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제균 감독 “앞으로도 사람 냄새 나는 영화 만들고 싶어요”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8년 만의 신작’ 영화 ‘영웅’ 개봉
오리지널 뮤지컬 국내 첫 영화화

부산 배경 ‘해운대’ ‘국제시장’
사투리 등 부산 정서 짙게 깔려
“영화의 7할은 밝고 긍정적인 기운”

윤제균 감독이 영화 ‘영웅’으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CJ ENM 윤제균 감독이 영화 ‘영웅’으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CJ ENM

이국적인 풍광을 자랑하는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해안도로엔 ‘영화 도시’ 부산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파크하얏트 부산 맞은편부터 800m가량 쭉 늘어선 ‘영화의 거리’다. 이곳에는 국내 대표 흥행작 등 여러 영화를 만날 수 있는데 이 중에서도 두 편의 작품이 눈에 띈다. 바로 부산의 이름을 딴 영화 ‘해운대’(2009)와 ‘국제시장’(2014)이다.

이들 모두 충무로 대표 영화인인 윤제균 감독의 작품. 부산에서 나고 자란 윤 감독은 고향 지명을 딴 두 영화를 모두 ‘천만 영화’에 올려놨다. 그의 작품 곳곳엔 부산 바다의 숨결과 지역의 정서가 듬뿍 묻어있는데, 그가 8년 만에 내놓은 신작 ‘영웅’에서도 느낄 수 있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윤제균 감독을 만났다.


■안중근 의사 ‘영웅’ 스크린에

영화 ‘영웅’은 윤제균 감독이 8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원작 뮤지컬의 주연인 배우 정성화가 이 작품에서도 안중근 의사를 연기한다. 사진은 영화 스틸 컷. CJ ENM 영화 ‘영웅’은 윤제균 감독이 8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원작 뮤지컬의 주연인 배우 정성화가 이 작품에서도 안중근 의사를 연기한다. 사진은 영화 스틸 컷. CJ ENM
영화 ‘영웅’ 스틸 컷. CJ ENM 영화 ‘영웅’ 스틸 컷. CJ ENM

21일 개봉한 영화 ‘영웅’은 동명 인기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다. 2009년부터 뮤지컬에서 안중근 의사를 맡아 온 배우 정성화가 영화의 주연으로 나섰다. 국내 최초로 오리지널 뮤지컬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1년을 그린다. 윤 감독은 현장 라이브 녹음과 캐릭터 각색 등으로 장르적 재미를 살렸다.

윤 감독은 이번 작품을 ‘철저히’ 준비했다. 안중근 의사 평전과 동양평화론 등 관련 서적을 꼼꼼하게 읽었고, 안중근 의사 기념관을 찾아 그의 발자취를 돌아봤다. 감독은 “역사적 인물을 그려야 해서 자료 조사를 많이 했다”며 “관련 책이나 영상물을 찾아보면서 공부했다”고 말했다. 그는 “오리지널 뮤지컬을 처음으로 영화화하는 부담감과 안중근 의사의 일생을 잘 전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부담감이 컸다”며 “하지만 반드시 해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었고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부담을 온전히 느낄 겨를이 없었어요. 세계 시장에 내놓더라도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만들고 싶었죠. 원작 뮤지컬 넘버 절반을 가져왔고, 나머지 절반은 스크린에 맞게 새롭게 구축했어요. 안중근 의사가 단지 동맹하고 이토 히로부미 저격 결심을 한 계기가 회령 전투에 있잖아요. 뮤지컬에는 없지만, 영화에선 충분히 설명하고 싶었어요.”


■“나는 뿌리 깊은 부산 사람”

윤제균 감독. CJ ENM 윤제균 감독. CJ ENM

윤 감독은 한국 영화계의 ‘만능 재주꾼’이다. ‘주특기’인 영화 연출은 물론이고 각본 집필과 영화 제작까지 두루 해내는 영화인이어서다. 영화 ‘두사부일체’(2001)과 ‘색즉시공’(2002) ‘1번가의 기적’(2007) ‘해운대’(2009) ‘국제시장’(2014) 등 직접 메가폰을 잡은 작품과 제작을 맡은 ‘히말라야’(2015) ‘그것만이 내 세상’(2018) ‘협상’(2018) ‘공조’ 시리즈 등 흥행에 성공한 작품도 여러 편이다.

감독의 영화 곳곳에는 부산의 정서가 짙게 깔려 있다. 정겨운 부산 사투리와 지역 로케이션 등 외적인 부분뿐 아니라 캐릭터 구축이나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에서도 느낄 수 있다. 영화 ‘국제시장’에서 많은 관객을 울렸던 황정민의 대사 “아버지, 내 약속 잘 지켰지예. 이만하면 내 잘 살았지예. 근데 내 진짜 힘들었거든예”는 윤 감독이 직접 자신의 마음을 녹여 쓴 말로 유명하다.

영화 ‘국제시장’ 스틸 컷. 배급사 제공 영화 ‘국제시장’ 스틸 컷. 배급사 제공
영화 ‘해운대’ 스틸 컷. 배급사 제공 영화 ‘해운대’ 스틸 컷. 배급사 제공

윤 감독은 “부산에서 보낸 어린 시절이 영화를 하는 데 많은 영향을 준다”고 했다. 어릴 적 어머니와 매주 국제시장을 찾았던 것도 그렇다. 감독은 “어릴 때 남포동 추억이 많다”며 “중학교 1학년 때 일주일에 한 번씩 어머니와 국제시장에 가서 고려당 빵집에 갔다가 우동 먹고 자갈치 시장에 들른 기억이 있다”고 했다. 자신을 ‘롯데 어린이 야구단 창단 멤버’라고 소개한 그는 “환갑 전에 롯데가 다시 우승하는 걸 보고 싶은 진짜 롯데 팬이기도 하다”고 환하게 웃었다.

감독은 “고향에 가면 투박하지만 사람 냄새 나는 무언가가 있다”면서 “사람에 대한 애정과 진심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제가 부산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는 제 영화를 보면 아실 거예요. 부산 사람들만의 감정 표현법이 무의식적으로 제 작품에 묻어 나는 것 같아요. 세련되지 못하지만, 그 안에 담긴 따뜻한 마음이랄까요. 부산은 영원한 제 마음의 안식처에요.”


■영화 철학은 ‘운칠기삼’

윤제균 감독은 영화 철학으로 ‘운칠기삼’을 꼽았다. CJ ENM 윤제균 감독은 영화 철학으로 ‘운칠기삼’을 꼽았다. CJ ENM

이날 윤 감독은 ‘사람’과 ‘진심’을 강조했다. 자신의 영화 철학인 ‘운칠기삼’도 이 두 단어와 맞닿아 있다고 했다. 윤 감독은 “운이 7이고 기술이 3이라는 뜻인데 여기에서 ‘운’은 ‘행운’이 아니라 ‘에너지’”라며 “좋은 사람들에게 느껴지는 밝고 긍정적인 기운”이라고 했다. 그는 “좋은 사람들과 어울리고 같이 일을 하면서 살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저는 일관성 있고 책임감 있는 사람을 좋아해요.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똑같고 약속 같은 걸 잘 지키려는 책임감 있는 태도 있잖아요. 좋은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짧은 인생인데 좋은 시간 보내고 싶어요.(웃음)”

윤 감독에게 영화는 ‘인생의 행복’이다. 그는 “영화는 내가 너무 어렵고 힘들어서 빛이 하나도 안 보였을 때 나타난 고마운 존재”라며 “성공도 하고 실패도 했지만 이렇게 좋아하는 걸 하면서 사는 것만으로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지금도 거의 글을 쓰면서 시간을 보내요. 정말 열심히 살았어요. 최선을 다했고, 약속도 잘 지켜왔어요. 앞으로도 계속 사람 냄새 나는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