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은행원 희망퇴직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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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 70년대 우리나라의 고도 경제성장과 함께 주목받기 시작한 대표적인 업종으로 건설업과 은행업을 꼽을 수 있다. 본격적인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대기업 직원과 은행원은 유망 직종이자 당시 결혼 상대자 1순위로 인기를 끌었다.

특히 은행원은 화이트칼라의 대명사로 선망의 대상이었다. 에어컨이 흔치 않던 시절, 은행 점포는 넓고 깨끗한데다 선풍기 바람과는 차원이 다른 시원한 냉기가 흘러나왔다. 은행원들은 깔끔하게 다려진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갖춰 맨 정장 차림으로 근무했다. 급여에도 한 치 어김이 없었으니, 일반인의 평가가 높았다.

세월이 흐르며 선호가 변하기는 했지만, 은행원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여전히 많은 급여에 안정적인 직장의 매력을 유지하고 있다. 지금도 수많은 젊은이가 은행의 신입 직원 공채에 도전장을 내민다.

최근에는 코로나 시기 이전으로 은행 영업시간 정상화 논란과 맞물려 역대급의 ‘희망퇴직 러시’로 이목을 끌고 있다. 은행권은 우리 사회가 거의 코로나 이전으로 복귀하는 상황에서 아직도 오전 9시 30분~오후 3시 30분인 영업시간 단축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불편을 호소하는 여론에도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이런 때에 은행권이 역대급의 좋은 조건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자, 지원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고 한다. 사실 말이 번듯해 ‘희망퇴직’이지, 조직을 떠나는 사람에게는 일말의 회한이 남을 수밖에 없는 게 일반적인 풍경이다. 그런데 은행권의 이번 희망퇴직에는 수억 원에 이르는 위로금에 오히려 희망자가 줄을 잇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조건 좋을 때 떠나자는 것인데, 은행권에선 3000명 이상이 떠날 예정이라고 한다.

코로나 시기 은행권의 엄청난 실적이 이를 가능하게 했다. 이를 바탕으로 떠나는 직원을 후하게 대하는 것을 뭐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은행의 역대급 실적이 자체 노력이 아니라 금리 정책에 의해 이뤄졌다는 점이다. 높은 대출 금리와 낮은 예금 금리 기조인데, 바로 국민의 경제적 희생에 다름 아니다. 희망퇴직 러시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심경에 부러움과 함께 씁쓸함이 감도는 배경이다.

코로나만 넘기면 좀 나을 줄 알았는데, 곧바로 또 경기 침체가 덮쳤다. 갈수록 팍팍해지는 국민의 일상이다. 우리 국민들에도 한 번쯤 ‘희망퇴직 대박’이 터졌으면 좋겠다.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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