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원 칼럼] 부산 재도약의 '라스트 댄스'

임성원 기자 fores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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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실장

지금은 2022년 매듭지을 시간
코로나로부터 일상 회복 기대 고조
정치 지형은 보수 일색으로 급변
기대 모았던 부울경 메가시티 좌초
부산엑스포, 재도약 ‘마지막 비상구’
절박한 심정으로 유치전 나서야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지원단이 11월 2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 기간에 맞춰 파리 센강 유람선에 설치한 부산시 캐릭터 '부기' 인형. 높이 8m인 '부기'는 머리에 'EXPO(엑스포)'라고 적힌 안경을 얹은 채 양팔로 프랑스 대표 과자 마카롱을 안고 있다. 연합뉴스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지원단이 11월 2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 기간에 맞춰 파리 센강 유람선에 설치한 부산시 캐릭터 '부기' 인형. 높이 8m인 '부기'는 머리에 'EXPO(엑스포)'라고 적힌 안경을 얹은 채 양팔로 프랑스 대표 과자 마카롱을 안고 있다. 연합뉴스

성탄절과 세밑이 내일모레다. ‘범 내려온다’며 2022년 임인년 ‘검은 호랑이의 해’를 맞이한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한 해의 끄트머리에 섰다. 가는 해를 보내는 회한과 새해를 앞둔 희망이 교차하는 시간의 건널목에서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되돌아보며 세월의 매듭을 지을 때다. 어느 해가 그렇지 않으랴마는 목하 우리 곁을 지나가고 있는 올해도 일상에 크고 작은 변화를 불러왔던 게 분명하다.

첫째는 지긋지긋했던 코로나19와 마침내 작별할 시간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최근 당정협의회에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조속한 시일 내에 해제하겠다는 방침을 확인하고, 그 시점을 내년 1월로 잡았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 각국에서는 이미 실내 마스크를 벗은 지 오래고, 국내 지방자치단체도 잇따라 마스크 해제를 정부에 공공연히 압박하고 있는 참이다.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의 일상 회복은 그렇게 부지불식간에 우리 삶에 스며들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어느덧 사라졌다. 지금은 그게 있었나 싶을 정도로 아스라하지만 ‘사적 모임 10인·영업 시간 밤 12시’라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된 게 4월 15일이었고, 실외 어디에서든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어진 것도 9월 26일의 일이다. 2020년 5월 시작된 ‘거리 두기’의 족쇄에서 비로소 풀려나고 있는 셈이다.

둘째는 정치 지형의 변화다. 3·9 대선과 6·1 지방선거가 보수의 한판승으로 끝났다.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 사는 국민의 나라’를 기치로 5월 10일 윤석열 정부가 출범했고, 부울경에서는 7월부터 박형준 부산시정, 박완수 경남도정, 김두겸 울산시정이 막 올랐다. 진보에서 보수 일색으로, 드라마틱한 정치 지형의 변화이다 보니 곳곳에서 파열음이 멈추지 않는 상황이다.

부울경에서는 단체장과 함께 광역의회도 국민의힘이 장악하다 보니 지방정부와 지방의회 간의 마찰이 두드러지지 않은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여소야대에다 0.73%포인트 차이의 대선 결과는 중앙정치를 정쟁의 나락으로 몰아넣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협치와 소통은 사라지고 사사건건 대립이다. 여기에다 진보와 보수, 좌와 우로 나눠 진영 패싸움을 즐기는, 지나치게 정치 지향적인 민심도 정쟁에 기름을 부었다.

셋째는 기로에 놓인 지역 재도약의 꿈이다. 연초까지만 하더라도 부울경 도약과 비상의 길은 메가시티와 엑스포로 나 있었다. 부울경 메가시티는 급격히 추진 동력을 잃었고, 부산엑스포는 내년 4월 국제박람회기구(BIE)의 부산 현지 실사와 11월 BIE 총회에서의 최종 투표라는 건곤일척의 일정을 남겨 둔 상태다. 메가시티가 좌절되면서 부산엑스포는 지역 재도약의 ‘마지막 비상구’(Last Exit)이자 ‘라스트 댄스’(Last Dance)가 되었다.

2022년은 ‘메가시티의 해’로 기록될 것이라는 전망은 허망하게 빗나가고 말았다. 행정안전부가 4월 18일 ‘부산·울산·경남 특별연합 규약안’을 승인하고 부울경 3개 시도지사가 이를 고시함으로써 메가시티는 출범의 고고성을 울렸고, 2023년 1월 본격적인 사무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6월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김두겸 울산시장이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결국 메가시티는 부울경 초광역경제동맹이라는 알맹이 없는 수사로 탈바꿈했다.

지방소멸 시대를 끝내고 지방 부활을 알리는 축포로 기대를 모았던 부울경 메가시티는 수도권 일극 체제에 맞설 유일한 대안이었다. 인구 800만 명의 부울경이 2040년이면 인구 1000만 명의 동북아 8대 메가시티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꿈이 산산이 조각날 판이다. 메가시티를 좌초시킨 장본인들은 부울경 역사와 주민 앞에서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그리고 보수정당이 부울경 권력을 싹쓸이할 때마다 불거진 갈등과 분열의 고질병은 언제쯤 치유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2030부산월드엑스포는 이제 부산이 재도약할 마지막 카드가 되었다. 카타르 월드컵을 통해 한국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든, 아르헨티나에 우승컵을 안긴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의 라스트 댄스이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집중해야 할 절체절명의 과제가 되었다.

부산의 도약과 비상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강력한 모멘텀이 필요하다. 부산의 인적 물적 자원을 총동원하고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까지 끌어내기 위해서는 월드엑스포만 한 모멘텀을 현재로서는 찾기 힘들다. 부산을 다시 설계하고 건설하는 키가 엑스포에 있다. 2023년은 부산이 세계를 향해 웅비의 날갯짓을 본격화할 2030년을 향한 첫해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백척간두 진일보의 절박한 심정으로 2030 엑스포 유치에 전념할 일만 남았다.


임성원 기자 fores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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