했다. 또한 회장 선임 과정의 공정성 담보를 이유로 차기 회장 후보군에 포함할 외부 인사 추천은 외부 자문기관 두 곳에 맡겼다.

하지만 투명성을 이유로 외부 자문기관을 철저히 비공개해 외부 후보의 지원 자체가 어려운 구조인데다 자격 조건마저 제한하는 바람에 외부 인사가 공식적으로 회장 경쟁에 뛰어들 수 있도록 한 승계 규정 수정의 빛이 바랬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정치권 외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큰 상황에서 회장 선임 절차를 ‘깜깜이’로 진행해 BNK금융그룹이 논란을 자초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BNK금융그룹 측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많은 금융 기관에서 유사한 형식으로 회장 추천 절차를 밟고 있으며 자문기관의 후보 요건 제한 사실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요구한 바 없다고 해명했다. BNK금융그룹 측 관계자는 “회장 후보에 외부 인사를 포함시키는 과정에서 개방형 응모제 방식도 고민했지만, 각각의 장단점을 충분히 검토해 지금의 절차를 선택한 것”이라며 “현재의 절차는 많은 금융기관에서 외부 인사를 영입할 때 사용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BNK금융그룹 외부 후보 자문을 맡은 기관은 이같은 내용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는 짧은 답변만 내놓았다.

A 씨는 금융감독원에 “편협한 회장 후보 자격 기준을 폐기하고, (능력 있는 후보자들이 공정히 경쟁할 수 있도록)기존 추천 일정을 연장해 외부 인재가 공정하게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해 달라”며 금융 민원을 제출했다.

한편, BNK금융그룹은 오는 13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차기 회장 1차 후보군(롱리스트)을 의결할 예정이다. 내부 승계 규정에 따라 안감찬 부산은행장, 이두호 BNK캐피탈 대표를 비롯해 최홍영 경남은행장, 명형국 BNK저축은행 대표, 김영문 BNK시스템 대표, 김성주 BNK신용정보 대표, 김병영 BNK투자증권 대표, 이윤학 BNK자산운용 대표, 김상윤 BNK벤처투자 대표 등 지주 사내이사 겸 자회사 대표 9명 등이 후보로 이름을 올린다. 이 밖에 2개의 외부 자문기관이 추천한 복수의 후보도 이날 처음 공개된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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