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사드 공법’ 논란 오페라하우스, 최종 결정 앞두고도 ‘잡음’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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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9일 외관 공법 결론 발표
기술자문위원회 의견 갈리지만
시 ‘스마트노드 공법’ 유도 논란
비용·시간 더해 안전성 우려도
안전·가치 살린 신중한 결론을

북항 1단계 재개발지구의 랜드마크인 오페라하우스 외관 공법 선정 최종 결정을 앞둔 부산시 기술자문위원회에서 잡음이 나오고 있다. 부산항 북항 오페라하우스 공사 현장 전경. 정종회 기자 jjh@ 북항 1단계 재개발지구의 랜드마크인 오페라하우스 외관 공법 선정 최종 결정을 앞둔 부산시 기술자문위원회에서 잡음이 나오고 있다. 부산항 북항 오페라하우스 공사 현장 전경. 정종회 기자 jjh@

다음 주 부산시의 북항 오페라하우스 외관 파사드(건물 정면부) 공법 기술자문위원회 결과 발표를 앞두고 벌써부터 잡음이 새어 나오고 있다. 공법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말부터 기술자문위원회를 열었지만, 부산시가 결론을 미리 정해 놓고 논의를 주도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5일 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25일과 12월 9일, 16일, 29일 등 4차례에 걸쳐 파사드 공법 논란과 관련한 기술자문위원회를 개최했다. 위원회에는 이병진 행정부시장과 전 부산시 건설본부장 3명, 문화체육국장이 참여했고 외부 위원으로 부산시의회 최도석 의원과 대한건축학회, 건축구조기술사회 등에서 추천한 전문가 7명이 포함됐다.

당초 기술자문위는 ‘현 시점에서 오페라하우스를 제대로 지을 수 있는 공법이 무엇인지 원점에서 재검토하기 위해 전문가 의견을 듣고 결론을 내겠다’는 시의 의지에 따라 마련됐다. 하지만 자문위에 참여했던 일부 위원은 지난달 29일 열린 마지막 회의에서 시가 ‘스마트노드 공법’으로 결론을 내기 위해 논의를 이끌어 갔다고 주장한다.

A 위원은 “초반 회의에서 시는 현 상황에서 어떤 공법으로 짓는 게 맞을지 기술적 자문을 하겠다고 밝혔다. 위원 대다수가 ‘폴딩 공법’이 현재로선 최선이라는 의견을 냈다. 마지막 회의에서 시가 스마트노드 공법으로 정해지지 않으면 곤란하다는 입장을 설명해 일부 의견을 수정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시가 그렇게 나오자, 결국 위원들이 6개월 가량 설계사에 도면을 만들 시간을 주고 스마트노드가 구현될 수 있을지 확인한 뒤 스마트노드 공법으로 가는 게 맞겠다며 일종의 보완 조건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B 위원은 “스마트노드 공법으로 할 때는 현재 기준으로 3D 도면도 안 그려졌고, 설계사 측도 비용과 시간이 더 투입될 수 있다고 밝혀 불확실성이 크다는 전문가 의견이 많았다”면서 “도면을 그리면서 현장 시공을 병행해 나간다는 ‘패스트 트랙’ 방식도 제안됐다. 이렇게 지으면 오차가 발생할 수 있고 결국은 하중과 해안가 강풍을 견딜 수 있을지 등 안전성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C 위원은 “전문가 7명 중에서 1명은 중립적 의견을 밝혔고, 나머지는 폴딩 공법과 스마트노드 공법의 장점을 비슷하게 강조하는 등 의견이 분분했다”면서도 “적용 사례가 거의 없는 공법들이라 장단점이 존재하기 때문에 결국 시의 입장대로 정리되지 않을까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위원들의 의견이 하나로 수렴되지 않는 상황에서 시는 오는 9일 오페라하우스 파사드 제작 공법 결론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미 기술자문위 운영 과정에서 논란이 빚어진 만큼 시는 건축물의 안전성과 랜드마크로서의 가치 등을 살리는 방향으로 신중하게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경실련 도한영 사무처장은 "오페라하우스 공법 문제로 불거진 갈등이 봉합된다 하더라도 준공이 2년 지연되고 공사비도 수백억 원 추가 투입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면서 "논란이 불거지기 전에 해결될 수 있었다. 결국 시의 관리 감독 책임이 큰 만큼 북항의 랜드마크 오페라하우스 공사가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시의 각별한 노력과 책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북항 1단계 재개발지구 2만 9542㎡ 부지에 지하 2층~지상 5층, 연면적 5만 1617㎡ 규모의 오페라, 발레, 뮤지컬 등 세계적 수준의 공연예술장으로 건립되는 오페라하우스는 2012년 국제현상공모를 통해 노르웨이 스노헤타사와 일신설계가 설계를 맡았고, 2018년 HJ중공업(옛 한진중공업)이 시공사로 선정됐다. 파사드 제작 공법은 당초 설계업체가 바다를 바라보는 정면 외관을 곡면 외피에 둘러싸인 ‘트위스트 박스’ 공법으로 설계했다. 하지만 시공사는 2019년 2월 이 공법으로는 파사드 제작이 불가능하다며 난색을 나타냈다. 이에 시는 2020년 3월 시공사에 대안 설계를 지시했다.

이후 시공사는 ‘폴딩 박스’ 공법을 제안했지만 2021년 6월 설계사가 이에 동의하지 않았고, 시는 원안 추진을 통보했다. 이 과정에서 공사 중단 등 사업은 계속 지연됐고, 비난 여론이 일자 시는 2021년 9월 사업 관계자들과 공법 콘테스트를 열고, 기존 ‘트위스트 박스’ ‘폴딩 박스’ 외에 ‘볼노드’ ‘스마트노드’까지 총 4개 안을 검토한 뒤 지난해 1월 스마트노드 설계를 지시한 바 있다.


● 용어설명

스마트노드 공법은 곡선으로 휘어진 오페라하우스 파사드(정면부) 제작을 위해 유리 구조물 접합부에 철강이 아닌 소재로 마디(노드)를 제작한 뒤 현장에서 이어 붙이는 방식.

폴딩 공법은 철강으로 공장에서 사전 제작된 접합부(폴딩)를 현장에서 용접으로 붙이는 방식.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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