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 신년 특사 단행, 국민 통합 지름길은 협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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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김경수 전 지사 등 1373명 대상
정치권 갈등 풀고 국민 화합 실현해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국무회의를 통해 최종 확정된 신년 특사 대상자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국무회의를 통해 최종 확정된 신년 특사 대상자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2023년 새해를 앞두고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사면·복권,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복권 없는 형 집행 면제 등을 골자로 하는 특별사면을 28일 자로 단행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선 뒤 지난 광복절에 이은 두 번째 특사로 정치인 9명, 공직자 66명, 선거사범 1274명 등 모두 1373명을 대상으로 하는 규모다. 이 전 대통령과 김 전 지사를 비롯한 여야 정치인들이 대거 포함됐다는 점에서 이번 특사는 정치적 통합에 방점이 찍힌다. 정부는 “범국민적 통합으로 하나 된 대한민국의 저력을 회복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며 이번 특사의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특사는 애초 거론될 때부터 숱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2020년 10월 대법원에서 징역 17년의 확정판결을 받은 MB가 핵심 인물이다. 그는 2년 정도를 복역했을 뿐인 데다 현재는 건강상의 이유로 형 집행이 정지된 상태다. 여론조사 기관 4개 사의 공동조사 결과를 보면, 불과 10여 일 전까지도 MB 사면에 대한 여론(찬성 39%, 반대 53%)은 부정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국민들 뜻에 반하는 MB 사면은 대통령이 납득할 만한 이유를 직접 설명하고 설득해야 할 사안이다. 또 사면 대상자 가운데 국가와 사회에 중대한 해악을 끼친 범죄자들도 많다는 점에서도 이번 특사가 국민 통합이라는 취지에 값하는지 의문이다.

특사 논란의 또 다른 반대편에는 김경수 전 지사가 있다. 김 전 지사의 사면 문제는 국내 정치 지형에 큰 영향을 미치는 대단히 복잡하고 예민한 사안이다. 그에 대한 사면 또한 찬성(34%)보다는 반대(51%) 여론이 높고, 본인도 복권 없는 사면은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형기가 얼마 안 남은 김 전 지사의 일방적 사면은 결국 MB 사면의 ‘구색 맞추기’가 아니냐고 야당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무리는 아닌 것이다.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으로 존중받아 마땅하지만 삼권분립과 법치의 틀 안에서 절제 있게 행사돼야 한다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자의적 판단으로 재량권을 남용한다면 사법 정의와 공정성이 무너질 수 있고, 이런 특사를 국민들이 용납할 리 없다.

논란 속에서 진행된 이번 특사는 아쉬움이 적지 않지만 제대로 된 의미를 획득하려면 앞으로가 중요하다. 우선 윤 정부는 향후 단행할 사면의 원칙과 기준을 제대로 세우는 데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이번 특사는 여야 정치권이 상생과 협력의 정신을 되찾는 계기가 돼야 한다. 윤 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 여야의 극한 대치는 한시도 멈춘 적이 없다. 진영 논리에 따른 정쟁과 권력 다툼에 매몰되는 구태를 도대체 언제까지 되풀이할 것인가. 이번 특사의 진정한 국민 통합 효과는 향후 여야 정치권의 협치 노력에 달려 있는 바, 새해에는 화해와 포용의 가치를 말이 아닌 실천으로 보여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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