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소 인력난 숨통 트이나…외국인 숙련공 수혈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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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 인도네시아 전문 용접공 41명 입국
외국인 노동자 연말까지 1200명 수준으로 확대
대우조선해양, 올해 500~600명 현장인력 충원
내국인 여전히 부족…원·하청 임금 격차 줄여야

지난달 31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일할 인도네시아 출신 선박 용접 전문인력 41명이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제공 지난달 31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일할 인도네시아 출신 선박 용접 전문인력 41명이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제공

새해 조선업계 인력난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내국인 숙련공 빈자리를 채워 줄 외국인 전문인력이 대거 투입된다.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연말까지 1000명 안팎이 수혈될 예정이다. 모처럼 맞은 수주 풍년으로 일감은 넘치는데 정작 일손이 없어 발을 구르던 조업 현장은 당장 급한 불은 끄게 됐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3일 삼성중공업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국적 용접 전문인력 41명이 지난달 31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조선업 인력난 해소를 위해 지난해 외국인 유입 인력 제한 완화를 골자로 한 정부 대책이 시행된 이후 가장 많은 외국인 노동자가 들어왔다. 이들은 삼성중공업 경남 거제조선소에서 산업 안전과 전문 심화 교육 등을 마친 후 생산 현장에 투입될 예정이다.

작년 말 기준, 삼성중공업과 연관 협력사에 취업한 외국인 노동자는 782명이다. 새해에도 내국인 노동자 수급이 여의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외국인을 연말까지 1200명 이상으로 확대해 인력난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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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한 다양한 맞춤형 관리 방안도 마련했다. 기숙사를 비롯해 현지식 메뉴, 휴일 식당, 전문 통역사, 성과급, 종교행사까지 지원한다. 여기에 산업안전보건 교육 영상을 현지어로 제작해 사고 예방에도 만전을 기하기로 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앞서 생산 인력 채용 TF를 구성해 가동 중이다. 국내는 물론, 외국인 전문인력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도 올해 현장 인력 500~600명을 외국인 노동자로 충원한다. 모두 현지에서 기량 검증을 마친 자원이다. 기본 교육 후 곧장 거제 옥포조선소 조업 현장에 투입한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이미 인력은 확보해둔 상태다. 현지 비자 문제가 해결되는 대로 차례로 입국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조업 현장의 빈자리를 온전히 채우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최근 조선업계는 특유의 다단계 하청구조와 이로 인한 저임금 탓에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고강도 구조조정과 긴 수주 절벽 후유증에 수천 명의 노동자가 현장을 떠난 뒤 돌아오지 않고 있다. 장기 불황을 거치며 가뜩이나 적은 임금이 더 쪼그라든 데다, 호황이 끝나면 언제든 감원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유출된 조선기술자들은 이미 다른 대형 사업장으로 떠났다. 이 중 상당수가 삼성전자의 평택 반도체 공장 건설 현장에 자리를 잡았다. 이곳은 조선소 보다 안전하고 일은 수월한데도, 보수는 1.5~2배 정도 높다. 공사 기간도 2030년까지 넉넉해 당장 실업자가 될 걱정도 없다.

거제시 오비일반산단에 자리 잡은 중견 조선기자재업체 (주)삼녹. 선박 핵심 설비인 배관 분야에서 자타공인 첫손에 꼽는 사업장으로 최근 수주가 늘면서 일감이 밀려들고 있지만, 인력난에 제작 공장 3동 중 1동은 2년째 개점 휴업 중이다. 부산일보DB 거제시 오비일반산단에 자리 잡은 중견 조선기자재업체 (주)삼녹. 선박 핵심 설비인 배관 분야에서 자타공인 첫손에 꼽는 사업장으로 최근 수주가 늘면서 일감이 밀려들고 있지만, 인력난에 제작 공장 3동 중 1동은 2년째 개점 휴업 중이다. 부산일보DB

거제에 사업장을 둔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2015년 말 양대 조선소 원청과 사내·외 협력사를 포함해 7만 6000여 명에 달했던 조선업 종사자 수가 작년 11월 말 기준 3만 4600여 명으로 반토막 났다. 과거엔 급하면 휴일·야간작업으로 공기를 단축했지만, 지금은 ‘주52시간제’ 적용으로 이마저 쉽지 않다.

국내 조선업계는 2021년, 코로나19 파고를 넘어 2013년 이후 최대 수주 실적을 올린 데 이어 2022년에도 수주 목표를 초과 달성하며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 수주 물량 건조가 본격화하는 올해부터 인력 수요가 급증할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조선업 생산직접직 인력 대비 향후 필요 인력’를 보면 거제, 부산, 울산, 전남을 중심으로 올해만 최소 6000명 이상의 인력이 더 필요하다. 이대로는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 지역 경제 낙수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전문인력은 임시방편일 뿐 내국인 숙련공 수급이 원활해야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면서 “관건은 임금이다. 건설 현장보다 턱없이 낮은 보수를 현실화하고 원·하청 격차도 좁히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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