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초고령사회·낡은 산업구조 탓에 ‘고령 기업인’ 늘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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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기업 더 젊게]

제조기업 중 60세 이상 경영 34%
고령 경영인 제조업 8년 새 갑절
폐업자 중 고령 비중 전국 최고
제조업 쏠림도 가업 승계 걸림돌
29세 이하 청년기업 증가 고무적
탈부산 막도록 창업기업 지원을

부산의 고령 기업인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현상을 두고 중소기업 업계는 기업 승계 활성화, 스타트업 업계는 창업 기업 지원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처음 열린 '아시아 창업 엑스포' 모습. 부산일보DB 부산의 고령 기업인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현상을 두고 중소기업 업계는 기업 승계 활성화, 스타트업 업계는 창업 기업 지원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처음 열린 '아시아 창업 엑스포' 모습. 부산일보DB

부산에서 60세 이상 대표자가 기업을 경영하는 ‘고령기업’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부산은 지난해 이미 ‘초고령사회’로 접어들어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는 인구 구조라 60대 이상 고령 기업인이 많을 수밖에 없다. 또 전체 산업 중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데, 제조업이 급속도로 경쟁력을 잃어 제조업을 물려받거나 새로 창업하는 비중이 작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기업 승계 활성화 ‘필수’

5일 부산울산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대표자가 60세 이상인 부산 제조기업은 최근 8년 동안 배 가까이 늘었다. 제조업 분야의 60세 이상 대표자 경영 부산 기업 수는 2012년 5563개에서 2020년 1만 615개로 많이 늘어났다. 비율로 따지면 2012년 19.3%에서 2020년 34.0%로 무려 14.7%포인트(P) 증가했다.

부산 중소기업계는 기업인의 고령화를 심각한 현상으로 받아 들이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2022년 가업승계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60세 이상 대표자 중 55.5%가 가업 미승계 시 폐업 또는 매각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전국에서 기업인 고령화가 가장 심각한 부산 역시 예외는 아니다. 실제로 2021년 기준으로 부산 지역 폐업자 중 6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은 26.0%, 초고령자로 분류되는 7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은 7.9%로 6대 광역시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면서 어렵게 기업을 키워도 물려받을 사람이 없거나, 상속세나 증여세 부담, 업종 유지나 기업 승계 후 직원 고용 유지 기간 제한 같은 제도의 벽을 넘지 못하고 폐업하는 사례가 속출하는 셈이다.

부산 녹산산업단지에서 자동차 도금업을 하는 (주)경일금속 박평재(65) 대표는 “38년 전 1200만 원 창업금을 가지고 지금까지 어렵게 사업을 키워 왔다. 내가 그만둔다고 해서 사업체가 사라지면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이라고 생각한다”며 “일본에는 100년 이상 이어지는 기업 승계 기업이 수두룩하다. 한국 역시 기업 승계가 원활하도록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으로는 기업을 승계하고 싶어도 어려운 제조업 현실을 보고 자녀가 물려받지 않으려는 경향이 뚜렷하다. 부산의 한 중소기업 대표는 “웬만한 중견·중소기업 자녀는 미국이나 해외에서 교육을 받은 경우가 많아서 아버지가 힘들게 유지해 온 제조업 경영보다는 전문직을 선택하거나 꿈을 좇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기업 유치보다 ‘창업 지원’

영도구와 동구 등 부산원도심에서 60세 이상 대표가 경영하는 기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더 높았다. 2019년 기준으로 영도구 소재 사업체의 60대 이상 대표자 비율은 35.5%로 부산에서 가장 높았다. 이어 동구(31.4%), 서구(31.0%) 등의 순이었다. 부산의 인구 구조가 그대로 기업 대표자 연령대로 반영된 셈이다.

그나마 희망적인 부분은 29세 이하 대표자 비율이 최근 8년 동안 늘어났다는 점이다. 정부의 청년 창업 장려 정책 영향이 크긴 하지만, 부산 기업의 29세 이하 대표자 비율은 2012년 1.9%에서 2020년 3.1%로 늘어났다.

액셀러레이터(AC·창업기획자)로 부울경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하는 시리즈벤처스 박준상 대표는 “정부가 만 34세 이하 청년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원하는 예비 창업 패키지 사업 활성화의 결과로 청년 창업자가 많아지는 것은 전국적인 현상이기는 하다”면서도 “다만 부울경 지자체가 전통적으로 지역에 강점이 있는 관광, 해양수산, 물류, 기계, 조선 화학 등 잘하는 분야 창업을 더 밀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창업 기업이 부산을 떠나지 않게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지난달 부산산업과학혁신원(BISTEP)이 발표한 ‘부산 전·출입 기업의 특성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어렵게 부산에서 창업해도 업력 3년 미만 기업의 ‘탈부산’ 현상이 두드러졌다. 부산에서 창업을 해도 여러 가지 이유로 초기 창업 기업이 부산을 떠나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BISTEP 이우평 선임연구원은 “창업 초기 기업이 떠나지 않도록 지원해야 하고 특히 창업 4~7년 차 기업이 부산을 떠나지 않고 정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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